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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청춘-페루편>, 당신의 청춘을 외쳐보세요!

너의길을가라 2014. 8. 3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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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 유희열, 이적의 페루 여행기를 다룬 <꽃보다 청춘-페루편>은 그동안의 <꽃보다> 시리즈 중에서 가장 호평을 받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무래도 '짐꾼'이 없는 진짜 '여행'이 그려졌기 때문이 아닐까? <꽃보다 할배>에서는 '이서진'이 짐꾼으로 참여해 '할배'들의 여행을 뒷받침했고, <꽃보다 누나>에서는 이승기가 '누나'들의 짐꾼 노릇을 맡았다. 짐꾼의 역할이 강조되다보니 여행의 주인공이어야 할 '할배'와 '누나'들만의 오롯한 여행은 그려지지 않았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공감대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전의 <꽃보다> 시리즈에 감동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한계가 분명했다는 것이다. <꽃보다 할배>에서는 방송의 주 시청층과 출연진과의 세대 차이가 현격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분명했고, <꽃보다 누나>에서는 '여배우'라는 타이틀이 너무도 강렬해서 그들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여행 자체를 압도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꽃보다 청춘-페루편>은 친숙한 동네 아저씨(혹은 형) 이미지를 가진 윤상, 유희열, 이적 등 '캐릭터' 자체가 특별히 부각되기보다는 그들이 만들어가는 '앙상블'에 초점에 맞춰졌다는 점에서 '여행'에 대한 집중도를 훨씬 높였다. 그 조합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기존의 <꽃보다> 시리즈와 달리 <꽃보다 청춘-페루편>에서는 나PD의 역할이 축소됐지만 진행에 있어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물론 그런 배경에는 그들의 20년 지기 우정이 자리잡고 있었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여행에 더욱 쉽고 빠르게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7대 불가시의를 모두 보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하는 유희열과 "이 여행을 아주 간단하게 축약해서 말하면 마추픽추를 보러 온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이적의 말처럼 <꽃보다 청춘-페루편>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마추픽추'였다. 그러나 마추픽추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새벽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이동한 그들의 설레는 마음은 자욱한 안개로 인해 산산조각나버렸다.


"사실 저는 그때 좀 울컥했어요. 이걸 향해서 달려온 거였잖아요. 아무 것도 안 보이니까 그때 좀 울컥하더라고요. 다 잘 풀릴 수만은 없는 거니까 그래서 마치 우리에게 다 좋을 순 없어라고 얘기해 주는 것 같아서" (유희열)


"우리가 얻었던 모둔 운, 행운들을 우리가 다 써버렸나봐" (이적)


다음 일정을 위해서라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동을 해야 했던 그들이었지만, 유희열은 그 순간 잠깐동안의 고민 끝에 그 자리에 남기를 결정했다. "내가 나한테 많은 걸 포기했거든 사실. 근데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포기하지 않을 거야 이제. 저 사람 좋은 것도 좋지만, 내가 좋은 거 보러 가고 그런 것도 좋지"라는 그의 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만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고 판단하기보다는 다른 사람 혹은 어떤 조건이나 환경 등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우리네 삶의 어쩔 수 없는 서글픔 말이다.



자욱한 안개가 마추픽추를 가려버리고, '다 좋을 순 없어'라는 말이 씁쓸한 위로를 건네고, '모든 행운을 다 써버렸다'는 자책과 아쉬움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때, 그들은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마추픽추를 포기하기보다 그 자리에 머물기를 선택했다. 좀더 기다려보자. 안개가 걷힐 때까지 있어보자. 시간이 걸리더라도 난 꼭 보고야 말겠다. 포기하지 말자. 지금 내가 좋은 것을 하자. 그리고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그들은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히고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마추픽추를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을 선택하고, '나'를 선택한 윤상, 유희열, 이적은 기다림 끝에 마추픽추를 마주하고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다. 그것은 어릴 적의 '꿈'이었고, 이번 여행의 '목표'였고, 그들의 '청춘'이었다. 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던 '오빠'들에서 이제는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 이른바 '아저씨'가 되어버린 그들이 잊고 있었던 혹은 지나가 버렸다고 생각했던 '청춘' 말이다.



<꽃보다 청춘-페루편>은 '마추픽추'를 통해 다시금 '청춘'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이 뜨겁지 않고 슬픔조도 무뎌지고 말아 버린 나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지?'라는 물음이 입버릇이 되어버린 나이. '나의 청춘은 어디로 갔을까?'라며 혼자 씁쓸한 미소를 머금어야하는 나이.



세상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뭔가 따지고 싶고 항의하고 싶었던 20대의 당돌함은 모두 사라져버린 나이. 그토록 싫어했던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자신을 돌아보면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나이. 나 스스로도 떳떳하게 잘 살고 있지 못한 데 누군가의 무언가를 지적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잃고 조심하게 되는 나이. '나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자조섞은 물음을 던지게 되는 나이.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윤상, 유희열, 이적뿐만 아니라 <꽃보다 청춘-페루편>을 지켜본 시청자들 '다시' 깨달았다. 결국 '청춘'은 '나이와는 무관한 것'이라는 진리 말이다. "나이는 숫자고 난 젊다!"고 외치는 윤상의 말처럼 우리는 그동안 지나치게 '나이'에 얽매여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이 나이가 되면 무엇을 해야 하고, 이 나이가 되면 어떤 생각을 해야 하고, 이 나이가 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기존의 관념들 속에 묶여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런 틀을 벗어던지고 나면 우리는 한결 자유로워질 것이다. 물론 당장 현실을 뛰쳐나오는 것은 힘들고 버거운 일이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생각을 바꿔보는 연습 정도는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잊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꿈'을 떠올려보자. 주변 환경과 여러가지 여건들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나'를 떠올려보자. 그리고 다시 우리의 '청춘'을 시작해보자. 청춘은 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청춘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당신이 '청춘'을 외치는 순간, 그 반갑고 고마운 친구는 다시 당신 앞에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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