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논란의 이케아, 결과는 대박? 아직은 두고 봐야

너의길을가라 2014. 12.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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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고객이 몰려 매장을 방문한 고객 수를 집계할 인원도 부족할 지경입니다"


지난 18일, '가구 공룡' 이케아의 한국 1호점인 광명점이 공식 오픈했다. 매장에는 집계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몰려들었다. 그야말로 발 디딜 데 없는 '북새통'이었다. 200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은 일찌감치 만원이었고, 일부 고객들은 매장 안으로 진입조차 하지 못해 한 시간 가량을 입구 밖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가구업계에 이케이발(發) 태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개점을 약 1달 앞둔 시점에서 이케아는 크나큰 위기에 봉착했다. 다른 나라보다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대한민국 소비자를 봉으로 여긴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들끓었다. 더욱 결정적이었던 것은 동해의 일본어 표기였는데, 이케아의 공식 홈페이지에 동해가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된 사실과 일본해로 표기된 대형 세계지도를 미국 등에서 장식용 벽걸이 상품으로 판매해오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점이었다. (이케아의 일본해 표기, 동해(東海)가 처해있는 현실을 보여주다)


이러한 논란들에 대해 이케아는 신중하고 차분한 태도로 대응했다.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 한국지사장은 일부 제품이 비싸게 책정됐다는 지적에 대해서 "한국 시장 상황을 고려했고 일부 제품이 다른 나라보다 비쌀 수는 있지만 싼 것도 있다"면서 "한국 상황에 맞춘 가격이라며 당장 내리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매장(점포)의 개수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이나 중국 등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것에 대해서는 "사안의 민감성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음을 깨달았고, 이에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 이케아는 글로벌 기업으로 국가와 국경, 영토 및 영해의 명칭을 존중한다 또한 어떠한 정치적 입장도 취하고 있지 않는다"며 깔끔하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해당 제품을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내년부터)에서도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매우 신속하고 정확한 행보였다.


논란이 됐던 부분들에 발빠른 대응을 했기 때문일까? 이케아를 바라보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시선도 상당히 누그러진 듯 하다. 오픈 첫날 몰려든 구경인파는 이러한 변화의 방증일 것이다. 물론 여전히 이케아에 대한 탐닥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지만, 그보다는 수도 없이 당해 왔던 국내 가구업계의 횡포가 더욱 미웠던 것은 아닐까?



물론 첫날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것만으로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은 섣부르다. 태풍이 될지 미풍이 될지는 아직까지 지켜봐야 한다. 이케아의 입장에서는 구경인파가 많이 몰렸다는 것 자체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일 것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언론을 통해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구경인파가 구매인파로 나아갔는지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찍힌다. 아직까지는 간을 보는 단계라고 하더라도 생각보다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예쁘긴 한데, 쓰기에는 불편하겠어. 씽크대 너비가 좁아 불편할 것 같다. 아무래도 서구식인 스웨덴과 한식 위주인 우리와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주방 쇼룸을 구경하던 서모씨(43·서울)


"아이들이 금방 자라니 저렴한 제품을 구입해 볼까 싶어 찾아왔지만, 막상 구입하기는 꺼려진다. 제품의 내구성, 아이의 안전성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 3살, 5살 두 아들을 둔 조모씨(38·경기)


"개점 전부터 비싸다는 이야기가 많아 가격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다. 소품 위주로 저렴한 것 같다" - 이모씨(38·경기)


"옷장을 구입하려 했지만 배송료, 조립비 등을 계산해 보니 국내 브랜드인 한샘(009240), 까사미아에 비해 싸지도 않아 구매하지 않았다. 가구는 기대 이하였다. - 강모씨(45·서울)


"가구를 구입하기 보다는 코스트코처럼 생활용품을 구매하기에 적합한 것 같다. 국내 가구매장을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시민


이케아 구경인파로 '북적북적'..구매까지는 '망설임' <뉴스토마토>에서 발췌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케아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이케아가 가구부터 생활용품까지 취급하고, 매장 내에서 음식도 판매(2000원~5000원)하면서 아무래도 광명시의 가구상인과 소상공인, 근처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또, 이케아가 광명시에 약속했던 광민시민 채용 문제도 애매하게 마무리됐다. 20시간 이하의 파트타임 근무자가 전체 293명의 48%에 달하는 상황인데, 대한민국 기준으로는 이를 정규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가구 공룡' 이케아의 상륙으로 변화는 불가피하다. 중요한 과제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생의 길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갑(甲)의 위치에 있었던 가구업계도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게 됐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요소이다. 저렴한 가격에 가구를 구입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배송비 등을 꼼꼼하게 고려해서 타 제품과 비교해서 정말 가격이 싼지 가려보는 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


이케아의 진출이 오히려 국내 가구업계의 외형을 확대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가구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고 심지어 고사 직전까지 몰릴 것이라는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예단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다양한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이케아의 등장이 국내 가구업계에 경각심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점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특별한 경쟁력 없이도 소비자들을 '봉'으로 삼아 군림했던 가구업계가 이번 기회에 변화할 수 있을까?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가구 공룡'이자 사실상 '유통 공룡'에 가까운 이케아로 인해 소상공인을 비롯한 지역의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책을 마련하고, 관심과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이케아도 국내 시장에 상륙한 만큼 상생을 도모하는 데 앞장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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