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KBS <뉴스9>의 19분 방송이 의미하는 것

너의길을가라 2014. 5. 2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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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9>는 '손석희 효과'를 통해 '정론'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지난 4월 29일 JTBC <뉴스9>의 시청률은 5.401%를 기록하며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5.4%)를 살짝 앞지르기도 했다. 당시 SBS 8시 뉴스는 6.4%였다. 이후에는 다시 소폭 하락해서 지난 14일 방송된 JTBC <뉴스9>의 시청률은 3.224%였다.


비록 3~5%의 시청률이지만 JTBC <뉴스9>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시청하는 이용자들의 수가 상당히 많고 시청하는 연령층도 20~30대가 많기 때문에 그 파급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SNS를 통해 퍼져가는 속도 역시 매우 빠르다. 진보적인 성향의 시청자의 유입이 두드러지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진실'을 갈구하는 중도적 성향의 시청자들도 JTBC <뉴스9>을 의지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보며 코웃음을 치는 '그들'이 있었으니, 바로 KBS <뉴스9>와 청와대다. 지난 주 주간 시청률을 확인해보자. KBS <뉴스9>의 시청률은 무려 18.6%다. 단순 계산을 해봐도 JTBC <뉴스9>의 3~5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JTBC <뉴스9>가 약간의 파동을 일으키는 수면을 의미한다면, KBS <뉴스9>는 꿈쩍하지 않는 심해(深海)를 연상시킨다. 


상대적으로 KBS <뉴스9>를 시청하는 연령층은 고령층이 많고, SNS를 비롯한 인터넷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유일한 뉴스 습득 창구가 KBS <뉴스9>인 경우가 많다. 언론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KBS 사장은 그만큼 중요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무려 18.6%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자리가 아닌가? 그것도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유권자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18.6%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KBS <뉴스9>가 얼마나 정권에 개처럼 '충성'을 다해왔는지 굳이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논란들을 보면 KBS가 얼마나 썩어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러한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던, 흑은 애써 외면하고 있던 18.6%는 어제 방송된 KBS <뉴스9>를 보고 깜짝 놀랐을 것이다. 



- KBS <뉴스9> 화면 캡쳐 - 


지난 19일 방송분은 KBS 기자협회 제작거부로 19분만 방송됐다. 최영철 앵커가 뉴스에 불참한 가운데 이현주 앵커만 단독으로 진행된 <뉴스9>는 "KBS 기자협회 제작거부로 저 혼자 진행하게 됐습니다. 이 진통을 계기로 좋은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시작됐고, 뉴스에는 KBS 기자협회, KBS 양대노조(KBS노조·KBS 본부)의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도 보도되기도 했다. 


물론 길환영 KBS 사장은 KBS 기자협회와 KBS 양대노조의 사퇴 요구에 "지금은 사퇴할 시기가 아니다"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지만 이 상황에서 사퇴 이야기를 하는 건 부적절하다"면서 거부의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러면서 길 사장과 청와대의 외압 사실을 폭로했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주장을 허위이자 날조라고 되받아쳤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KBS 길환영 사장 - 


길 사장은 "제가 PD 출신 사장이다 보니 보도 메커니즘을 소상히 알지 못한다. 단순한 의견 개진이지 지시나 개입은 전혀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논란을 피해가려고 했지만,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물론 '의견 개진'이라는 표현 자체도 신뢰할 수 없지만, 설령 이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보도국장의 입장에서 사장의 '의견 개진'을 '지시나 개입'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또, 길 사장은 "기자 직종 이기주의도 있는 것 같고 1·2 노조가 명분 없는 불법 파업을 하기 위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를 '복합적인 파워게임 양상'으로 규정했다. 노조에 대한 이런 식의 흠집내기는 그동안 늘상 있어왔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 JTBC <뉴스9> 화면 캡쳐 - 



그런데 이를 어찌할까. 어제 방송된 JTBC <뉴스9>는 KBS 기자협회가 공개한 '보도 외압 일지'를 보도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추가로 공개한 자료에는 길환영 사장이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고 지시한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데, 김 전 보도국장은 일지에서 "길환영 사장이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4차례에 걸쳐 9시 뉴스 제작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또, 일지에는 청와대가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고 일관되게 요구한 것과 뉴스 시작 15분 전에 대통령의 사과를 부각할 것을 지시한 것, 큐시트를 보고 뉴스 편집에도 개입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충분히 짐작했던 부분이긴 하지만, 당사자(보도국장)의 입을 통해 직접 이러한 내용을 확인하게 되니 새삼 놀랍고 충격적이다. 그리고 더할나위 없이 참담한 심경이다. 




- JTBC <뉴스9> 화면 캡쳐 - 


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렬히 반성하라'고 회견했던 내용을 뉴스 자막으로 넣은 것에 대해 길 사장이 전화를 걸어 '당장 빼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포함되어 있다. 그 외에도 박근혜 대통령 기사가 빠져 있자, '헤드라인에서 2분째로 올리라'고 지시했다는 주장도 들어있다.


KBS가 얼마나 정권에 길들여져 있고 종속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권력에 나팔수로 전락한 언론을 대한민국 국민의 18.6%가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안대'를 찬 채 살아왔단 말인가. 


그렇기 때문에 어제 방영됐던 KBS <뉴스9>의 19분 방송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과연 18.6%는 수상쩍음을 감지했을까? 구린내를 넘어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있는 언론의 실체를 깨달았을까? 내가 보고 있던 뉴스가 '외압'에 의해 '왜곡'된, 뉴스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조악한 것이었다는 '진실'을 깨달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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