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서재

현직 치과 의사는 왜 업계의 비밀을 폭로했을까,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

너의길을가라 2024. 1. 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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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된다는 건 매우 취약한 입장에 놓인다는 뜻이다. 의사의 전문성 앞에 환자는 무기력한 존재가 된다. "현재 이런 상태라서 이 방법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면 저항할 방도가 없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은 절대적이다. 환자는 의사의 말 한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기 때문이다. 웬만해선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과'는 환자의 무력감이 더욱 도드라진다.

가족 중 한 명이 치통으로 치과를 방문했는데, 병원에서 임플란트를 권했다고 한다. 게다가 몇 개의 치아를 발치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아던 모양이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치아를 여러 개 뽑아야 하다기에 덜컥 겁이 났으리라. 지인의 소개를 받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이번에는 치아를 살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신경치료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만약 다른 치과를 찾지 않았다면 생니를 뽑을 뻔 했으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치과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가령, 충치 때문에 치과를 방문했다가 '금-인레이'를 추천받아 수백 만 원의 견적을 받은 사례는 흔하디 흔하다. 전문가인 의사가 그렇게 하는 게 좋다는데, 요즘 추세가 그렇다는데 이를 거부할 힘이 환자에게는 없다. 그만큼 환자는 취약하다.

업계의 실상이 궁금했다. 내밀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어디 쉽겠는가. 어느 직종이든 내부의 관행이나 실무와 관련한 정보가 외부로 공유되기 어렵다. 누군가가 내부 고발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직 치과의사의 쓴소리를 담은 책, 김광수의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서출판 말)가 출간되었다기에 곧바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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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케티이미지

"내가 다른 치과의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이런 '영업 비밀'을 누설(폭로)하난 것은 무슨 이유인가. 첫째, 일반 국민의 치아와 주머니를 보호하기 위함이고, 둘째, 더는 모든 치과의사가 국민의 불신을 받는 상태까지 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 26)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한 저자는 현재 건강검진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는 현역이다. 최근에는 출장검진을 다니고 있는데, 청주 SK하이닉스 공장, 그 밖에 다양한 건설 현장 등에서 구강검진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치과업계의 영업 비밀 폭로를 결심한 이유의 배경에는 건강검진 경험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 등 다양한 환자들을 만났기 때문이리라.

저자는 "치과는 사치품이나 편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기 때문에 "치과는 부자나 빈자나 자유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곳"(p. 104-105)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그런 치과가 노동자와 빈민에게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저자는 요즘 개원가의 현실을 개탄한다. 크게 두 갈래인데, "아말감이 해롭다는 핑계로 기피"하고, "치아를 너무 쉽게 빼"고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말감을 취급하는 치과가 사실상 사라졌다. 수은이 녹아 나와서 몸에 해롭다는 주장 때문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호재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어 저렴한 아말감보다 비싼 금-인레이를 쓰는 편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말감은 정말 몸에 나쁠까. 저자는 "아말감이 매우 우수한 재료"라며, 수은-합금이 형성되면 수은은 녹아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 금-인레이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아말감으로 충전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아를 많이 깎아야 하는 금-인레이보다 아말감이 훨씬 더 환자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아말감은 외관상 보기 좋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럼에도 최소한 환자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병원의 수익성 때문에 아말감이 사라져 가는 게 현실이다.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내가 말하는 것의 요지는 무엇인가. 자기 치아를 보존해서 임플란트까지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p. 141)


인플란트와 관련해서도 저자의 주장은 확고하다. 요즘 개원가에서는 치아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너무 쉽게 발치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플란트는 만능이 아니다. 10년쯤 지나 수명이 다하면 치조골이 녹아 없어져 다시 임플란트를 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한 자신의 이를 살려서 5년이든 10년이든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럼에도 병원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그토록 많이 시키는 까닭은 무엇일까. 예상했다시피 수익성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치과 의사의 수가 늘어났고, 그에 따라 개업 경쟁, 생존 경쟁이 치열해져 벌어진 현상이다. 대형 치과에서는 실장들이 견적을 뽑아 수익성을 끌어올린다. 저자는 치과 의사가 돈을 버는 시절은 지나갔다며, 과거와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충치 예방의 대표적 예방법은 올바른 칫솔질, 즉 회전법 잇솔질이다. 그런데 치주병 예방의 유일항 방법은 올바른 잇솔질, 즉 회전법 잇솔질이다. 그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p. 161)


책의 중반부로 가면서 저자가 강조하는 건 '예방'이다. 예방을 잘하고, 충치 치료만 잘하면 애당초 임플란트가 필요없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올바른 잇솔질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연하고 익숙한 결론으로 향하지만, 본래 진리는 단순하고 뻔한 법이다. 문제는 실천을 잘하지 못하는 우리의 게으름과 설마하는 방심이다.

저자는 치아와 관련한 다양한 궁금증들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제시한다. '회전법 잇솔질은 어떻게 하나요', '칫솔과 치약은 어떤 게 좋은가요?', 사랑니는 빼야 하나?' 등 유용한 내용들이 많아 큰 도움이 된다. 오랜 경력과 많은 고민 끝에 나온 대답들이라 명쾌하고, 속시원한 내용이 많아 통쾌하다. 무엇조다 환자의 치아를 아끼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져 괜시리 고맙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점, 관련성 없는 주제가 혼재되어 있는 점, 저자의 정치적 견해가 두드라지는 점 등은 어떤 독자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비밀에 싸여있는 치과 업계의 실상을 폭로하고, 치아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그 자체로 귀한 책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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