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이외수 씨의 '전효성 응원'을 지지합니다

너의길을가라 2013. 8. 2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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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먹을 글인가요? 욕하러 오신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그래도 차분히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밤 늦게 집에 돌아와서 'DAUM'에 들어가보니, '댓글 많은 뉴스'로 다음과 같은 뉴스가 올라와 있더군요. 


이외수, '일베논란' 전효성 공개 응원 "평생 비난받아야 하나?"


순간 드는 생각은 '에고, 돌 엄청 맞으셨겠다..'는 씁쓸함이었습니다. 또, 대한민국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또 한번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일단, 트위터에 접속해서 정확한 워딩을 확인했습니다. 






이외수 씨가 "시크릿의 전효성을 격려하고 응원합니다"라는 트윗을 쓰자, 한 트위터리안이 이외수 씨에게 "이외수 씨, 저런 개념없는 일베 아이돌 전효성(일명 전효충)을 응원하다니 실망입니다"라는 멘션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이외수 씨는 "어릴 때 바지에 똥 한번 싼 사람은 평생 비난받으면서 살아야 합니까"라는 반박과 함께 "남을 비난할 때 보면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분들이 이토록 많은데 어찌하여 부정부패는 그토록 안연해 있을까요"라며 탄식의 글을 남깁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확인해보니 '씁쓸함'은 더욱 짙어집니다. 





옮기기도 민망할 수준의 댓글들이 달려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저 댓글들과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시나요? 마음이 아픕니다. 전효성 때문도 아니고, 이외수 때문도 아닙니다. 저 댓글들에 담겨 있는 무서운 살기(殺氣) 때문입니다. 극도로 경직되어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이렇게 '여유'가 없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심리적으로 강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여유'가 있죠. 누군가 잘못을 하더라도 너그럽게 넘어갈 줄도 알고, 때로는 통크게 봐주기도 합니다. 이해의 폭도 넓고, 관용을 베풀 줄도 압니다. 반면, 심리적으로 코너에 몰린 사람들에겐 여유가 없죠. 절박합니다. 내가 죽든지, 상대를 죽이든지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 겁니다. 눈빛도 살벌하고, 목소리도 날카롭죠. 약간의 움직임에도 위협을 느끼고 공격을 합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혹시 그것이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요? 


같은 선상에 서 있다가도 조금만 다른 말을 하면 용납하지 못하고 떠밀어 버리고 있진 않나요? 지금 우리가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한마디로 '박멸(撲滅)'입니다. 이것이 진보의 모습은 아닐 겁니다. 아니, 진보를 떠나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보일 태도가 아닙니다. 포용하고 끌어안는 것이 우리들이 갖춰야 할 모습은 아닐까요? 어쩌다가 우리가 이토록 '살벌'해진 것일까요? 이외수 씨마저 '테두리' 밖으로 밀어낼 건가요? 그렇게 해서 남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누가 박수치고 좋아할까요? 




- <TV리포트>에서 발췌 - 



우리가 고심하고 또 고심해야 하는 것은 벽을 둘러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일베'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 중에는 정말 악질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호기심'이나 '한 두번의 잘못된 생각'으로 실수를 저지른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이외수 씨의 말처럼, 누구가 한번쯤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니까요. 그들에게 줘야 할 것은 '박멸의 공포'가 아니라 '따뜻한 기회'가 아닐까요?


한순간에 '여유'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 시작할 수는 있겠죠. 이제라도 움츠렸던 어깨와 가슴을 펴고 주위를 둘러보는 작은 여유를 찾는 건 어떨까요? 이건 단순히 '전효성'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품위와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저는 감히 확언할 수 있습니다. '여유' 없는 우리들은 저들을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장윤선 기자는 민주당 소속 의원의 말을 빌려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GH와 김기춘 비서실장은 얼굴이 참 좋더라. 별로 신경도 쓰고 있지 않는 것 같더라' 글쎄요, 포커페이스일까요? 이 싸움은 여유 '있는' 쪽이 이기게 되어 있습니다. 여유를 '잃은' 쪽은 내부에서 붕괴하는 자멸의 길을 걷게 되겠죠. '폐쇄'가 아니라 '확장'의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마음을 닫기보다는 활짝 열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외수 씨의 전효성 응원을 지지합니다. 더불어 '촛불'의 그 따스함이 광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로 퍼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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