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구태의연한 고민과 식상한 해법, 실망스러운 <어벤져스2>

너의길을가라 2015. 4. 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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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자고 일어나면 '엄청나게' 바뀌는 스코어와 기록 앞에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와 관련된 숫자를 나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현재까지의 성적표를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26일까지 <어벤져스2>는 344만 4,64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어제(26일) 하루만 101만 3,236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물론 이토록 경이로운 관객 동원의 이면에는 1826개에 달하는 스크린 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스크린 독점이라는 주장이 어김없이 제기될 법하다. 하지만 이런 논쟁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수준으로 귀착된 지 오래다. 수요가 있으니까 그만큼 스크린을 많이 잡는다는 멀티플렉스 측의 주장도, 극장에 가면 볼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본다는 일부 관객들의 하소연도 되돌이표처럼 반복되긴 마찬가지 아닌가?



어벤져스를 위협하는 최강의 적 '울트론'의 등장

평화로 가는 길은 단 하나,

인류의 멸종이라고 믿는 '울트론'과 사상 최대의 전쟁이 시작된다!


<어벤져스2>의 줄거리를 보면 알겠지만, 솔직히 유치찬란하기 그지 없다.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 등 온갖 영웅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는 호기심이 또 한번 <어벤져스2>의 흥행 신화를 이끌어냈지만, 영화의 내용(혹은 담아내고 있는 의미)만으로 놓고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너무 가혹한 평가인가?




평화로 가기 위해 인류의 멸종을 선(善)이라고 여기는 발상은 이미 구태의연한, 식상한 해법(!) 아닌가? 다윈의 진화론을 어설프게 차용하는 것도 이젠 진절머리가 난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다수의 인간들을 없애고자 했던 고민은 이미 <킹스맨>에서도 구경했던 것이다. 절도(節度)있는 액션과 B급 정서를 녹여냈던 <킹스맨>의 매력에 비하면, <어벤져스2>의 그것은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또,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의 악역이었던 조커가 설득력 있게 다가왔던 것에 비해 <어벤져스2>의 '울트론'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주인공들과 그 대척점에 선 악역 간의 균형이 깨지면, 결국 스토리는 허접한 3류 영화로 전락한다. 염력을 사용하는 '스칼렛 위치'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슈퍼 히어로들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설정은 흥미로웠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 채 어설프게 봉합된 점은 아쉽기만 하다.



'슈퍼 히어로만이 악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는 마블(marvel)의 세계관에 동의할 수 없는 필자로서는 영화를 즐기면서도,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울트론'은 그러한 지점을 실날하게 공격하는 듯 하지만, '매력'을 잃은 애처로운 악역으로 무너져내리고 만다. 그리고 그 '나쁜 악역'을 정체성을 회복한 어벤져스는 가차없이 공격한다. "그래도, 역시 우리가 있어야 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말이다.


기존의 멤버가 자신만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사라진 어벤져스의 빈자리는 새로운 캐릭터들이 채우게 됐다. 그리고 더 강한 적이 나타나고, 그 강한 적은 어김없이 어벤져스가 물리칠 것이다. 우리는 이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마블 식의 세계관에 또 다시 광분하며 박수를 칠 것인가? 슈퍼 히어로의 등장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들에게 기대지 않고는 세상을 바꿀 방법 따윈 찾을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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