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하늘을 걷는 남자>, 오금 저리는 이 미친 도전이 실화라고?

너의길을가라 2015. 10. 2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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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하늘을 걷는 남자(The Walk)

제작국가 : 미국

제작/ 배급 : UPI 코리아(배급), UPI 코리아(수입)

개봉일 : 2015년 10월 28일

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 조셉 고든-레빗, 벤 킹슬리, 샬롯 르 본

런닝타임 : 123분


자, 생각을 해보자. 412m 높이의 두 건물 사이를 줄로 연결하고 그 위를 걷는다? 아마 당신의 첫 반응은 '말도 안 돼!' 였을 것이다. 좀더 격하게 표현하자면 '미친 거 아냐?' 쯤 될까? <하늘을 걷는 남자>는 그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른 남자의 이야기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남자가 '실존'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하늘을 걷는 남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포레스트 검프>, <콘택트>, <캐스트 어웨이>를 통해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알렸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세상의 꼭대기를 정복한 남자, 불가능에 도전했던 줄타기꾼 필리페 페티(Philippe Peti)의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고 관객들 앞에 섰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하늘을 걷는 남자> 역시 로버트 저메키스 특유의 '휴머니티'가 진하게 담겨 있는데, 영화는 넘치치 않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줄타기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던 필리페 페티(조셉 고든-레빗)는 1968년 치과에 들렀다가 우연히 집어든 신문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꿀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된다. 세계 최고 높이의 뉴욕 쌍둥이 빌딩(월드 트레이드 센터(WTC)는 지상 411.5 미터로, 1974년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을 건설 중이라는 뉴스와 함께 엄청난 규모의 빌딩의 모습이 소개되어 있었다. 그 순간 페티는 치통마저 잊어버린 채 두 빌딩 사이를 줄로 연결해 그 위를 걷겠다는 꿈을 꾼다.


17살 소년이었던 페티는 그 때부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간다. 그야말로 '예술적인 쿠데타'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과 뜻을 함께할 '공범'을 모으는 한편, 오만코프스키 서커스 단장이자 자신의 멘토인 파파 루디(벤 킹슬리)에게 줄을 메는 방법부터 줄타기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운다. 가령, '볼트를 세 개 박아라'라든지 '단 세 걸음을 남기고 떨어져 죽는다'는 가르침은 오랜 경험을 가진 멘토만이 해줄 수 것이었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의 두 첨탑 사이를 오가는 첫 도전을 통해 필리페 페티는 자신의 꿈에 한걸음 더 다가선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온 페티는 치밀한 답사를 통해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 '예술적인 쿠데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아무도 모르게 잠입을 해 장비들을 옮겨야 했기 때문에 건물의 구조뿐만 아니라 인부들의 동선까지 파악해야만 했다. 이를 위해 페티는 여러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 건물 내부로 들어가 답사를 한다. 실제로도 필리페 페티는 헬리콥터를 동원해 공중 촬영을 하고, 용역업체 직원으로 신분증을 위조해 200번이나 사전 답사를 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거쳤다고 한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전반부는 필리페 페티에 대한 소개와 그가 줄타기를 하게 된 이유, 그리고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걷는 꿈을 갖게 되는 계기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져 있다. 여기까지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이 여백을 조셉 고든-레빗이 직접 등장하는 내레이션으로 채워 관객들의 집중력을 살린다. 후반부 40분은 쌍둥이 빌당 사이를 줄로 연결하는 과정과 필리페 페티가 줄 위를 걷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감이 넘치는 대목이다. 




"첫발을 내딛는 순간 마지막 발을 디딜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 그건 일종의 믿음이다." (필리페 페티)


1974년 8월 7일 오전 6시 45분, 드디어 필리페 페티는 높이 412m, 길이 42m, 폭 2cm미터의 줄 위에 올라섰다. 안전장치는 없었다. 오로지 장대 하나만이 손에 쥐어졌다. 그리고 그는 한번도 아니고 무려 여덟 번이나 양쪽 건물을 오갔다. 자그마치 45분 동안이었다. 줄타기를 마친 후 경찰에 체포된 페티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난 세상 꼭대기에서 춤을 춘 사람이에요" 그의 도전은 '20세기 최대의 예술 범죄사건'으로 명명됐고,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 대통령을 제치고, 1면 뉴스로 기록될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하늘을 걷는 남자>는 자극적인 요소 없이 묵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 라인이 전개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중반까지는 다소 심심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필리페 페티가 동료들과 함께 쌍둥이 빌딩에 잠입해 줄을 설치하는 후반부로 접어들면 팽팽한 긴장이 시작되고 몰입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미리 세워뒀던 계획들에 차질이 생기고, 위기가 이어지지만 포기하지 않는 페티의 불굴의 도전정신은 관객들의 마음을 벅차게 만든다. 그의 도전을 마음 깊이 응원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이 꽉 쥐어져 있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다.



페티의 도전정신에 찬사를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로 페티의 말도 안되는 도전을 함께 했던 동료(공범)들의 존재다. 혼자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반대편 건물에서 줄을 연결하고 마지막까지 그를 지켜봐준 친구 장 피에르가 있었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친구가 110층의 건물 외벽에 붙어 몸을 덜덜 떨면서도 줄을 수평으로 조였기 때문에, 페티의 도전을 시종일관 지지하며 그의 버팀목이 되어준 연인 애니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1년 이후로 '테러'와 동일어처럼 여겨졌던 쌍둥이 빌딩은 <하늘을 걷는 남자>로 인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됐다. 이 영화가 갖는 또 다른 의미는 쌍둥이 빌딩에 새겨진 눈물과 분노의 이미지를 꿈과 희망으로 바꿔버리는 데 있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 이 특별한 영화를 만들어 낸 최고의 공은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 조셉 고든-레빗에게 있다. "조셉 고든 레빗의 연기를 향한 열정과 수많은 연습을 지켜보며 이 영화의 완성도에 1%의 의심을 하지 않았다"던 필리페 페티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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