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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부터 이정현까지, 폭염보다 뜨거운 <미스터 션샤인>의 열연

너의길을가라 2018. 8. 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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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동안 가장 뜨거웠던 이름은 아무래도 ‘이정현’이 아니었을까.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츠다 하사 역을 맡은 그는 시청자들을 혼돈 속으로 빠뜨렸다. ‘진짜 일본인을 섭외한 건가?’ 놀랍게도(!) 그는 대한민국 배우였다. 그만큼 혼신의 힘을 다 쏟은 열정적인 연기였다. 이정현은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 같다는 찬사를 받으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드라마 최고의 수혜자가 됐다. 


연기의 향연(饗宴)을 보는 듯 하다. 캐릭터에 오롯이 몰입한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저 행복해진다. 끈질긴 폭염과 지독한 열대야를 잠시나마 잊게 된다. 이 성대한 잔치에 초대해 준 것만으도 고맙다. 그 만족감에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자꾸만 시계를 보게 된다. '얼마 안 남았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아, 벌써 끝났어!' tvN <미스터 션샤인>을 볼 때, 우리가 느끼는 즐거운 초조함이다. 


역시 김은숙 작가의 힘은 셌다. 그냥 센 정도가 아니라 폭발적이었다. 8.852%로 시작했던 시청률(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은 3회 만에 10.082%를 기록하며 그 높다던 10%의 벽을 가볍게 넘어섰다. 상승세는 계속 이어졌다. 8회는 12.33%로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여전히 드라마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미스터 션샤인>의 서사와 캐릭터는 시청자들을 꽉 사로잡았다. 시청자들의 지지는 단단한다. 



SBS <신사의 품격>, KBS2 <태양의 후예>, tvN <도깨비>를 통해 차곡차곡 쌓인 김은숙에 대한 신뢰감은 배우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영화관에 가야 만날 수 있었던 이병헌의 연기를 안방에서 다시 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데뷔와 동시에 충무로를 열광시킨 김태리를 캐스팅한 것도 현명한 선택이었다. 알파벳을 매개로 ‘러브’를 나누고 있는 유진 초이와 고애신의 로맨스는 어느새 시청자들을 설득시켰다. 


고애신을 마음에 품고 있는 백정 출신의 구동매, 유연석의 애절한 눈빛은 보는 이의 가슴을 후벼판다. 본격적인 사각관계가 형성된 뒤 룸펜(Lumpen)의 한가로움은 온데간데 없고, 180도 달라진 눈빛을 보인 변요한의 김희성은 새롭고 흥미롭다. 제 옷을 입은 듯 자유자재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쿠도 히나 역의 김민정은 또 어떠한가. <미스터 션샤인>이 구축한 주연과 서브주연의 조합 및 조화는 황홀할 지경이다. 



문제(?)는 이들이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김은숙이라는 이름의 날갯짓이 일으킨 나비효과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의병의 일원이자 조선 최고의 도공인 황은산 역의 김갑수는 초반부터 드라마의 무게감을 더한다. 유진 초이와의 재회 후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그 연기는 김갑수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고애신의 스승인 포수 장승구 역을 맡은 최무성의 카리스마는 의병의 숭고함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묵직한 그의 연기가 일품이다.


반면 살아남기 위해 친미든 친일이든 가리지 않는 기회주의자 이완익 역의 김의성은 악랄하기 그지 없다. 그 살쾌이 같은 눈빛은 정말이지 조선을 팔아서라도 부와 권력을 틀어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또, 고종 역의 이승준은 격랑에 휩쓸린 약소국 황제의 고뇌와 근심을 적절히 표현한다. 애써 근엄함을 유지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애처로움이 느껴진다. 그의 연기는 탁월하다.



마치 그 시절 그 사람을 데려다 놓은 듯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있는 함안댁 이정은과 행랑아범 신정근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애기씨 고애신을 지키기 위해 물신양면 분주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연기의 신이란 그들에게 어울리는 이름이란 생각마저 든다. 미국 공사관의 역관 임관수 역의 조우진의 내공도 보통이 아니다. “여기 계신 그 누구보다 제가 조선인인 걸요”라는 대사는 감동 그 자체였다. 


출연 배우들의 이름을 꽤나 많이 열거했지만, 여전히 마음에 다 차지 않는다. 고애신의 조부 고사홍 역의 이호재는 애끓는 할아버지의 심정을 잘 표현했고, 정통 사극의 분위기마저 이끌어냈다. 카일 무어 역의 데이비드 맥기니스는 안정된 '영어' 연기를 선보인다. 전직 추노꾼 일식이 역의 김병철은 드라마의 중간중간 웃음꽃을 피우는 감초 역할에 충실하다. 


이처럼 <미스터 션샤인>에는 연기에 빈틈이 없다. 또, 기억하고 싶은 캐릭터와 배우가 넘쳐난다.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정도다. 좋은 극본과 좋은 배우가 만나니 훌륭한 연기가 나오는 건 당연한 걸까. 드라마는 자연스레 웰메이드가 됐다. 이 모든 게 김은숙의 마법이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미스터 션샤인>이 그리는 뜨겁고도 차가운 로맨스와 함께라면 한여름의 무더위와 맞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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