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사람들은 편향성을 사랑한다. <폭스 뉴스 & 조중동>

너의길을가라 2013. 3. 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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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뉴스>는 대한민국 종편 방송들의 '롤모델'이었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폭스뉴스>는 극도의 편향성을 바탕으로, 거의 모든 사안에 있어서 철저히 진영 나누기로 일관하며,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자극적인 어휘를 사용한다. 한마디로 거침이 없다. 도저히 언론이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저급하고 저열한 모습도 자주 연출한다. 많은 언론들이 <폭스 뉴스>를 끊임없이 비판하고, 심지어 백악관조차도 <폭스 뉴스>를 맹비난했지만 여전히 <폭스 뉴스>는 굳건하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영향력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중립적 뉴스 해설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가려내는 데는 너무 많은 심리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자신과 견해를 같이하는 방송국에서 해석한 뉴스를 듣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하다. 그 내용을 다시 생각할 일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 우리는 입으로는 편향적인 보도를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행동은 말과 다르다. 그 중거가 바로 시청률이다. 편향성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우리의 본능적 성향은 많은 블로그와 웹사이트들이 성공한 비결이기도 하다. 비슷한 견해를 지닌 사람들은 비슷한 견해를 가진 다른 사람들이 작성한 글을 보고 싶어 한다. …… 편향성은 이익이 되는 장사다.



비키 쿤켈, 『본능의 경제학』 (강준만, 『증오 상업주의』, p.29 에서 재인용)



강준만은 『증오 상업주의』라는 책에서 전반부의 많은 지면을 <폭스 뉴스>와 편향성을 연관지어 설명한다. 그가 인용한 비키 쿤켈의 글에서 우리는 하나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편향성에 끌린다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는 인정하려 둘지 않겠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와 비슷한 견해를 가진 방송국(혹은 그밖의 언론과 언론인)이 해석해준 보도를 듣기를 좋아한다. '그 생각이 바로 내 생각이야.' 혹은 '역시 이렇게 해석하는 게 옳아' 라는 식으로 받아들인다. 애써 머리를 굴려가며 생각할 필요 없이, 답을 내려주는 언론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는 것이다. 


대한민국도 미국과 다르지 않다. 극단적인 진영 구도는 오히려 대한민국의 상황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다. 한 쪽에는 소위 보수(수구)언론으로 지목되는 '조중동'과 '종편 방송'이 있고, 다른 한 쪽에는 진보 언론으로 구분되는 '한겨레'와 '경향', '오마이뉴스' 등이 있다. 물론 그 매체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각각의 매체들을 구독 혹은 시청한다. 그 과정에 누적되면서, 다시 말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시간'이 쌓이면서 생각은 더욱 공고화된다. 소통 불가능의 지점까지 가버리는 것이다. 


일부 진보적인 사람들은 '조중동'을 욕하면서 '폐간'을 언급해왔다. '조중동'만 없어지면 사회가 밝아질 거라고 말한다. 그 말의 선의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막상 동의하기는 어렵다. 과연 '조중동'이 없어지면 세상에 더 좋아질까? 아니, '조중동'이 없어지는 것이 가능할까? 


'조중동'이 지금껏 그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한 말이지만, 그 신문들을 구독하는 독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에서 흔히 말하듯, 이 독자들은 '조중동'의 파상공세에 세뇌되어 버린 사람에 불과한 것일까? 앞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사람들은 편향성에 기초에 매체를 선택한다.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매체를 선택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매체를 사랑한다. 그렇다면, '조중동'을 존재하게 만드는 주체는 '조중동'이 아니라 '독자들'인 셈이다. 진보 진영에서 멸시하듯이 낮잡아 부르는 '세뇌자'들이 실제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조중동'은 물론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도 하지만, 실제로는 '독자'들이 듣고 싶은 말을 열심히 하고 있는 셈이다. '독자'들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을 성실히 보도하는 '조중동'을 사랑할 뿐이고.. 마찬가지의 논리로 종편 방송들 역시 더욱 편향적이 되면 될수록, 그들이 받는 비판과 비례해서 그들의 생명력도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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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중동'을 지속적으로 봄으로써(그런 환경에 놓여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정치적 성향이 결정되어 버린 경우가 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리고 '조중동'이 없어진다고 해도 또 다른 '조중동'이 만들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사람들은 어차피 '편향성'을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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