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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에게 냉혹한 대중, 그 잣대는 공평한가?

너의길을가라 2015. 9. 2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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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인 전제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보자. 스타는 대중의 사랑(지지라고 표현해도 좋다)을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다. 다시 말해서 스타의 존재 이유는 대중이며, 대중의 사랑이 없다면 스타는 존재할 수 없다. 공인(公人)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유명인도 그에 걸맞은 도덕적 책무를 갖는다. 공인이든 유명인이든 이러한 전제와 도덕적 책무를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전제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CF를 비롯해 각종 출연료와 행사비로 스타들이 챙기는 '돈'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그들은 자신의 '인기'에 비례해 '값'이 매겨지고, 각종 매체에 '노출'됨으로써 '수익'을 챙긴다. 그러기 위해선 '자기개발'이 필요한데, 가수들은 노래를 연습하고, 배우들은 연기에 매진하고, CF스타는 이미지를 가꾸고 또 가꾼다. 물론 그들에겐 족쇄와 같은 제약들이 따르지만, 이는 '딴따라'들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 


가령, CF를 통해 수익을 얻는 스타들의 경우에는 '대부업체' 광고는 피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를 따라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게 웬말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뻔한 대부업체 광고가 유명 스타의 이미지로 '세탁'돼 TV로 방송되는 것이 어찌 바람직하다고 하겠는가? 대중의 사랑이 존재 이유인 스타들이라면, 이 정도의 도덕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연기'가 아닌 'CF'로만 활약 중인 '배우'라고 하기엔 민망한 '스타' 고소영은 일본계 종합금융그룹 J트러스트의 브랜드 광고 계약을 맺었는데, 이 광고가 브라운관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스타가 CF 계약을 맺는 것이 별다른 일은 아니지만, 'J트러스트'라는 기업의 정체가 JT친애저축은행, JT캐피탈, JT저축은행을 보유한 대부업을 하는 금융회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약칭 : 대부업법)


제9조(대부조건의 게시와 광고) ⑤ 대부업자등은 다음 각 호에 따른 시간에는 「방송법」 제2조제1호에 따른 방송을 이용한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신설 2015.7.24.> 1. 평일: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및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2. 토요일과 공휴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대부업체나 저축은행들은 대부업법 개정(2015. 7. 24)에 따라 평일 오전 7시~9시, 오후 1시~10시, 토요일과 공휴일 오전 7시~오후 10시에 TV 광고를 할 수 없다. 하지만 고소영이 출연한 J트러스트 광고는 '개별 상품 광고'가 아닌 '브랜드'만을 홍보하는 광고이기 때문에 이러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고소영'을 이용한 일종의 '우회노선', 좀더 직접적으로는 '꼼수'라고 볼 수 있다.



고소영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들이 많았던 터라 대중들의 뭇매는 충분히 예상됐지만, 여기에 고소영 측의 잘못된 '해명'이 더해지면서 비난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고소영 측은 "고소영 씨가 특정 대부업체와 계약한 게 아니라, 기업모델로서 계약한 건데 기사가 왜 계속 그런 쪽으로 나가는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곧 <해럴드경제>의 고소영 日 기업 광고 논란, 해명이 너무 옹색하다 는 기사의 반박에 직면했다.


"고소영씨가 모델로 활약하는 J트러스트는 종합금융그룹으로 그룹사는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은행 저축은행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J트러스트는 계열사의 업무를 조정하는 지주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계열사 중 저축은행이 수신과 여신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지만 온라인 광고의 경우 대출을 목표로 광고를 하고 있어 대출상품이 노출되고 있을 뿐이다" (J트러스트 홍보부 정찬영 부장) 


"물론 아예 생각을 못한 건 아니다. 그룹 모델 계약을 체결한 것이긴 하지만 그룹 내에 그런 게(저축은행, 캐피탈 등 대출업체) 있으니까. 그런 쪽으로 이미지가 비춰지는 건 우리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엔 안 하려 했는데 기업모델로만 하자는 피드백이 와서 계약서에서도 그런 내용은 다 빼고 진행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비춰지니 난감한 상황이다." (고소영 측)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고소영 측의 해명의 전체적인 맥락을 살피더라도 이해가 선뜻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고소영 측이 '모르고 속은 것'이 아니라 J트러스트의 계열사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난 후 계약을 맺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J트러스트와의 계약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좀더 심사숙고 했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다만, 지금의 사태를 돌아보면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은 '고소영을 향한 비난'이 공정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4년 말 무렵부터 대부업체들의 안방 공략은 노골화됐다. 김하늘, 최민수, 최수종, 한채영, 이보영, 이영아, 조민기, 조원석, 윤해영, 장윤정, 제시카 고메즈 등 스타들이 너도나도 대출 광고를 찍기 시작했다. 스타들의 이미지가 왜곡시킨 대부업의 고금리 사채가 서민들의 삶을 할퀴고 지나갔다.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인식한 스타들은 더 이상 같은 광고에 출연하지 않는 결정을 했다. 김하늘의 경우에는 위약금을 물고 광고 계약을 해지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신구, 이경영, 김응수, 오지호 등은 여전히 대부업체 광고에 버젓이 출연하고 있다. 유머러스 내용을 담고 있는 CF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대부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뽑아냈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 다시 한번 물어보자. 과연 우리는 이들에 대해서도 고소영에게 가해지는 냉혹함을 유지하고 있는가? 우리의 비판은 공정함을 유지하고 있는가?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의 '대중들로부터 얻은 큰 인기를 바탕으로 연기도 하지 않고 CF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면 그 정도의 개념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허탈할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다. 여기에 동조하는 대중들의 '환호'도 절망적으로 느껴진다. 대중들로부터 얻은 큰 인기를 바탕으로 '연기를 했다면', 그 정도의 개념은 없어도 된다는 말인가? 비판의 포인트가 도대체 무엇인가? 이는 고소영 개인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에 바탕을 둔 싸구려 비난에 지나지 않는다.


대중들의 사랑이 존재 이유인 유명 스타들이 '업무'와 관련해서 최소한의 도덕적 책무를 다해야 하는 것은 무언(無言)의 약속이다. 이를 어겼을 때, 가해지는 비판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다만, 그 비판이 공정함을 유지하고 있는지, 적정선을 지키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은 대중들의 몫이다. 고소영은 비판받아야 마땅한 일을 저질렀지만, 우리의 비판이 '마땅한' 수준인지 의문이 든다. "안 그래도 싫었는데, 잘 걸렸다"는 식의 돌팔매질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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