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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시누이의 반전? 시청자는 오해하지 않았다

너의길을가라 2018. 10. 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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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이의 강한 모습과 어떨 때는 조금 부담스러운 모습을 많이 봤는데..”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MC 이현우는 시누이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고 감탄했다. 그동안 봐왔던 ‘부담스러운 모습’ 이면에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숨겨져 있었다는 이야기다. 지난 25일 방송은 제작진의 배려(?)가 돋보인 한 회였다. 현재 ‘공식 욕받이’로 등극한 시즈카의 시누이(고유경)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오해를 풀어주는 시간을 마련한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시누이가 보여줬던 경악스러운 ‘악행(!)’들, 세상의 모든 며느리들의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던 그 배려없는 행동들이 실은 악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시누이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상처 많은 사람이라는 애잔한 스토리텔링이었다. 과연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꾸민 반전은 성공했을까? 오해는 풀렸을까? 솔직히 말하면, ‘글쎄요.’에 가깝다. 되레 ‘그것이 오해였나?’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번에 할아버지 돌아가시면서 제가 느낀 게 뭐냐면요. 세상에는 가족밖에 없더라. 가족밖에 없어, 진짜. 제가 오늘도 이렇게 작은아버지하고 창환이하고 데면데면한 거 보면 저도 마음이 아파요. 저는 작은아버지하고 창환이가 사로 마음을 열고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시누이가 기획하고, 시즈카가 준비한 문제의 집들이는 사실 고창환과 그의 아버지 간의 데면데면한 관계를 해소시키기 위한 시누이의 깜짝쇼였다. 어찌보면 가족의 화합을 도모한 기특한 일이고, 고마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굳이 몰랐어도 될 고창환의 가족사가 만천하에 알려지게 됐으니 가족들 입장에서 (허락을 했으니 방송이 될 수 있었겠지만) 달가운 일인지는 모르겠다. 


외부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과거 고창환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국제 결혼이라는 이유로 아들의 결혼을 반대해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고창환의 입장에선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다. 게다가 모든 결정을 독단적으로 해버리는 독불장군 아버지를 보며 고생하는 엄마가 안쓰럽게 느껴졌으리라. "어머니가 소외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말은 드러나지 않은 진짜 문제를 보여준다. 


"언니는 너무 가족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일찍 떨어져서 살다보니 가족이라는 단어에 그리움 있고, 지금 결혼 안 하고 혼자 사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시누이의 입장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부자 간의 불화를 풀어주기 위해 집들이 자리를 마련했던 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시즈카의 변호처럼 가족이라는 단어에 그리움을 갖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과연 ‘오해’가 풀어졌을까? 아니, 그건 정말 오해였던 걸까? 시누이는 “가족밖에 없”다고 강변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가족의 범위 안에 시즈카가 포함돼 있는지 의문이다. 


그동안 방송을 통해 보여졌던 시누이의 언행, 다세 말해서 시즈카를 대하는 시누이의 태도는 굉장히 무례했다. 거기에 어떤 존중도 없었고, 어떤 배려도 존재하지 않았다. 눈앞에서 막말을 쏟아냈고, 면박을 주기 바빴다. 아이가 있는 곳에서 시즈카에 대한 뒷담화까지 늘어놓았다. 집들이만 해도 그렇다. 설령 그것이 선의의 의도라 하더라도, 아무것도 모르던 시즈카는 집들이 음식을 장만하느라 생고생을 해야 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고창환의 가족 내에서 시즈카가 소외되어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애시당초 ‘며느리’라는 위치가 그런 처지인 것도 사실이지만, 시즈카가 일본인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하는 듯 보인다. 지난 방송에서도 의아했었는데, 아무리 시누이가 불렀다고 하더라도 시어머니가 자신의 며느리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는 건 ‘무시’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시즈카의 훈육 방식에 대해 지적하는 아버지에 대해 고창환이 단호하게 대응한 것이다. 중간에서 적절하게 개입함으로써 시즈카가 공격당하지 않도록 막아줬다. 이는 분명 칭찬할 일이지만, 아버지와의 불화 사실을 아내에게 몇 년 동안이나 말하지 않은 건 문제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그 역시도 아내와 상의하지 않는 아버지를 닮아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제작진은 못된 시누이의 반전 모습을 통해 감동을 이끌어 내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시누이의 행동은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선의만 부각시키는 오지랖처럼 보였다. 또, 그가 전부라고 말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과연 시즈카가 포함돼 있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 더 나아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들이 처해 있는 고립된 상황을 더욱 적나라하게 느끼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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