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두 번의 거부 끝에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유족들을 직접 만났다. 그리고 두 번의 간접사과 후에야 유가족 앞에서 직접 사과를 했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대통령이 유가족들을 만난 것은 분명 잘한 일이지만, 만남이 이뤄진 과정이나 시기적인 부분들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4월 20일, 당시 실종자 가족 대표단이 청와대를 방문하고자 했지만 경찰은 이를 저지했다.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하려던 계획이 방해를 받자, 실종자 가족 약 150여 명은 도보로 약 11km를 걸어 진도대교로 향했다. 경찰은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대교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섰다. 그 순간, 진도대교는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에 가득찬 고함과 오열로 가득했다.
지난 5월 9일 오전 3시, 세월호 유가족들은 다시 한 번 청와대를 방문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이번에도 경찰은 어김없이 유가족들을 가로막았다. "살려주세요. 못난 부모 마음을 알아달라", "조금만 터줘요. 기어갈께요. 이 인원으로 애들을 구해주죠" 유가족들은 경찰 앞에 무릎을 꿇었다.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대통령은 끝내 유가족들의 면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례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박 대통령이 좀더 일찍 유가족들을 만나 직접 위로와 사과를 건네고, 유가족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면 어땠을까? 그런 부분들이 여전히 아쉽지만, 어찌됐든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측에 면담을 요청했고, 청와대에서 직접 만났다고 하니 더 이상 지나간 일을 끄집어내지 않도록 하자. 무엇보다 앞으로의 일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를 만난 자리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의 안전시스템을 근본부터 다시 바로잡고, (이를) '국가대개조'라는 수준으로 생각하면서 사회의 기초부터 다시 세우는 것이 안타까운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일"이라면서 "관련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고 안전시스템부터 공직사회 개혁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처음부터 현장을 지켜본 유가족 여러분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모시게 됐다. 의견을 주시면 꼭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 여러분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이제서야 한 것일까? 지난 일에 대한 아쉬움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으니 이 정도로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박 대통령은 '국가대개조'를 언급하면서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고, '하나하나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일까? 당연히 그 부분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에 유가족 대표는 "제 아이를 포함한 많은 희생자들이 우리나라 역사에, 또 세계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가장 가치있고 고귀하게 만들어주시는 것이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 대해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을 들어보고자 온 것이다. 정부에서 구상하는 방안이 어떤 것이 있는지 한번 여쭤보고 싶다." 면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물었다.
박 대통령은 유가족의 물음에 "(사고가) 있기 전과 또 그 후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로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걸 두고 동문서답이라고 하는 것일까? 이런 대답을 들어야만 했던 유가족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대통령이 원론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향후 대국민담화에서 밝힐 내용이기 때문에 아껴둔 것일까? 아니면 아직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일까? 매번 이런 식의 동문서답이 이어지니 '수첩공주'라는 비아냥이 나도는 것 아니겠는가?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 <한겨레>에서 발췌 -
(부분 발췌)
셋째,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현장 관련 공무원에서 교육기관, 정부부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련 공무원, 국회, 언론, 및 관련 민간인을 그 조사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그 언행, 여러 쟁점 관련 결정 및 집행 책임소재, 그 시기, 내용 및 방식 등의 적절성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3. 대통령께 요청 드립니다. 진정한 진상규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입니다. 저희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위기를 낭비하지 않는 대통령으로서 국가적·사회적 재건에 앞장서 주십시오.
대통령을 만나기 전,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안산 와스타디움 2층 기자실에서 진상규명에 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가족대책위는 "현장 관련 공무원에서 교육기관, 정부부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련 공무원, 국회, 언론, 및 관련 민간인을 그 조사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그 언행, 여러 쟁점 관련 결정 및 집행 책임소재, 그 시기, 내용 및 방식 등의 적절성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사 대상 범위에 대통령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또, "진정한 진상규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라면서 대통령이 "국가적·사회적 재건에 앞장서" 달라고 요구했다. 유가족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박 대통령이 과연 유가족들의 요구 사항은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숱한 의혹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부정과 부패가 깊숙이 뿌리내린 대한민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가 말하는 '국가대개조'는 정말 가능한 것일까?
- <뉴시스>에서 발췌 -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놓고 볼 때, 역시 기대보다는 아쉬움과 실망이 더욱 크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일까? 그렇진 않은 것 같다. 가족대책위는 대통령과의 면담이 끝난 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금은 위로보다는 대책이 구체화 돼야 하는 시점인데 대통령은 열심히 하니 지켜봐주고 소통하겠다는 추상적 표현으로 일관해 아쉬운 면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유가족과의 만남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리고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물론 "특검과 국정조사를 하고 특별법을 만들고, 공직자윤리법과 그간 통과가 안된 부패방지법 등 부정부패를 원천 방지할 수 있는 게 다 통과돼 기반을 닦은 뒤 투명하게 결과를 유족 여러분에게 공개하겠다"면서 특검과 특별법을 언급하긴 했지만, 이 또한 원론적 차원의 언급으로 보인다.
- <뉴시스>에서 발췌 -
이렇게 되자 언론에서는 대국민 담화를 앞두고 수순을 밟는 사전작업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다음주 초에 대국민담화를 발표한다고 하니 일단 기다려볼 일이지만, 딱히 큰 기대가 되진 않는다. 아마 국민 대다수가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데, 대국민담화를 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그것이 기대보다 아쉬움과 실망이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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