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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한 조세호가 잠들어 버린 <무도>를 깨울 수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18. 1. 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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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물은 썩는다. 만고의 진리다. 그래서 물은 흘러야 한다. 스스로 그리할 수 없다면 외부적인 도움(혹은 강제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고인 물'이었던 SBS <런닝맨>은 폐지의 위기까지 몰렸지만, 절치부심 끝에 새로운 멤버 투입을 결정했다. 전소민(과 양세형)의 투입은 결정적이었고, <런닝맨>은 과거의 명성을 되찾으며 극적으로 부활했다. 기존의 예능에서 볼 수 없던 정체불명의 캐릭터였던 전소민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한편 기존의 멤버들과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내며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국민 예능이라고 다를까. MBC <무한도전>에 대한 비판(및 불만)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일고 있는 요즘이다. 김태호 PD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쇄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재미의 편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떻게 매번 '빅재미'를 만들 수 있겠는가. 문제는 기준치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어쩌면 노홍철(2014년 11월)과 정형돈(2015년 8월)의 순차적인 이탈에 따른 상실감이 조금씩 쌓여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캐릭터 쇼가 근간인 <무한도전>에서 노홍철과 정형돈의 빈자리는 너무도 컸다. 황광희(2015년 4월)는 왕관을 짊어지기엔 너무 버거워했다. 얼마 뒤 군입대로 대열에서 이탈했다. 양세형(2016년 5월)은 자신만의 깐죽 캐릭터를 뽐내며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일정한 한계가 보였다. 양세형의 에너지는 <무한도전>의 분위기를 바꾸기에도, 새로운 동력이 되기에도 역부족이었다. 물론 그 책임이 양세형에게 있는 건 아니다. 역시 기존 멤버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명수와 정준하의 노쇠는 뚜렷했다. 박명수는 캐릭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정준하는 안팎의 논란으로 위축된 티가 역력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하하의 부진이었다. 노홍철과 정형돈의 이탈로 인한 직격탄을 맞은 건 그들과 (사적으로나 캐릭터적으로나)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하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침체가 장기간 이어졌다. 중간자 역할도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 그렇게 <무한도전>은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했고, 멤버들 간의 세대 차이는 점차 심화돼 갔다.

 


언제까지고 추억에 젖어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과거의 명성이 밥을 먹여주진 않는다. 조세호의 투입은 고인 물을 흐르게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무한도전>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6인 체제를 유지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조세호는 <무한도전>이 필요로 할 때마다 '봇집'을 들고 흔쾌히 출연했고, 매번 안정적인 타율을 보여줬다. 이런 경험들은 조세호에 대한 계산을 가능케 했다. 또, 기존의 멤버들과 친분이 있어 분위기에 쉽사리 녹아들 수도 있었다. 


지난 13일 방송된 '면접의 신' 특집은 조세호의 역량이 잘 드러났던 무대였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취업준비생이 돼 입사지원서 작성부터 면접 시험까지 직접 경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유재석의 성실함도 돋보였지만, 역시 조세호(와 양세형)의 활약은 군계일학이었다. 특히 조세호는 매우 열성적으로 준비했고, 적극적인 태도로 면접에 임했다. 그리고 재치있고 번뜩이는 답변으로 면접관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실제 면접자들보다도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칭찬을 듣는 건 당연했다.



반면, 박명수는 "저는 죄송한데, 취업할 나이가 아니에요. 명퇴할 나이에요.'"라고 황당해 하더니하더니 결국 '아무말 대잔치'로 일관하고 말았다. 정준하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하하도 "내가 누구 밑에서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는 게.."라며 뻘쭘해 하더니 평이한 입담에 그쳤다. 몰입이 되지 않으니 결과가 좋을 리 없었다. 세 멤버의 출연 분량은 대부분 편집되고 말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아쉬운 게 없는 그들에게 '간절함'이 필요한 도전은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진지하지 못한 태도는 아쉽기만 했다. 


모든 특집에서 주인공급 활약을 할 순 없다. 상황에 따라 다른 멤버들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 역할을 하는 팀워크가 필요하다. 하지만 '면접의 신' 특집의 경우 기존 멤버들의 역량과 노력이 현저히 부족했다. 신입 멤버를 위한 밀어주기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이런 모습들이 계속해서 노출된다면, 아무리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팬들이라 할지라도 눈감아주기 어렵다. 조세호의 활약은 노쇠한 <무한도전>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무사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다른 멤버들의 각성이 없다면 그 에너지가 지속가능할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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