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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가산점 제도 부활? 갈등 유발하는 차별적 정책, 고작 이것을 위해?

너의길을가라 2014. 12. 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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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軍) 가산점'은 다시 부활할 것인가? 지난 12일,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22개 병영혁신과제를 국방부에 권고했다. 계급 단순화와 군 사법제도 개혁 등 중요한 내용들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지만, 그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군 복무 보상점 제도'라는 이름으로 바뀐 '군 가산점 제도' 이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군 가산점 제도'는 1999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가 내린 위헌 판결에 의해 폐지됐다. 1961년 도입되어 1999년 폐지될 때까지 군 가산점 제도는 6급 이하 공무원 시험에서 2년 이상 복무한 군필자에게 총점의 5%, 2년 미만 군필자들에게 3%의 가산점을 더해주는 방식으로 시행됐다. 상당히 파격적인 제도였던 만큼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반발도 거셌다.


1998년 10월, 여성과 장애인은 헌법재판소에 제대군인 지원법(군 가산점 제도)의 위헌 확인소송을 제기했고, 헌재는 군 가산점 제도가 여성 및 장애인 등의 평등권 · 공무담임권(공무원이 되어 공무를 담임할 수 있는 권리, 헌법 제25조에서 규정) ·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판결을 내렸다. 헌재가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자.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39조 제2항의 규정은 병역의무를 이행한 자에게 보상조처나 특혜를 부여하라는 취지가 아니다. 능력이나 직무수행능력과 무관한 요소를 기준으로 선발함으로써 여성과 장애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가산점은 합격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제대군인에 비하여 여성 및 제대군인이 아닌 남성을 비례성 원칙에 반하여 차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가산점 제도로 인해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고용상의 남녀평등,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라는 헌법적 가치가 침해된다."


판결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헌재가 군 가산점 제도가 합격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비례성 원칙에 반하여 차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현행 제도가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을 뿐,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고 명시했던 것은 아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끊임없이 군 가산점 부활 논의(2005년, 2008년, 2007년, 2012년)가 이어져왔던 까닭은 여기에 있다.



내용을 수정하면, 다시 말해서 가산점을 조절해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고, 비례성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제도를 보완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도입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병영혁신위는 군 복무를 마친 사람에게 공무원 · 공기업 시험 등에서 2% 이내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가산점 혜택에 따른 합격자 수를 전체의 10%로 제한하는 내용의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과거에 시행될 당시에 3~5%의 가산점에 비하면 다소 줄어들었고, 숫자를 제한함으로써 헌재의 위헌 판결의 요지들을 비껴가고자 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계는 반발하고 있다. "'군 복무자 보상점 제도'는 기본적으로 위헌 판결을 받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군 가산점 제도와 차이가 없다. 왜 여성과 군미필자를 차별하는 내용을 담은 시대착오적 제도를 다시 도입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제대 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상점 제도보다 병영 생활 개선이나 군 인권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일각에서 제기됐다. 모두 맞는 이야기다.



헌법 제39조

①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②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분명 군 가산점 제도(군 복무자 보상점 제도)는 문제가 있다. 굳이 '차별적'인 제도를 다시 도입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무려 1년 9개월 동안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야 한다는 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엄청난 손실이다. 물론 헌법에 국방의 의무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를 지키는 것이 당연한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생각에는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보상을 할 것인가. 가능하면 군 복무자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이 않는 방법이 좋을 것이다. 군 가산점 제도가 갖고 있는 결정적인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단지 공무원 · 공기업 등의 시험을 치는 사람에게 국한되어 있다는 점, 확대 시행되어 대기업 등에서도 이를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직업군은 존재한다.


또, 군 복무를 하지 않는 여성이나 군 복무를 할 수 없는 장애인 등은 그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남성의 입장에서는 헌법 제39조 제1항의 '모든 국민'에 여성들은 왜 포함되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겠지만, 헌재에서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한 병역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따로 논의하진 않도록 하겠다.



이처럼 군 가산점 제도는 필연적으로 남여 간의 갈등을 유발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더 나은 방법은 없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모병제의 도입'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군 가산점 제도'와 같은 차별적 제도를 놓고 다툼을 벌일 이유가 없어진다. 단기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또는 군인의 월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현실화하면 된다. 내년 이등병(계급 단순화가 되면 달라지겠지만)의 월급은 12만 9,400원이다. 이는 노동력의 착취라고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는 수준이다. 그밖에도 복무 보상금의 형태로 전역할 때 돈을 지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군 복무자 전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원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일부 중의 일부만 혜택을 입는 '군 가산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의 없는' 정책이다.


남성의 대다수는 '군 가산점 제도'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어떤 형태로든 하루빨리 혜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군 가산점 제도'가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불합리와 싸우고자 한다면, 제대로 싸워야 하지 않겠는가? 얻어낼 수 있는 것이 고작 '(차별적인 형태의) 군 가산점 제도'뿐인가? 정부와 국방부의 어설픈 달래기에 어리숙하게 냉큼 넘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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