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100%가 아닌 7%, 골든타임과 희망은 그렇게 사그라 들었다

너의길을가라 2014. 4. 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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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중증 외상 환자나 응급 외상 환자의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고 치료 후 효과가 가장 좋은 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 일컫는다. 그야말로 환자의 생사를 다투는 급박한 시간이다. 침몰 사고의 경우에도 그런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사고 즉후 30분인 '긴급구조 골든타임'은 선장이 날려버렸고, '본격구조 골든타임'인 48시간은 구조대책본부가 고스란히 낭비해버렸다. 

 

- 정부와 새누리당이 지키고자 하는 안전은 대체 누구의 안전인가?  중에서 -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고 발생 7일째인 오늘(22일) 아침 17구의 시신이 추가로 인양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망자 수가 이제 100명을 넘어섰다. 제발, 그런 일만은 없기를 바랐던 끔찍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들은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딱 그만큼 실종자의 수가 줄어드는 소식을 망연자실한 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무기력하고 참을 수 없는 허망함을 느낀다.

 

 

결국 '골든타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위의 글에서도 썼지만, 사고 즉후의 30분인 '긴급구조 골든타임'은 선장과 선원들이 날려버렸다. 지난 21일, JTBC <뉴스9>에서는 세월호의 전직 항해사와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특히 사고 발상 당시 세월호가 위치상 가까운 진도가 아니라 제주도로 연락을 취했던 부분에 대해 "채널 12번과 16번이 있다. 그런데 16번 채널은 공용 채널이기 때문에 그 채널을 쓰게 되면 누군가의 잘못이 만천하(해경, 해양수산부, 다른 선박 등)에 드러나게 된다"고 설명한 부분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손석희 앵커가 방송 중에 여러 차례 지적했던 것처럼, 공용 채널인 16번을 사용하지 않은 문제는 본격적인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에 따라 관련자들은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또, 이러한 잘못된 관행은 시정되어야만 한다. 앞으로, 부디, 더 이상은,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발생되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긴급구조 골든타임'은 놓쳤던 것이 1차적인 문제였다면, '본격구조 골든타임'인 48시간을 놓친 건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 <뉴스타파>에서 발췌 -

 

"군 당국은 해군 함정 등은 물론이고, 육군과 공군까지 동원 가능한 모든 전력을 침몰 사고 현장에 급파했습니다."

"수중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해군 해남 구조대 SSU와 해군 특수전 여단 UDT/SEAL 소속 정예 병력 170여 명도 곧 구조에 들어갔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언론은 위와 같이 떠들어댔다. '동원 가능한 모든 전력'을 '급파'했다고 발표했다. 사람들은 언론을 믿었다. 곧 실종자들을 구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는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토록 기다리던 '구조'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갸우뚱 했다. 뭐지? 왜 이러지? 뭐가 문제일까?

 

 

 

실종자의 학부모들은 "구조를 안 하고 있는 거예요. 구조가 된다고 해놓고 안 하는 거예요"라며 의혹을 제기했고, 또 다른 가족은 "20~30미터의 수심을 우리나라 특수부대가 생사 확인을 못합니까. 20시간이 다 돼가는데..."라며 의문점을 제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의혹과 의문점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았고, 오히려 아이들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 발현된 것이나 혹은 '음모론' 정도로 치부했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가 보도한 내용은 충격에 또 충격을 안겨준다. <뉴스타파>는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 보고서를 입수해 파악한 결과, 16일 당시 해경구조대 140명과 해군 42명을 확보한 상태였지만 실제 수중수색에 투입된 인원은 16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사고 첫 날 잠수사 9%만 실제 투입된 것이다. 언론의 보도와는 전혀 딴판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진실 앞에서도 '동원 가능한 모든 전력'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러한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한 직후에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8일 해양수산부 상황보고서에는 가용 가능한 잠수사가 532명으로 나와있지만, 실제 투입 인력은 38명에 불과했다. 정부는 500명 이상의 잠수사가 동원됐다고 발표해고, 이를 언론은 고스란히 받아 옮겼다. 국민들은 이 소식에 또 한 번 희망을 품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투입된 인원은 가용 인력 대비 7%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본격구조 골든타임'인 48시간을 비롯해 가장 중요한 시기를 허망하게 놓쳐버렸다. 그것도 결코 100%를 쏟아부은 것이 아니었다. 16일에는 고작 16명, 18일에는 38명(7%)만이 실종자를 수색하는 데 동원됐다. 정부와 언론은 '동원 가능한 모든 전력'을 투입했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상은 이처럼 판이하게 달랐다.

 

100%가 아니었다. 100%가 아니라 200%, 300%라도 쏟아부었어야 할 시기에, 그 중차대한 시기에 정부는 고작 7% 만을 투입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100%가 단순히 현장에 있던 모든 잠부수가 투입되어야만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 더 포괄적 의미의 100%를 의미한다. 시일이 지남에 따라 정부는 더 많은 수색 장비와 인력을 투입했다. 그때마다 '동원 가능한' 모든 전력을 투입하겠다고 말해왔다.

 

돌이켜보면 너무도 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종자를 구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붇지도 못했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지도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골든타임'은 그렇게 허망하게 지나갔다. 희망도 그렇게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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