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주년 3·1절이 지나갔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집집마다 태극기가 내걸려 있었다. 아파트 단지를 물들은 태극기의 물결은 장관이었다. 이젠 좀처럼 그런 풍경을 찾아보기 어렵다. 역사학자 신채호는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얘기다. 정말 우리는 역사를 잊고 있는 걸까.
연예계는 106주년 3·1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가장 인상적인 방송은 JTBC '아는 형님'이다. 제작진은 3·1절을 맞아 한국사 일타강사 최태성과 배우 이상엽, 가수 겸 배우 전효성을 섭외했다. 이상엽과 전효성은 최태성의 강의를 듣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자격증을 취득한 대표적 연예계 '제자'이다. 최태성은 "역사는 사실 암기하는 과목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라고 소개했다.
최태성은 전 재산을 독립운동을 위해 바친 이석영 선생 가족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고, 한반도 반만영 역사의 큰 전환점으로 3·1절을 꼽았다. 그 이유로 이전까지만 해도 왕과 제국의 시대였으나, 3·1 운동을 계기로 국민이 주인이 된 나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단초가 됐고,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 살아가게 하는 계기가 됐음을 상기시켰다.
"어릴 때는 단순히 쉬는 날로 생각했는데, 최태성 선생님의 강의에서 '어러분 '3·1절'이 왜 공휴일인지 아세요? 잘 기억하라고 쉬는 겁니다'라는 말을 듣고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전효성)
함께 출연한 전효성은 "12년 전 말실수를 한 적이 있"다며 '일베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그는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부정적 의미로 사용하는 '민주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과도한 뭇매를 맞았다. 전효성은 창피스러운 마음에 한국사를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역사를 공부하며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그밖에 많은 스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3·1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영화 '하얼빈'에 독립군 이창섭 역할로 특별출연했던 이동욱은 인스타그램에 영화 촬영 중이던 사진과 함께 '3·1절'이라는 글을 남겼다. 송혜교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독립군 여전사, 박차정' 영상을 다국어로 제작해 공개했다. 그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 운동가의 삶을 재조명하는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소녀시대의 소현은 자신의 SNS에 태극기와 함께 "3월 1일은 우리 민족적 역사의 영광스러운 날입니다"라는 글을 게시했고, 배정남은 그동안 열심히 모아온 1950년대 태극기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또, 배우 정해인과 워너 강승윤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태극기 사진을 업로드했다. 그 밖에도 딘딘, 심진화, 안보현, 지승현 핫펠트(예은) 등도 같은 행보를 보였다.
그런가 하면 가수 션은 해비타트와 함께 5년째 이어 오고 있는 3·1절 기념 기부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개인 참가자 3100명이 한 달만에 모집되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 뜻깊은 행사에 배우 진선규, 이재윤, 임세미 등이 함께 참여했고, 션은 2억 2천 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 기부금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편안하고 안전한 보금자리를 지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한편, KBS2 '불후의 명곡'은 '3·1절 특집-그날의 소리, 오늘을 깨우다' 편을 통해 일제의 탄압 속에서 독립을 쟁취한 겨레의 함성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해당 방송은 시청률 5.8%(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뜨거운 감동을 전했다. 이처럼 여러 방송사와 스타들이 106주년 3·1절을 맞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3·1 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도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말아야 되겠다." (최태성)
다시 서두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역사를 잊고 있는 걸까. 국경일이 됐음에도 더 이상 내걸리지 않는 태극기, 그 부재를 바라보며 누군가는 그리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태극기가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는 현상, 다시 말해 소위 '태극기 부대'라는 특정 정치 집단의 전유물로 전락한 상황을 고려하면 그 부재가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106주년 3·1절은 지나갔다. 태극기는 민족 모두의 것에서 특정 세력의 집회 현장에만 존재하는 상징으로 제한되었다. 이런 상황은 많은 이들에게 크나큰 상실이었으리라. 태극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3·1절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이념 갈등에 몰두한 정치가 극단적 대립을 멈추고 각성하길 바란다. 107주년 3·1절의 태극기는 국민 모두의 것이길 기대해본다.
'TV + 연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모론이 키운 '2030 태극기 부대', 그럼에도 중도는 견고하다(PD수첩) (5) | 2025.02.19 |
---|---|
13년 전과 달라진 윤종신, '내리막길' 듣다가 눈물 흘린 이유 (5) | 2025.02.12 |
대세가 된 유튜브 신입생 강주은·추성훈의 매력에 취한다 (5) | 2025.02.08 |
돌아온 손석희가 기록한 8.6%, 윤석열이 시사 프로그램을 부활시켰다 (6) | 2025.02.05 |
손석희-유시민-홍준표 뭉치자 '유재석 대상'도 앞질렀다 (2) | 2025.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