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도서관(圖書館)'이 도서를 대여하고 반납하는 공간(+어르신들이 신문 읽는 곳)이었다면, 최근의 도서관은 그런 소극적인 의미에서 탈피해 지역사회 속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국의 여러 지자체들은 이미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 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도서관 + 문화'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각종 프로그램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곳 주변에도 제법 큰 규모의 도서관(신방 도서관)이 지난 2013년 1월 21일 개관을 했는데, 그 안에 북카페를 비롯해서 문화강좌실과 다목적홀 등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들이 제법 알차게 자리잡고 있다. 역사가 짧은 탓에 도서의 수는 약 5만 4천 권으로 시의 다른 도서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책이 대부분 신간이거나 깨끗한 책들이라 양의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오늘 낮에 도서관에 잠깐 들렀는데, 마침 '쉬어가는 힐링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 작고 소박한 이벤트를 즐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보기 좋아 뒤에서 사진을 찰칵 찍었다. 굳이 일정을 내서 찾지 않더라도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앉아 여유롭게 음악을 감상하고, '지금'의 시간들을 즐기는 것이야말조 진짜 '문화'가 아닐까.


또, '과년도 잡지배부전'이라고 해서 2014년에 발행됐던 잡지들을 도서관 이용객들에게 1인당 5권 씩 가져갈 수 있도록 진열해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2년 전의 잡지의 효용성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혹시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어차피 '재활용'이 그 마지막 목적지일 이 잡지들을 지역 주민들에게 '배부'하고자 한 작은 배려가 돋보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훼손 도서 전시회'였다. 도서관 측은 훼손된 도서를 '페이지가 많이 없음', '물에 젖음', '장비 훼손' 이렇게 세 유형으로 분류해서 그 처참함 몰골을 있는 그대로 전시해두었다. 예전에는 책을 반납할 때 사서에게 직접 건네야만 했고, 책이 완전히 '반납 처리'된 후에야 뒤돌아 나올 수 있었다. 따라서 책을 훼손했다면 양심껏 고백을 하거나 최소한 민망함과 얼굴의 홍조는 가져가야 했다.


하지만 요즘에 들어서는 기계를 통해 자동 반납하도록 되어 있어서 설령 책을 훼손했다 하더라도 딱히 꺼리낌 없이 마음 편히 반납할 수 있게 됐다. 모르긴 몰라도 도서 반납이 자동화되면서 오히려 책이 훼손되는 사례는 훨씬 더 늘어났을 것이다. 결국 양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 방법으로 '훼손 도서 전시회'를 생각해낸 건 정말 번뜩이는 아이디어인 것 같다.



'책을 깨끗하게 봅시다', '책을 훼손하지 맙시다'와 같은 딱딱한 문구로 누군가를 설득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보다는 '훼손 도서 전시회'처럼 '너희들이 한 짓을 보라'며 말없이 실상을 보여주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것을 본 사람들이 각자의 의견을 남길 수 있도록 해 참여를 이끈 것도 괜찮은 발상이었다. 덧붙이자면 '훼손'이라는 딱딱한 표현보다 '아프다', '다쳤다'는 쪽을 강조했다는 좋았겠단 생각이 든다.


분명 이 도서관에 인적 구성에 있어 뭔가 변화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기발한 이벤트가 없었는데, 갑작스레 여러 발칙한 일들이 생겨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어쨌든 활기찬 도서관의 모습(물론 훼손 도서를 보곤 마음이 아팠다ㅠ)에서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 하루였다. 아마 도서관을 찾았던, 또 앞으로 도서관을 찾을, 지역 주민들도 그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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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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