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파리 지성의 본거지라고 불렸던 곳, 생제르맹데프레(St-Germain-des-Prés) 지역을 찾은 건 여행 3일째였다. 낯섦과 어색함이 어느 정도 사라진 시점, 약간의 '익숨함'이 조금씩 꿈틀거리며 고개를 들이밀었다.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도,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먹고 마실 것을 사는 것도, 파리의 거리를 배회하는 것도, 어느덧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이 곳을 떠올리면, '여유로움' 혹은 '느긋함'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실제로 이 곳에서 느꼈던 분위기가 그러했고, 나 스스로도 여행에 있어 안정감을 찾았던 순간이었다. 생제르맹데프레 지역은 파리 6구로, 센 강의 좌안(左岸, 하천의 왼쪽 기슭)에 있는 지역을 일컬는다. 루브르 박물관이 있는 튈르리 지역의 아래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