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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거지 닮은<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윤시윤에게 달렸다

너의길을가라 2018. 7. 2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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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의 왕자 에드워드와 거지 소년 톰이 옷을 바꿔 입었다. 장난으로 한 일이었다. 그러고나서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이 너무도 닮아있다는 걸 알아챈다. 그저 신기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둘은 알지 못했다. 그들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게 될 줄 말이다. 왕자의 옷을 입은 톰은 졸지에 왕자의 대우를 받았고, 거지의 옷을 입은 에드워드는 거지 취급을 받았다. 아,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마크 트웨인이 쓴 『왕자와 거지』의 기본 줄거리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다. 물론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영민했던 톰은 곧 왕이 돼 선정을 베푼다. 그동안 보고 겪었던 어려움을 정책으로 잘 녹아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에드워드는 거지 떼에 끌려가는 등 고난을 겪지만,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직접 경험하면서 진정한 지도자로 성숙해 간다. 결국 에드워드는 톰의 도움으로 왕위를 되찾아 훌륭한 왕이 된다. 



이번 주부터 새롭게 선보인 SBS 수목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왕자와 거지'를 떠오르게 한다. 여기 쌍둥이 형제가 있다. 형 한수호(윤시윤)와 동생 한강호(윤시윤)은 생김새가 똑같다. 그들의 삶은 왕자와 거지만큼이나 극과 극이다. 수호는 전국 1등을 놓친 적 없는 엘리트였고, 지금은 판사가 돼 대한민국 상류층으로 살아가고 있다. '왕자'로서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강호는 밑바닥 인생이다. 엄마는 늘 형과 강호를 비교했고, 그와 같은 편애는 강호를 엇나가게 만들었다. 고교시절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는 수호를 발견한 강호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개입한다. 형이 미웠지만, 그래도 맞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의 손에 칼이 쥐어져 있었던 사실을 수호가 모른 척 하는 바람에 강호는 범죄자가 돼 감옥에 가게 됐다. 한순간에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판사와 전과 5범의 범죄자. 이토록 기구한 운명의 형제라니! 감옥에서 출소한 강호는 또 다시 범죄에 휘말리고, '형을 찾아가지 말라'는 엄마의 매정한 말에 울컥해 수호를 찾아간다. 공교롭게도 그 시각 수호는 자신의 판결에 불만을 품은 괴한에게 납치를 당해 부재한 상태다. 강호는 자신을 쫓아 온 경찰에게 체포될 상황에 놓이자 수호인 척하며 위기를 벗어나고, 그대로 '형의 옷'을 입고 법정까지 들어간다.


그 다음부터는 예상됐던 것처럼 좌충우돌이다. 강호는 낯선 법원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쉽지 않다. 사람들이야 어찌어찌 속인다하더라도 당장 한자가 가득한 선고문을 읽지 못해 전전긍긍이다. 기지를 발휘해 선고기일을 1주일 미뤄두고, 판사 시보로 온 송소은(이유영)에게 선고문을 한글로 바꾸라고 지시한다. 국민들이 읽어 볼 판결문이 이렇게 어려워서 되겠냐는 핑계로 둘러댔다. 



그런데 소가 뒷걸음질 하다 쥐잡은 격이랄까. 갑작스럽게 모든 사건의 선고기일이 늦춰지자 갑질 폭행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오성그룹의 재벌3세 이호성(윤나무)와 그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오대양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오대양(김명곤)과 그의 아들 오상철(박병은)은 이 사건을 선고유예로 풀어내기 위해 강호에게 접근한다. 상철은 연수원 동기라는 친분을 활용해 수호가 된 강호를 설득한다. 


강호는 상철에게 쉽게 설득 당하고, 재벌을 위한 판결을 내리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문제는 법에 무지한 그가 판결문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그의 옆에는 판사 시보 송소은이 있었고, 강호는 소은에게 과제라는 명목으로 판결문을 쓰게 한다. 그러나 소은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뒤, 선고유예가 아니라 징역 7년짜리 판결문을 써낸다. 그리고 강호와 대립하며 이렇게 말한다.



"판결 원칙은 딱 하나입니다. 형벌의 고통이 범죄로 얻는 이익보다 커야 한다. 죄 지은 자가 선고를 받고 웃으며 법정을 나간다면 그건 죄에 대한 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은의 이 대사야말로 <친애하는 판사님께>가 지향하는 가치일 것이다. 전과자에서 졸지에 판사가 된 강호의 성장과 활약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줄 전망이다. 차갑고 냉정한 형 수호와는 달리 강호는 인간적이고 온정적인 판결을 내릴 듯 보이니 말이다. 또, 법조계에 만연한 비리와 관행도 강호의 눈으로 보면 훨씬 더 뚜렷하게 보이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이 생긴다. 『왕자와 거지』의 해피엔딩처럼 말이다.


다만, <친애하는 판사님께>가 취하고 있는 '왕자와 거지'의 구도는 조금 식상한 측면이 있다. 사기꾼에서 검사가 됐던 <스위치-세상을 바꿔라>가 떠오르기도 하고, 상반된 성격을 지닌 쌍둥이의 우여곡절은 SBS <착한마녀전>에서 익히 봤던 내용이다. 또, 판사라는 직업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던 JTBC <미스 함무라비>의 섬세함과 동떨어져 있는 과격한 설정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결과가 뻔히 그려지는 <친애하는 판사님께>의 성공 여부는 1인 2역을 맡은 윤시윤의 활약에 달려있다. 캐릭터의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초반에는 다소 과장된 연기를 펼치긴 했지만, 윤시윤의 연기는 충분히 설득적이었다. 5.2%-6.3%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7%-7.7%로 껑충 뛰어 올랐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친애하는 판사님'이 된 강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아직까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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