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없는 주꾸미집 솔루션, 상생의 가치를 일깨운 탁월한 선택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홍은동 포방터시장' 편의 주인공은 단연 '홍탁집 아들(권상훈)'이었다. 그의 갱생(更生) 여부는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고,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는 명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백종원의 술루션이 '선을 넘었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지난 5일 방송에서도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이 홍탁집에 배분됐다. 


결론만 놓고 보면, '백종원의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는 성공리에 끝이 났다. '드라마'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홍탁집은 닭곰탕집으로 재탄생했고, 홍탁집 아들은 '개과천선'했다. 아들이 끓인 닭곰탕을 맛 본 어머니는 흐믓한 웃음을 지었다. 이관원 PD는 "촬영이 끝났음에도 백 대표님은 수시로 방문을 해 점검을 하거나 살갑게 격려를 해주신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홍탁집 아들의 임팩트가 워낙 강렬했던 탓에 다른 가게들이 묻혔는데, '돈까스 끝판왕'이라 극찬을 받은 돈까스집은 손님들이 몰려들어 대박이 터졌다. '매출이 줄면 책임을 지겠다'는 백종원의 각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사장님의 장인 정신이 빛났고, 홀을 책임지는 아내의 역량이 돋보였다. 막창집은 갈매기살의 껍질을 제거하는 바람에 난리를 겪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한 성공을 거뒀다. 서로 격려하는 부부의 금슬이 보기 좋았다.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곳은 형제가 운영하는 '주꾸미집'이었다. 백종원은 주불(주꾸미 볶음+돼지 불고기) 세트를 먹고서 "젊음을 느끼게 하는 맛"이라며 "우리 과에서 제일 밥 못하는 애가 끓인 맛이 난다"며 혹평을 했다. 맛도 없었을 뿐더러 냄새도 이상했다. 조보아는 "성내동 짬뽕집에서 맡았던 쉰 고기 냄새"가 난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나 다를까, 제작진과 조보아는 배탈이 났었다고 한다. 


주꾸미집 형제는 음식에 대한 기초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위생 관념도 없긴 마찬가지였는데, 돼지 불고기를 전기밥솥에 보관해 백종원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또, 손질이 이미 끝난 상태의 냉동 주꾸미를 센 물에 해동하고, 밀가루로 세척해 주꾸미의 맛을 없애놓았다. 거기에 녹차물에 9시간씩 담가놓기까지. 주꾸미에 대한 기본 상식은 갖추지 않은 채, 백종원의 말처럼 "나쁜 것만 벌써 배웠"던 장사 초짜들이었다. 


방송의 '재미'는 홍탁집으로 기울었지만, 지난 방송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오히려 '주꾸미집'에서 포착됐다. 다름 아니라 <백종원의 골목식당> 3회에 출연했던 소담길 식당 사장님들이 주꾸미집을 방문했던 것이다. 다들 십 수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들이었다. 특히 주목을 끌었던 건 17년 경력을 자랑하는 공덕동 주꾸미집 사장님 '쭈장군(신희순)'이었다. 



"주꾸미 사장님은 특별히 모셨죠. 왜냐하면, 제대로니까. 잘 좀 얘기해서.. 어떻게 양념이라도 좀 가르쳐 주지 않을까.."


백종원이 골목식당의 선배이자 요식업의 대선배들을 모신 이유는 '쏜소리'를 위해서였다. 이제 갓 요식업에 발을 들인 후배들에게 따끔한 지적과 함께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반찬이 좀 부실한 거 같아"," 근데, 이렇게 집게로 하는 것보다 납작한 국자로 하는 게 불안해 보이지 않아요.", "미나리를 올려봐." 등 경험과 관록에서 우러나온 조언들이 쏟아졌다. 


또, 철판주꾸미에 대해선 '첫 입에 텁텁한 게 먼저 느껴진다', '주꾸미에 비해 햄이 많이 들어갔다.', '햄보다 어묵이 더 맛있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그들은 아낌없이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려 했다. 백종원도 소담골 시스터즈의 경력에서 비롯된 조언과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면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백종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고편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주꾸미집 형제의 갱생을 맡은 건 백종원이 아니라 쭈장군이었다. 기초가 부실한 형제들을 위해 주꾸미 손질에서부터 레시피까지 모든 걸 세세히 가르쳤다. 쭈장군은 "내가 이걸 해서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마음으로 해주고 싶은 거야"라며 상생의 의지를 다졌다. 이와 같은 '연대'야말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진정한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백종원에게만 기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렇듯 백종원(과 방송)의 도움을 받고 성장했던 이들이 또다른 백종원이 돼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갖춰지는 게 이상적인 구도라 할 수 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다시 한번 방송에 소개되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 백종원이 대단한 건, 이런 상생의 시스템을 조금씩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쭈장군을 통해 주꾸미집 형제들을 돕게 한 건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백종원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큐베이팅 프랜차이즈 모델'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며, "프랜차이즈에 뛰어들고 싶은데 노하우가 없는 외식업자들에게 단계별 가이드와 식자재공급까지 해결해주는 일종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전문 인력 양성부터 창원 지원, 식자재 물류까지 창업자에게 마케팅 노하우 전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그가 꿈꾸는 목표가 점차 구체화되는 듯하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