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현실 같은 영화, 영화 같은 현실?<베테랑>의 통쾌함 속 씁쓸함

너의길을가라 2015. 8. 1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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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11에 600파. 세(破竹之勢)는 <베테랑>은 최근에 개봉한 영화 중에 가장 통쾌하다. 어느덧 아홉 번째 장편영화를 찍어낸 '베테랑' 감독 류승완은 관객들에게 그들이 바랐을 만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벌 3다? , 철(민)서 오(인)한다.



"영화 <베테랑>은 해봐야 안 될 싸움을기어이 해볼만한 판으로 만들어 버리는 베테랑 형사들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이런 형사 한 명쯤 있는 거 좋잖아? 서도철 형사 같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베테랑>은 이런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집에서 사고뭉치라고 구박 받지만 항상 내 편이었던 삼촌 같은 그런 존재 함께 응원하고 싶어지는 그들의 시원하고 통쾌한 활약을 즐기시길 바란다." (류승완 감독)


돈과 권력 앞에 "우리(경찰)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서도철은 강철중의 계보를 잇는 정의감 넘치는 형사의 표본이다. 캐릭터에 대한 취향을 두고 비교를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지만, 굳이 어느 한 쪽을 선택하라면 황정민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 이유는 황정민의 그것에는 범접할 수 없는 리듬감이 느껴지기 때문인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베테랑>은 후속편을 준비 중이다.




적(?)게 '망'믿다. 다. '승패'다. <베테랑>은 무거운 공기가 지배하던 <베를린>이나 쓸씁함이 배어있던 <부당거래>와는 전혀 다른 영화다. 그렇다면 관건은 얼마나 쫄깃한 긴장감을 유지할 것인지와 후반부에 가서 얼마나 큰 통쾌함을 만들어낼 것인지였다. 류승완 감독은 자신만의 관찰력과 액션, 그리고 영화를 뒤흔드는 반전을 통해 긴장감과 통쾌함을 모두 얻어냈다.


"시나리오를 쓸 당시 재벌 권력자들의 어떤 악행을 다룬 사건들에 관한 기사를 접하면서 분노하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이 사람들과 붙어보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초고에서는 사건을 비틀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런 식이라면 조태오를 법으로 역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류승완 감독)



럼, 다. 다. 과거 가난한 감독이던 시절에는 오로지 액션만 부각됐다면, 이제 그는 투자을 받고 캐스팅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 어엿한 톱클래스의 감독이 아니던가? 투박함을 벗어던지고 세련미가 더해진 그의 영화들이 거듭해서 흥행을 기록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게다가 자신만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시선'을 가져야 할 감독으로서 그의 관찰력은 단연코 돋보인다. <부당거래>가 경찰과 검찰 등 사정기관(査定機關)들의 생리를 날카롭게 포착했던 영화라면, <베테랑>은 재벌들의 세계와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존재로 군림하는지를 현실감있게 보여준다. 불법의 만성화, 족벌 체제, 슈퍼 갑질 등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은 가히 충격적인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이 현실의 사건들을 참고로 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7년 한화의 김승연 회장이 자신의 아들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경호원과 조폭을 끌고 가 술집 종업원들을 위협하고 (권투로) 보복폭행한 사건이나 2010년 최철원 M&M 전 대표가 탱크로리 화물노동자를 야구방망이로 구타했던 '맷값 폭행' 사건은 <베테랑>의 주요 사건으로 녹아들었다. 이는 <베테랑>이 사회고발적인 성격을 띤 영화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 류승완 감독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그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잘 보여준다.


<베테랑>을 향한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만큼 부조리한 현실과 부정의한 세상에 대한 분노가 쌓였다는 것 아닐까?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해주고, 답답했던 곳을 <베테랑>이 제대로 긁어줬기 때문일 것이다. 본디 이런 문제들은 '정치'를 통해 '사회적인 틀' 속에서 풀어내야 겠지만, 대한민국의 정치는 이미 마비된 지 오래 아니던가? 그 어떤 해법도 도출할 수 없는 무기력한 사회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 아니던가?



명 <랑>다. 릿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의 메시지는 유효하지만, 는 '함'다. 영화관을 벗어나면, 우리는 그 현실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 않은가? 만약 당신이 그런 '먹먹한' 감정에 빠져들었다면, 아래에 인용한 류 감독의 코멘트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의가 승리하는 것이 요즘 시대엔 도리어 판타지가 아니냐고 하지만, 실제로 서도철 같은 사람이 존재해요. 재벌의 폭행사건을 파헤친 형사가 있었고, 권력이 감추려는 진실을 끝까지 밝혀내는 기자들이 있고, 양심에 따라 조직의 비리를 고발하는 내부고발자도 있죠. 그들을 응원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를 응원하는 거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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