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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쌈박한 수사물이라니! 정경호의<라이프 온 마스>에 꽂혔다

너의길을가라 2018. 6.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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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을 살해하고서 손톱에 빨간색 매니큐어를 발라 놓는 연쇄살인범 김민석(최승윤). 헤어진 약혼자 정서현 검사(전혜빈)로부터 부탁을 받고 수사에 참여했던 과학수사대 한태주 형사(정경호)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지만, 일부 증거가 조작됐다는 것을 알고 법정에서 이를 진술한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용의자는 풀려나게 됐고, 정서현은 갑자기 실종된다. 모든 것이 꼬여 버렸다. 


용의자를 추적하던 한태주는 공범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상대가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다.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곧 차에 치이며 의식을 잃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뜬 한태주는 1988년 인성시의 풍경과 마주한다. 거리에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민방위 대피 훈련이 한창이다. 라디오에선 "2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라는 코멘트가 흘러나오고 있다. 



아무리 둘러봐도 2018년의 모습이 아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아니면 미쳐버린 걸까? 무슨 까닭으로 한태주는 자신이 어릴 적 살았던 1988년의 인성시로 되돌아간 걸까?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영문을 알 수 없는 한태주는 그저 이 상황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현재와 과거가 혼재되고, 현실과 꿈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된다. 


그러던 중에 연쇄살인범 김민석을 닮은 남성을 발견하고 쫓아갔다가 이용기(오대환)와 조남식(노종현)에게 거동수상자로 몰려 경찰서로 연행된다. 다짜고짜 발차기부터 날리고 보는 1988년의 경찰 강동철(박성웅) 계장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한태주의 옷에서 인사 명령서가 발견되고, 한태주는 그때부터 경찰로 인정받게 된다. 여전히 상황이 이해되지 않긴 마찬가지다. 


이게 웬일인가. 놀랍게도 1988년의 인성시에서도 2018년에 발생했던 매니큐어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1988년에 8살에 불과한 김민석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2018년의 김민석이 1988년에 발생한 어떤 범죄를 모방했다는 것일까? 한태주는 극심한 혼동 속에 빠지게 된다. 어쩌면 여기에 한태주가 1988년의 인성시로 돌아간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라이프 온 마스(Life on Mars)>는 OCN이 자랑하는 장르물이다. 표면적으로는 '타임슬립 수사물'의 형식을 띤다. 물론 엄격히 말하면 타임슬립은 아니다. 연출을 맡은 이정효 PD는 "타임슬립보다는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공간에서 한 인물이 살아가며 정체성을 찾고 과거의 좋은 것들을 만나게 되는 드라마"라고 소개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시간을 이동하는 게 아니라 꿈, 무의식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분명 한태주는 1988년 인성시에 존재하고 있다. 그가 대화하고 있는 사람들도, 그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들도 모두 실체가 분명하다. 그러나 잠재의식 속에서 만난 2018년의 의사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건 실재가 아닙니다. 왜곡된 환상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이 곳에 돌아올 수 있어요"라며 한태주에게 가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주인공이 겪는 혼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라이프 온 마스>가 기존의 타임슬립 드라마, 이를테면 OCN <터널>, tvN <시그널>과의 차별점이다. <시그널>이 과거와 현재를 무전기라는 매개를 통해 연결했고, OCN <터널>이 과거의 인물을 현재라는 시간 속으로 던져 버렸다면, <라이프 온 마스>는 현재의 인물을 과거 속으로 보냈다는 차이도 있다. 


"보고 나면 다른 점을 분명히 느끼"게 될 것이라는 이정효 PD의 자신감은 사실이었다. <라이프 온 마스>는 동명의 원작(영국 BBC에서 2006년 제작)을 리메이크한 작품답게 짜임새 있는 극본으로 쫄깃쫄깃한 이야기를 선보였다. 기존의 리메이크 작품들이 '정서'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고꾸러졌던 것과 달리 <라이프 온 마스>는 그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tvN <굿와이프>를 연출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정경호의 연기력이다. MBC <미씽나인>에서 코믹과 스릴러, 멜로까지 소화해 내고,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친근하고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정경호는 이번 작품에선 수사물에 걸맞은 날선 연기를 선보였다. 섬세한 감성과 풍부한 표정은 혼란 속에 빠진 인물을 소화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의 탄탄한 연기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었다.


그런가 하면 정경호와 합을 맞추는 박성웅의 활약도 흥미로웠다. 강동철 역을 맡아 무려 10kg이나 몸무게를 늘린 박성웅은 캐릭터와 일체된 연기력을 보여준다. '미친 멧돼지'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막무가내이지만, 인간적인 면모도 갖고 있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극 중에서 한태주와 강동철은 과학 수사와 감에 의존한 수사를 대표하는 인물인데, 두 캐릭터의 '브로맨스'는 드라마의 활력소이자 재미요소이다. 


윤나경 순경 역의 고아성의 독특한 연기도 눈길을 끈다. 수사관이 되기 위해 경찰이 됐지만, 현실은 커피 배달, 빨래, 자료 정리 등 잡무를 도맡았다. 그러나 남다른 분석력을 갖고 있어 곧 사건 해결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이처럼 캐릭터들이 초반부터 자리를 잡은 덕분에 이야기의 전개가 수월해졌다. 2.081%로 출발한 시청률은 2회에서 3.122%로 껑충 뛰어 올랐는데, <라이프 온 마스>의 돌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부디 지금의 이 꽂힘이 끝까지 유지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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