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톺아보기

아내도 힘들었겠구나..역지사지 느낀 오정태는 달라질 수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18. 11. 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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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와. 빨리 오라고!", "장모님 오셨다니까. 너 안 올꺼지?"


숨이 넘어가듯 다급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오정태이다. 소파에 누워 휴일을 만끽하고 있던 그가 왜 갑자기 아내 백아영을 찾는 걸까? 갑자기 장모가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아내로부터 아무런 말도 전해들은 적이 없던 터라 당혹감은 더욱 컸다. 오정태가 다급해졌다. 휴대전화를 붙들고 아내에게 전화를 하기 바쁘다. 그 때문에 밖에서 지인들을 만나고 있던 백아영의 전화기에는 불이 날 지경이다. 


오정태의 장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집안일을 돌보기 시작했다. 딸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챙겨 온 반찬을 정리하고, 밀린 설거지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마냥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는지 의문이다)던 오정태는 가시방석에 앉은 듯 안절부절 못했다. 오매불망 기다리는 아내는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장모와 둘만의 식사를 하게 된 오정태는 여전히 전전긍긍했다. 이제야 좀 알았을까? 


사실 이 정도에서 마무리됐다면 별 탈 없이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가깝고도 먼 사위와 장모의 어색한 관계는 이미 SBS <백년손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수없이 봤던 장면이 아닌가. 색다를 것도 없었다. 그런 어려움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가볍게 웃어 넘겼을 거라 미루어 짐작한다. 그런데 오정태의 태도는 도가 지나쳤다.



그건 명백히 무례(無禮)였다. 어른에 대한 공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경황이 없었다고 하나, 오정태는 장모를 맞이하는 현관에서부터 불편함을 드러냈다. 시종일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로 대화에 임했다. 장모는 "자네 얼굴이 굉장히 피곤해 보인다"며 안쓰럽다고 걱정을 했지만, 자신을 반기지 않는 사위의 얼굴을 왜 모르겠는가. 


게다가 딸의 건강을 걱정하는 장모에게 오정태는 "집안일 하는데, 뭐"라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가사 노동의 가치를 폄하했다는 고상한 비판까지 꺼낼 필요도 없다. 그건 아내에 대한 존중이 없는 태도였을 뿐만 아니라 장모에 대한 예의도 결여된 불량한 태도였다. 오정태는 합가 문제에 있어서도 아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는데, 그 모습을 지켜 본 장모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시청자들이 오정태에게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아내에 대한 존중이 없기 때문에 반복되는 갈등이었다. 이 문제는 오정태가 곰곰히 돌이켜봐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오정태의 예의없는 태도가 논점을 가려버리긴 했으나, 결국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이번 방송을 통해 (연출)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역지사지'였다. 



오정태가 아내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기를 바란다. 갑작스러운 장모의 방문을 통해 시어머니가 갑자기 집에 들이닥쳤을 때 아내가 느꼈을 혼란을 간접 체험했다. 내가 그 순간이 불편하고 힘들었던 것처럼 아내 역시 그랬겠다고 생각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정말이지 귀중한 경험이(어야만 한)다. 중요한 건 앞으로다. 깨달았다면 달라지면 된다. 다행히 그에게서 아주 조금이지만 갱생(?)의 여지가 보인다.


MC 이지혜는 "이번에 제대로 역지사지를 느꼈을 것 같은 게 그동안 아영 씨도 시어머니랑 있으면서 지금 정태 씨가 느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혹시 해본 적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오정태는 "거기까지 생각은 못했는데, 화면으로 보니까 정말 와이프도 뭔가 많이 불편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라고 대답했다. 부디 오정태가 조금이나마 깨달았길 바란다. 그건 이 땅의 모든 '남편'들에게도 해당되는 바람이다. 


총평을 한 여성 철학자 이현재의 말처럼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갈등을 외부로 드러냄으로써 그것이 곪지 않도록 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계속적으로 제기됐던 '연출 논란'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번 방송에서도 전화통화를 굳이 스피커폰으로 받는 등 과도한 연출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일정 부분 연출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출연진의 폭로 등 선례도 있었던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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