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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미학과 소통의 미학, 남다른 <동상이몽>의 가치

너의길을가라 2015. 9. 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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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同床異夢) : 한 자리에서 같이 자면서도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같이 행동하면서 속으로는 각기 딴생각을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일반인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KBS2 <안녕하세요> 이후로 단물 다 빠진 거 아냐? 식상한 고민 해결 프로그램 아냐?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다소 불안했던 출발과는 달리 어느덧 22회까지 방영된 <동상이몽>은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명확히 하면서도 시청률과 호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 나가고 있다. 


<동상이몽>은 '사춘기 자녀와의 관계 회복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모토를 내걸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사춘기 초·중·고 일반인 10대 자녀와 부모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듣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보는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여기까지'라면 여타의 '평범한' 기존의 고민 상담 프로그램들과 무슨 차별성이 있겠는가? 



<동상이몽>의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콘셉트는 자녀와 부모, 양측의 엇갈린 주장이 담김 평소 생활을 VCR로 담아 '균등'하고 '동등'하게 보여준다는 데 있다. '애SAY', '맘SAY', '빠SAY' 등 이 영상들은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내 모습이 저랬었나?'라는 반성의 기회를 제공한다. 카메라라는 제3의 시각은 '부감적(俯瞰的)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녀에게 폭언을 상습적으로 내뱉는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바라본 부모는 낯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비단 방송에 출연한 부모만의 문제일까? 반면, 부모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무시하거나 말대꾸를 하는 등 짜증을 내는 자녀의 모습들은 그들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동상이몽>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숱한 '충돌'을 여과없이 담아낸다. 



'자녀의 입장에서 바라본 나' 혹은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본 나'의 모습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이해의 폭은 한층 넓어진다. 막혀 있던 대화의 통로가 열리기 시작하고, 닫혀 있던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서로의 관점을 교차해서 보여주며 감동을 극대화하는 <동상이몽>의 콘셉트가 그 어느 때보다 돋보였던 건, 지난 9월 5일 방송됐던 34살의 최연소 아빠가 보여준 부성애였다. 


시작은 자신을 가사도우미로 생각하는 아빠 홍희선 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딸 예랑 양의 고민이었지만, 후반부에 홍희선 씨가 자신이 예린 양의 새아빠라는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처음 봤을 때 예린이가 6살이었다. 예린이가 저를 보자마자 한 말이 '아빠'였다. 그 순간 저는 그냥 이 아이의 아빠라고 느꼈다"는 고백에 스튜디오는 눈물바다가 됐고, 시청자들도 깊은 감동을 느꼈다.



핑크색 옷과 반바지를 못 입게 하는 보수적인 아버지와 딸의 갈등을 다룬 12일 방송분이나 모델이 꿈인 아들을 반대하며 울릉도만 고집하는 엄마의 갈등을 다룬 19일 방송도 마찬가지로 '반전'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처럼 '감동'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제작진의 일정한 개입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그 시도가 봐줄 만 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부모 세대가 청소년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현실을 짚어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상이몽>에 등장한 여러 부모와 자식들은 물론,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반전'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자칫 그 손쉬운 '개입'에만 치우치진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무엇보다 <동상이몽>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눈에 드러난 갈등을 서둘러 '해결'하고 '봉합'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이 생겨난 '원인'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동상이몽>이 부모 세대와 자녀(청소년) 세대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소통'의 미학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일반인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프로그램들이 범했던 우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안녕하세요>가 마치 '화성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화 되었던 것은 가장 좋은 예이다. 


또, 제작진의 과도한 개입은 프로그램을 망치는 주요한 요인이다. 좀더 자극적인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 일반인 출연진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인데, 이미 <동상이몽>도 '스킨십 아빠' 편에서 같은 실수를 범하고 화들짝 놀란 바 있다. <동상이몽>만큼은 과거의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뒀던 패착을 두지 않고, 장수 프로그램이 돼 가정 내의 다양한 고민들을 담아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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