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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배달의 무도', <무한도전>은 자신의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너의길을가라 2015. 8. 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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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은 역시 '무한도전'이었다. 지난 22일에는 '영동고속도로 가요제'편이 방송돼 시청자들을 광란의 무대 속으로 초대하며 흥분의 도가니를 연출했다면, 이번 방송에서 그들의 도전은 감동의 영역에서 펼쳐졌다. 시청자들의 사연을 고이 준비한 음식과 함께 머나먼 곳에 떨어져 있는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배달의 무도'편은 저녁 식사를 하고 있던 시청자들에게 눈물바다를 선물했다.


칼럼리스트 정덕현은 판 키우는 '무도', 뭘 해도 사건이 되는 운명이라면 이라는 글을 통해 "이제 더 이상 뭘 해도 소소해질 수 없는 운명을 갖게 되었"다면서 "그렇다면 오히려 그 힘을 사회적으로 유용한 방식으로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 훈수의 의미를 잘 이해하면서도 굳이 핀잔을 주자면, 오늘 방송을 시청한 정덕현 씨는 아마 굉장히 까?



유재석은 태어나자마자 입양된 선영 씨를 만나기 위해 미국 노스캐롤리아나로 향했다. 그곳에서 마주한 선영 씨의 사연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선영 씨를 위해 친부모와 언니를 초대했고, 이들은 만나자마자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았다. 선영 씨의 어머니는 같이 있어주지 못한, 키우지 못한 미안함을 전했고, 선영 씨는 미소를 띠며 괜찮다고 위로했다.


거실의 소파에 둘러앉은 가족들은 선영 씨가 입양되던 때를 기억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선영 씨의 어머니는 "아이를 낳고 잠시 의식이 없는 사이 딸이 사라졌고, 가족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죽은 줄 만 알았다. 예전에는 딸이 많으면 입양을 보냈다. 그렇게 죽은 줄 알고 찾지 못했다"면서 선영 씨의 존재를 모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선영 씨는 "부모님이 자신을 보고 싶어 한다는 말에 한 걸음에 달려갔고 마침내 2007년 가족들을 만나게 됐을 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가족들을 보니 사랑스럽고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냐며 미워하는 감정은 전혀 없었다"면서 가족들을 향해 따뜻하고 상냥한 미소를 보냈다. 이처럼 그녀가 배려 깊고 사랑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으로 자란 이유는 <무한도전>이 준비한 두 번째 선물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선영 씨의 친부모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는 먼 길을 나선 그녀의 양아버지가 등장했다. 는 처음 만난 선영 씨의 친부모를 향해 "제 보물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 무엇보다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처음으로 선영 씨의 모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고, 그녀는 이 순간이 마치 꿈만 같다며 아이처럼 행복해했다.


<무한도전>은 선영 씨의 사연에서 멈추지 않고, 통역사 장윤희 씨의 눈물을 포착해 그의 남편 크리스 씨의 사연도 소개했다. 크리스 씨는 짧은 영상을 통해 "나는 1984년 5월 24일 인천 출생이다. 명성원이라는 고아원에서 입양이됐다. 지금은 대한사회복지회의 일부라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친부모님을 만나고 싶고 부모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고 싶다. 영상을 보면 연락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방송에는 마산 시청 열린 시장에서 발견돼 입양됐던 캐런 워런, 생후 6개월에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입양된 장 제리미 용호의 사연도 소개됐다. 또, 오클라호마주 털사에 있는 입양 가족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해 강의를 하는 곳을 찾아 그곳의 아이들과 김밥을 만드는 시간을 보내며 한국과 관련한 작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무한도전>은 '배달의 무도' 편을 통해 방송가에 범람하는 소위 '먹방'을 뛰어넘는 진정한 '먹방'을 보여줬다. 타지에서 고생하는 가족을 위해 진심을 다해 준비한 엄마의 음식들엔 맛을 뛰어넘는 감동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음식을 마주한 가족들은 음식 속에서 그리웠던 엄마의 손맛과 함께 엄마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동시에 그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선영 씨의 사연과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만난 입양 가족들의 사례를 통해 '입양'과 그와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은 더욱 의미가 깊다. 해마다 버려지는 아기들이 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해외 입양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순 있겠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지금의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친부모를 찾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통해 입양 가정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배달의 무도' 편은 다양한 고민거리를 던져줬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자신들의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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