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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황정음', 그녀의 성장이 고맙다

너의길을가라 2015. 9. 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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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믿고 보는 황정음'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것 말이다. 황정음은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결국 그들이 만들어놓은) 편견에 맞서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착실히 쌓아나갔다. 다른 여배우들처럼 '예뻐보이는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연기를 잘하는 것'에 집중했다.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 카메라 앞에 섰다. 그 결과, 그녀의 이름 앞에는 '눈물의 여왕', 로코퀸'이라는 별명이 자연스레 붙게 됐다.



"사실 제가 '연기 잘한다'는 칭찬을 들은 건 KBS2 <비밀>이 끝난 후부터예요. MBC <거침없이 하이킥> 할 땐 그저 시청자에게 예쁨을 받는 정도였죠. <비밀>이란 작품을 하면서 제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치열하게 연구하는 법을 배웠고 제작진에게 요구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예전만큼 연기하는 게 무섭진 않아요. 다만 이런 게 또 매너리즘이 될까 봐 긴장감은 갖고 있어요." 


걸그룹 '슈가'의 황정음을 벗어던지고, 연기 전업을 선언할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보냈다. MBC 시트콥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예쁨'을 받았지만, 당시만 해도 '연기자'라고 부르기엔 한참 부족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했다기보단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고 한바탕 '까분' 것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황정음은 이러한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정립된 '황정음'이라는 캐릭터를 당장 소비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정극에 도전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주연을 꿰차기보다는 주조연급의 캐릭터를 고른 것도 영리한 선택이었다. 무려 60부작에 달하는 SBS 드라마 <자이언트>는 황정음이라는 배우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연기력 논란이 뒤따랐고, 안티는 기본이었다. 






황정음은 좌절하고 실망하기보다는 '노력'으로 자신을 둘러싼 우려를 극복해냈다. MBC 드라마 <골든타임>은 이성민과 이선균의 케미로 더욱 유명하긴 하지만, 장재인 역을 맡은 황정음도 대배우들의 연기 속에 무던하게 녹아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KBS2 드라마 <비밀>을 통해 그녀는 드디어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아니, '배우'로 인정을 받게 된다. 연기력 논란도 사그라들었고, 안티도 모습을 감췄다. 


<비밀>을 통해 '2013 KBS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여배우로서 우뚝 선 황정음은 차기작으로 SBS 드라마 <끝없는 사랑>을 선택했다. 드라마에 대한 평가라든지 시청률에선 아쉬움을 남겼지만, "<비밀> 끝나고 시시해서 다른 작품을 못하"겠던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작품이었다. 결과적으로 드라마 완성도 면에서 부족함이 있었고,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도 약했지만, 황정음은 반성을 통해 또 한 번의 성장을 하게 된다. 



"그동안 코믹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하이킥 때 이상으로는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 인생에서 그 때만큼의 에너지는 못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기에 더 욕심을 부렸다. 그렇게 <비밀>을 하게 됐고 <끝없는 사랑>을 연달아 하게 됐다. 하지만 연기라는 것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킬미 힐미>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그동안의 작품을 통해 얻을 것을 혼합해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정극'을 통해 내공을 쌓은 황정음은 드디어 자신의 가장 확실한 '무기'를 꺼내들기 시작한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 만들어놓았던 '황정음' 특유의 코믹 캐릭터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KBS2 드라마 <킬미, 힐미>의 성공은 시나리오와 드라마의 뛰어난 완성도나 지성의 1인 7역 연기 덕분이기도 했지만, 황정음의 살신성인에 가까운 코믹 연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몸개그도 불사하는 그녀의 투혼은 황정음을 다른 여배우들과 '구분'짓게 만드는 가장 큰 장점이다. 거기에 정극 연기를 통해 쌓아온 연기 내공들이 그녀의 코믹 연기를 치우침 없게 만든다. 이제 황정음은 사람들을 웃기다가도 울릴 수 있는 경지에 오른 배우가 된 것이다. <킬미 힐미>는 바로 그 결과물이었다. 



지난 16일 첫 방영된 <그녀는 예뻤다>는 출중한 외모를 가졌던 여주인공 김혜진(황정음)이 폭탄머리, 주근깨 등 외모 '역변'의 과정을 거친 후 첫사랑 지성준(박서준)과 재회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황정음을 위한 드라마라고 할 만큼, 그녀는 다채로운 모습들을 드라마 속에서 뿜어낸다. '믿고 보는 황정음'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코미디 연기에 물이 오른 모습이다. 


경쟁작인 <용팔이>가 20%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어 험난한 행보가 예상되지만, 드라마 자체가 발랄하고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도 금세 형성되는 만큼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봄직하다. '어쩜 저렇게 망가지는 것도 사랑스러울까?'라는 감탄을 자아내는 진정한 '로코퀸'으로 등극한 황정음이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체불가'의 여배우로 성장해준 그녀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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