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정치권이 던진 저가 담배라는 떡밥과 부화뇌동하는 사람들

너의길을가라 2015. 2.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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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차례상에 오른 가장 뜨거운 메뉴는 '이완구 국무총리'와 '저가담배'가 아니었을까? 실제로 '담뱃갑(세)'과 관련된 논란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한 사실상의 증세와 다름 없는 '닷뱃값(세) 인상'을 두고서,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는 새빨간 거짓말로 흡연자들을 우롱(愚弄)했던 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흡연자들이 4,500원짜리 담배를 직접 사서 피우게 되는 현실에 부닥치면서 그로 인한 경제적인 압박 등의 부담은 당연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거짓말'과 함께 힘으로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였던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당연히 여당 성향의 흡연자들의 배신감이 훨씬 더 클 것이다. 그 감정적 상처, 실망으로 인한 회의(懷疑)와 불신()은 뒤끝이 긴 법이다.


"다음달에 선거하면 서울 지역은 강남 · 서초 빼고는 다 전멸이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실시(16~17일)한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정부발(發) 실책들의 여파(餘波)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주보다 2.6% 포인트 하락한 34.7%를 기록하면서, 2.0% 포인트 상승한 새정치민주연합(33.8%)에 오차 범위 내로 따라잡혔다. 오차 범위 내인 만큼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압도적인 지지율을 자랑하던 새누리당이 (여전히 높은 지지율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추격을 허용한 까닭은 무엇일까? 여론의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완구 국무총리 인준을 강행한 여당에 대한 실망이 결정타로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담뱃값(담뱃세) 인상을 비롯해 주민세, 자동차세 등을 올리면서 '증세는 아니다'고 앵무새처럼 말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거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반발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담배 태운지는 40년도 더 됐지. 담뱃값 비싸져서 끊으려고도 했는데 사실 나이들면 담배 끊기 힘들어요. 내 친구도 끊는다 하더니 결국 다시 피우더라고…." -이길동(66)-


"예전에는 만원 한 장 주면 네 갑을 샀는데 이젠 두 갑밖에 못 산다"면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노인연금으로는 생활비하기도 빠듯한데 피우기도 부담되고…" -박유주(67)-


"정부에서는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타격 받는것도 모르고 담배가 해롭다는 죽는소리만 해대고 있다" -최모(80) 씨-


[담뱃값인상45일] 노인·군인 뿔났다.."끊지도, 피우지도 못해.." <헤럴드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 빠른' 새누리당이 모를 리 없다. 지난 17일,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는 "'저가 담배'(판매 허용을 해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당 정책위원회에서 검토해보라고 했다"고 밝히면서 '저가 담배' 논란의 불을 지폈다. 이는 담뱃값(세) 인상에 따른 저소득층과 노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보완책의 성격으로 제기된 것이라 논란의 불길은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경로당 등 민생현장에서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 검토 후 저가담배 생산이 가능하면 저가담배 판매대상 기준 등 기술적인 부분까지 정책위에서 세밀하게 다뤄보겠다"고 설명했다. 경로당 등 민생현장에서 수렴한 의견이란 위에서 인용한 <헤럴드경제>의 인터뷰 내용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할 것이다.



저가 담배의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담뱃값(세)를 인상하면서 정부가 내걸었던 목적과 이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지난해(2014년) 9월 1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담뱃값 인상은 세수가 목적이 아니라 국민건강증진 차원에서 더 이상 낮은 가격으로 유지해서는 안되겠다는 정책의 표시"라고 못박은 바 있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서 담뱃값(세)를 올렸는데, 여당이 이제 와서 노인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저가 담배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정부가 말하는 '국민'에 노인과 저소득층은 포함이 되지 않는 것일까? 나이 든 사람과 가난한 사람은 더 열심히 담배를 펴서 '일찍' 죽으라는 이야기일까? 이는 새누리당의 주 지지층이 노인과 저소득층이라는 점에서 다분히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것이라 보여진다. 지지층의 이탈을 막아보겠다는 심산 아니겠는가?




물론 새누리당만 '저가 담배'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표 냄새'를 맡고 달려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병헌 최고위원은 "(서민의) 경제적 부담과 고통이 가중되고 있어서 초저가 담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봉초 담배(직접 말아 피우는 담배) 등 저가담배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저가 담배를 비롯한 봉초 담배를 공급하는 것은 실현가능한 일일까? 흡연소비자협회 정경수 고문의 말을 들어보자.


◇ 정관용>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신데... 담배값 인상에 그동안 반대해오셨죠?
◆ 정경수> 물론이죠. 적극 반대했었습니다.
◇ 정관용> 그렇다면 일부 품목이라도 저가로 공급을 한다면 반기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정경수> 그건 대단히 환영할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불가능하다는 시장논리에 비춰볼때... 되지도 않는 얘기를 끄집어 내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내년 총선에 표얻기 위한 발언이라 이거지요.
◇ 정관용> 그럴까요? 2006년 이전처럼 조건부로 농촌등지에만 면세담배를 팔거나, 새정치민주연합 제안처럼 봉초담배를 싸게 공급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 정경수> 그건 절대 불가능합니다. 봉초담배 나오면 파이프로 쓰면 됩니다. 종이에 말 필요도 없어요. 그런데 지금 금연단체에서 반대하는 게... 간접흡연이다 뭐다해서 반대하잖아요. 그럼 농촌사람들이나 노인들은 담배 피우다 죽으라 그런 논리 밖에 더 됩니까? 그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담배소비자協 "저가담배? 되지도 않는 얘기" <노컷뉴스>



아무래도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내년 총선에 표얻기 위한 발언'이라는 설명이 가장 적절한 답일 것 같다. 저가 담배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높은'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우선, 세금을 감면하는 방식으로 저가 담배를 공급할 것인지, 적자를 떠안는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전자일 경우에는 세대 간 갈등이 불가피하고, 후자일 경우에는 민간기업이 된 KT&G의 반발이 예상된다. KT&G 관계자는 19일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제의를 받은 적도 없고 검토한 바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저가 담배' 논란은 설 명절을 맞아 정치권이 던진 '떡밥'에 국민들이 놀아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로 인해 정부의 담뱃값(세) 인상이 국민 건강 증진을 빙자한 '꼼수 증세'였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물론 '저가 담배'에 혹해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우리들의 한심한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으니 피차일반(彼此一般)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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