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에서 발췌 -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세 번의 인사를 발표했다. 첫 번째는 5월 7일 국가정보원 2차장에 김수민 전 인천지검장을 임명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5월 11일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우병우 전 대검 중수1과장을 임명한 것이었다. 특히 우병우 민정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주임검사라는 점에서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노 전 대통령 수사의 주임검사로 도를 넘은 피의사실을 공표해 급기야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을 어떻게 임명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또 한 번의 매우 중요한 인사가 단행됐다. 바로 박효종 전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를 방송통신심의원장으로 내정한 것이다. 또, 방송통심심의위원으로는 함귀용 전 대검공안연구관을 내정하면서 공안검사를 주요 보직에 발탁하는 기존의 인사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를 두고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좀처럼 자기 스타일을 못 바꾼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지율 하락 등 위기가 오자 오히려 보호본능이 발동하는 것 같다"며 쓴소리를 했다. 물론 이러한 비판적 목소리는 대통령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인사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방송 통제 + 보은 인사'라고 정리할 수 있다. 우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에는 그 설치목적이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 조성하기 위함"이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와 같은 설치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해왔을까?
지금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해왔던 일을 간략히 정리하면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언론은 제재하고, <TV 조선>과 <뉴스 A> 등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종편 방송이 무슨 '짓'을 하든 눈 감아주고 철저히 엄호하는 것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와 CBS < 김현정의 뉴스쇼 >에 대한 중징계이다.
JTBC <뉴스9>의 경우에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청구 관련 보도'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이유였고, < 김현정의 뉴스쇼 >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했던 박창신 천주교 전주교구 원로신부를 인터뷰한 것이 문제가 됐다. 물론 방송통심심의위원회가 내세운 주장과 논리는 모두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저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따름이다. 일종의 길들이기인 셈이다.
한편, 종편 방송들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극우 성향의 인사들의 발언들이 여과없이 방송되는 것은 다반사이고, 팩트조차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의 뉴스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박원순 시장 등에 대해 종북 주장을 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 심의건을 포함해서 종편 채널에 대해서 수많은 문제 없음과 의견제시를 (결정)하고 지금 이것에(CBS 김현정의 뉴스쇼) 대해서 법정 제재를 하는 것하고 어떻게 합치가 되고 일관성 있을 수가 있는지 누가 설명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의 말처럼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은 것은 오히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다.
정부의 '방송 통제'에 대한 욕망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임명한 박효종 전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정치쇄신위원을 맡았고 인수위원회 정무분과 간사를 지낸 전력을 갖고 있다. '보은 인사'의 전형인 셈이다. 참여연대는 "심의위원장은 독립성이 중요한데, 청와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박효종 전 서울대 윤리교육학과 교수는 "5·16 쿠데타는 혁명이기도 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계열 학자다. 그가 공동대표를 맡았던 교과서포럼은 지난 2008년 <대안교과서 한국근대사>를 발행했는데, 여기에는 5·16의 배경을 '근대화의 지체에 따른 위기'로 설명하고 있고, 5·16에 '근대화 혁명의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5·16을 쿠데타라고 기술하고 있긴 하지만, 이를 미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2005년에 쓴 논문에는 '일본 육사를 나왔다고 하더라도 나라를 중흥시켰으면 민족주의자'라고 기술하기도 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박근헤 정부의 이번 인사에 대해 "독재·친일 미화도 모자라 식민지 근대화론처럼 철저하게 일본의 시각에 입각한 역사를 학교에서 가르치자고 주장하는 인사를 방통심의위원장으로 내세우려 한다는 점에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박 전 교수의 내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원내대표 역시 "세월호 참사 한 달 내내 국민의 안타까움과 분노가 깊어지는 것은 청와대·정부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원과 위원장을 극단적 이념편향을 지닌 인사로 내정한 것은 좌시할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 <미디어오늘>에서 발췌 -
박근혜 정부, 세월호 '보도통제' 문건 만들었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은 < "세월호" 관련 재난상황반 운영계획 >을 입수해 보도했는데, 여기에는 정부 부처가 방송사를 조정통제하는 등 언론을 사실상 통제하는 정황이 담겨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방송사를 조정통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해 사업자에게 '삭제'를 신고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정부는 애써 부인하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세월호 보도 과정에서 (한국방송의) 해경 비판이 이어지니, 길 사장이 직접 '비판하지 말라.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는 폭탄발언을 쏟아내면서 위의 내용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지 않았던가? 또, 김 전 보도국장은 "길 사장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자신의 국장직 사퇴도 직접 압박했다. 길 사장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보도에 수시로 개입해 왔다."면서 청와대가 공영방송의 사장과 보도국장에게 압력을 행사해왔음을 밝혔다. 대한민국 언론은 죽었다. 처참하리만큼 아주 형편없이 죽었다. 부끄러워 낯을 들지 못할 지경이다.
'나팔수'만을 원하는 정권. 언론을 향해 자신들의 '개'가 될 것을 강요하는 정권. 지난 MB 정부와 이번 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언론은 권력 앞에 굴종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언론의 민낯은 그것이 '언론'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한 수준이었다. 이에 각성한 막내뻘의 몇몇 언론인들이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외치고 일어섰지만 상황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박근혜 정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있다. 박효종 전 교수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은 바로 이것이다. '언론, 절대 놓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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