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에서 시즌제 도입은 대세적 흐름이다. 그 선두주자는 역시 tvN인데, 나영석 PD의 주도 하에 이미 시스템을 완비했다.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올해는 <윤식당2>가 시즌 1의 인기를 뛰어넘는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비록 <신혼일기> 시리즈의 실패가 옥의 티지만, 다양한 시도 가운데 하나라고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한편, JTBC도 지난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효리네 민박>과 <비긴 어게인>을 시즌제로 제작하고 나섰다. <비정상회담>도 시즌제를 예고하며 막을 내렸다.
지상파도 이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먼저 MBC가 앞장서고 나섰다. 최승호 사장은 "새로운 프로그램은 앞으로 시즌제를 감안해서 만들 것이고, 기존의 프로그램들 그리고 잘 나가는 프로그램도 적절한 시점에 시즌제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시즌제가 보다 보편화된 제작 방식이 되기 위해선 tvN 이외의 방송사도 성공의 단맛을 맛봐야 한다. <윤식당2>는 벤치마킹 하기에 가장 좋은 교과서다. <윤식당2>의 성공 비결을 살펴보고, 곧 방영될 예정인 <효리네 민박2>의 성공 여부도 예측해보도록 하자.
익숙함 + 기대감, <윤식당2>의 영업 전략
시즌제의 성립 조건은 '인기'다. 그렇다면 시즌제의 성공 공식은 무엇일까. 기존의 익숙함과 새로움을 조합해 기대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프로그램의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윤 요소들을 가미해 변화를 추구한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동시에 매너리즘을 극복해 나간다. <윤식당2>를 보자. 해외에서 음식점을 경영한다는 기본 틀을 유지한 채 장소와 메뉴에 변화를 줬다. 스페인의 가라치코 마을은 어떤 곳일까, 비빔밥에 대한 현지의 반응은 어떨까 등의 기대를 품게 했다.
멤버 구성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기존의 알바생 신구가 스케줄 때문에 빠지고, 그 자리를 박서준이 채웠다. 물론 신구가 그대로 출연했다고 하더라도 <윤식당2>는 큰 인기를 끌었겠지만, 박서준의 출연으로 인해 새로운 시청층이 유입됐다. 게다가 <윤식당2>는 '박서준 입덕 방송'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가 아니던가. 박서준은 훤칠한 외모뿐만 아니라 현지 언어를 숙지하는 성실함, 거기에 일머리까지 갖춘 완벽한 알바생으로 활약하고 있다. 다양한 매력을 발산 중인 그는 프로그램 내에 완벽히 자리를 잡았다.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등 기존의 멤버들은 더욱 끈끈해졌고, 거기에 박서준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되자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됐다. 신구는 빠졌지만, 신구의 조합은 여전했다. 아침마다 해안가를 시원하게 달리는 박서준의 '젊음'은 <윤식당2>의 새로운 에너지가 됐다. 관계가 다양해졌고, 이야기가 풍부해졌다. 익숙함과 기대감을 모두 충족시켰다. 이것이 바로 <윤식당2>가 프로그램의 신선함을 유지한 비결이었다. 참으로 영리한 영업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효리네 민박2>은 어떨까?
<윤식당2>에 이어 2018년 예능 최고의 기대작은 역시 <효리네 민박2>이다. 21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을 만큼 시청자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 <효리네 민박2>도 프로그램의 큰 틀은 같다. 시즌1과 같이 이효리와 이상순이 실제로 거주하는 집을 배경으로 민박을 운영한다. 기존의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구도다. 그러나 익숙함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시청자들은 늘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 마련이니까. 그렇다면 <효리네 민박2>의 승부수는 무엇일까?
우선, 계절의 변화가 있다. 시즌1이 봄을 배경으로 했다면, 시즌2는 겨울이다. 당장 많은 것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촬영 기간 중에 폭설이 내리는 등 민박집을 운영하기엔 어려움이 따랐지만, '제주의 겨울'이 궁금했던 시청자들에겐 만족스러운 그림이 나올 것이다. 이것이 <효리네 민박2>가 가능했던 요인이기도 하다. 다만, 야외 활동(마당에서 열렸던 요가 수업, 바비큐 파티)은 보기 어렵게 됐다. 과연 <효리네 민박2>가 그 빈자리들을 어떻게 채웠을지 기대가 된다.
한편, 새로운 직원을 둘러싼 논란은 극복해야 할 숙제다. <효리네 민박2>는 드라마 스케줄로 출연이 어려워진 아이유 대신 윤아가 합류한다고 발표했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아무래도 새로운 얼굴 혹은 예상밖의 인물을 잔뜩 기대하고 있던 터라 윤아의 캐스팅이 못내 아쉬운 듯 하다. <윤식당2>가 박서준을 투입하면서 최고의 효과를 끌어내고 있는 것과 달리 <효리네 민박2>는 시작 전부터 삐걱대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단기 알바생으로 박보검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더욱 열광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과연 윤아가 아이유의 빈자리라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효리네 민박2>의 새로운 히로인이 될 수 있을까. 반대로 <효리네 민박2>는 걸그룹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두 사람의 만남을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로 담아낼 수 있을까. 기존의 틀을 유지한 상태에서 약간의 변화만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낸다는 나영석표 시즌제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장인의 손을 거친 <윤식당2>는 영리하게도 그 변화들을 모두 성공시켰다. 과연 <효리네 민박2>도 그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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