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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삼시세끼>는 이렇지 않았는데.. 서운함의 정체는?

너의길을가라 2017. 10. 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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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시즌보다 <삼시세끼> 같지 않았던 <삼시세끼>가 끝이 났다. '바다목장 편' 말이다. 10.568%(닐슨 코리아 기준)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9.085%로 마무리 됐다. 비록 첫회가 최고 시청률이었지만, 매회 8~9%를 왔다갔다 했던 성적표는 매우 준수했다. 게다가 동시간대 1위를 한번도 놓치지 않았을 만큼 경쟁력도 있었다. 그만큼 <삼시세끼>는 타깃 시청층을 넘어 전국민적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묻는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성공'이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아쉬움이 남는다. 정체를 쉽사리 파악하기 힘든 서운함이다. 그 감정을 가만히 추적해보니 일종의 '상실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의 <삼시세끼>는 이렇지 않았는데..'라는 말이 계속해서 입안을 맴돈다. 그렇다, <삼시세끼>는 변했다. 이전의 <삼시세끼>가 갖고 있던 정서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다른 무언가가 채운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번 시즌엔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모든 게 차고 넘쳤다. 그 이질감이 서운함을 만들고, 아쉬움을 피워냈던 것이다. 


실제로 제작진은 '바다목장 편'을 준비하면서 상당히 공을 들였다. 낚시에 소질이 없는 멤버들을 고려해 '바다 목장'을 만들었고, 잭슨 패밀리를 데려와 풀어 놓았다. 이는 '신의 한 수'라 할 만큼 효과적이었다. 이서진과 잭슨의 재회를 통해 <삼시세끼> 시청자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한편, 목장에서 노동하고 산양유를 채취하는 장면을 통해 새로운 그림을 보여줘 흥미를 끌어올렸다. 또, 생산된 산양유는 득량도 주민들과의 소통에 활용됐다. 지금 생각해도 참 기특한 접근이었다.



마을 정자에 냉장고를 마련해 두고 매일마다 신선한 산양유를 배달하자 정 많은 마을 주민들은 게나 김치 같은 음식이나 호박 등 신선한 식재료를 선물했다. 그 과정에서 카메라에 잡히는 어르신들의 정겹고 구수한 대화는 덤이었다. 차승원, 유해진의 <삼시세끼>와 달리 이서진의 <삼시세끼>는 마을 주민들과의 교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털어내기 위한 장치였다. 또, 나영석 PD는 이 영리한 장치가 이서진 가족의 약점인 '스토리텔링 부족'을 상쇄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이만큼의 공을 들이고도 <삼시세끼> 제작진은 여전히 부족함을 느꼈던 모양이다. '바다목장 편'에는 여러 명의 게스트가 출연해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한지민을 필두로 이제훈, 설현, 이종석이 출연했고, 마지막 편에는 신화의 멤버인 민우와 앤디가 출연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심심했던 세 사람의 구도에 게스트들이 추가되면서 더욱 다양한 관계들이 마련됐고, 그와 함께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바다목장 편'은 <삼시세끼>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였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큰 지원이 있었다.


제작진의 든든한 도움 덕분인지 이서진, 에릭, 윤균상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득량도 생활을 완수했다. 특별한 실수도 없었고, 넘어야 할 난관도 없었다. 이서진 특유의 투정도 사라졌고, 윤균상의 어리숙함이나 카메라 앞에서의 어색함도 없었다. 조리 시간이 매번 늦어 식은땀을 흘렸던 에릭의 모습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출연진이 기존의 '부족함'을 말끔히 채워버렸다. 물론 언제까지나 이서진이 투정을 부릴 수도 없고, 에릭이 느릿느릿 음식을 할 수도 없다. 또, 윤균상이 일을 척척 해내는 걸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 '완벽함'이 너무 이르게 왔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삼시세끼> 시청자들은 '숙련자'가 된 저들의 모습보다 자잘한 실수를 하는 친근한 모습을 원하지 않았을까. 마치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나올 법한 비주얼의 음식보다 직접 구한 식재료로 만들어진 친숙한 비주얼의 음식들을 보고 싶지 않았을까. 게스트가 출연해 온통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기보다 마을 주민들과 어울리며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는 정겨운 장면들을 보고 싶지 않았을까. 


부족함을 채워넣으려 제작진이 특별히 고안했던 장치들은 과연 제대로 기능했을까. '바다목장'은 처음의 신선함을 잃고, 매번 비슷한 장면만 보여주는 데 그쳤다. 'Ctrl+C (복사) 와 Ctrl+V (붙여넣기)'라 해도 무방했다. 이야깃거리를 생산하지 못한 채 그저 단순 노동에 그쳤다. 또, 산양유를 통한 마을 주민과의 교류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삼시세끼>가 보여준 소통이라곤 정자를 지나가면서 '인사'를 나누는 것 정도에 불과했다.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했을 텐데, 이를 활용하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다.


게스트의 활약도 제한적이었다. 영화 개봉에 맞춘 듯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게스트들은 오히려 <삼시세끼>의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서진과 '앙숙 케미'를 선보였던 한지민을 제외하면 사실상 큰 재미를 못 봤다. 무엇보다 나영석 PD의 모습이 사라졌던 것도 아쉽다. 이서진을 자극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빠지자 <삼시세끼>는 그야말로 민밋해졌다. 만약 다음 시즌을 이어나갈 생각이라면, 큰틀에서 변화를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의 <삼시세끼>는 훌륭한 요리 프로그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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