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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OCN, 달라진 송승헌..<블랙>에 대한 기대가 확신으로 바뀌다

너의길을가라 2017. 10. 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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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드라마 풍년'이 도래했다. 월화, 수목, 주말을 참신한 소재를 맛깔나게 살린 드라마들이 꽉 채웠다. 이와 같은 풍성함은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가리지 않는다. 게다가 장르도 다양하고, 저마다 개성 넘치고 매력적이다. 그러다보니 특정 드라마의 '독주'는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졌다. 근래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챙겨 봐야 할 드라마가 많기 때문이다. 솔직히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이처럼 즐거운 혼란 속에서 OCN <블랙>은 제법 눈에 띠는 드라마다. 



<블랙>은 방영 전부터 송승헌과 고아라의 출연으로 주목을 받았고, '저승사자'와 '죽음(의 그림자)을 보는 여자'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시선을 끌었다. 저승사자라는 설정은 tvN <도깨비>와 비슷한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 낳기도 했지만, <블랙>은 단 1회 만으로 '차별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제작발표회에서 송승헌이 자신했던 것처럼, <블랙>은 소재와 장르, 전개 과정이 <도깨비>와는 확연히 달랐다. '장르물의 명가'라 불리는 OCN의 축적된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OCN <보이스>를 연출했던 김홍선 감독과 SBS <신의 선물-14일>의 최란 작가가 뭉쳤으니 기대가 신뢰로 바뀐다고 한들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면,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터라 최란 작가의 존재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전작인 <신의 선물-14일>은 미국 ABC 채널에서 리메이크를 했을 정도니, 이야기꾼으로서 최란 작가에 대한 믿음의 수위를 높인다고 한들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최란 작가는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다.



1회에선 사람 주변에 어른거리는 죽음의 그림자를 통해 죽음을 예측하는 강하람(고아라)과 사체를 보면 토악질을 해대는 순둥이 형사 한무강(송승헌)의 만남이 그려졌다. 강하람은 자신의 능력을 부정하며 살아왔다. 이는 곧 죽음을 보지만, 그 죽음을 막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부정으로 나아갔다. 그래썬글라스를 써서 그림자를 보지 않기 위해 기를 쓰며 살아간다. 한편, 한무강은 적성에 맞지 않는 형사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핀잔을 받는 인물이다. 그래서 사수인 나광견(김원해)에게 매번 깨지기 일쑤다. 보기 안쓰러운 정도다.


이렇듯 삐걱대는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의 만남은 흥미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죽음을 보는 능력을 '저주'라고 여겼던 강하람은 자신의 능력을 '축복'이라 말하는 한무강을 만나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된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람들을 구해보자고 다짐한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어떤 기대감을 품을 지점에서 <블랙>은 이야기를 뒤틀어 버린다. 한무강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반전 말이다. 죽음을 막아보려다 오히려 죽음을 당하게 된 상황은 충격적이다. 



2회는 더욱 파격적이다. 죽은 줄 알았던 한무강이 부활한 것이다. 총알이 0.5㎜ 차이로 관통하지 않아 살아난 한무강은 이전과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인다. 순둥이 같았던 그가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안하무인이 됐다. 게다가 기억도 몽땅 잃어 버렸다. 여기에서 'B급 유머'에 가까운 '웃음 포인트'가 만들어졌다. 가령, 한무강이 롱코트만 걸친 채 여자 화장실에서 옷을 열어젖혀 바바리맨으로 오해받는다거나 경찰서에 잡혀 와서도 다리를 쩍 벌리고 충격적인 비주얼을 보여주는 식이다. 


이런 의도적인 코미디가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고, 1회에 쌓아올린 긴장감을 흐트러드렸다는 비판도 있다. 화장실이 저승사자의 '통로'라는 설정은 그렇다치더라도, 여자 화장실에서 남자가 등장한다거나 바바리맨 같은 설정은 유머로 받아들이기 불쾌한 지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직까진 무겁기만 한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포인트로 받아들이는 시청자가 훨씬 많아 보인다. 진지한 표정으로 코믹한 연기를 하는 송승헌의 연기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매번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그가 이번에는 제대로 된 옷을 입은 듯 하다.



아직까진 스토리 라인이 매우 복잡하고, 소위 '떡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 1회에서 던져진 '떡밥'들은 한무강의 죽음으로 인해 올스톱 된 상황이다. 강하람과 한무강의 관계라든지, 성전환 수술을 한 것으로 밝혀진 백골 사체와 '김선영'이라는 여성의 정체, 한무강이 홍채 인식을 거쳐서야 들어갈 수 있었던 지하실 등 아직까지 의문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무엇보다 한무강이 죽임을 당해야 했던 이유와 2회 마지막에 한무강이 마주했던 저승사자(김태우)의 정체도 미스터리다. 


첫 회 90분이라는 파격적인 편성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던 <블랙>은 2.141%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파격적이고 강렬한 전개를 선보였던 2회에선 3.876%까지 상승하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과연 <블랙>이 OCN 장르물의 힘을 보여주며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현재까진 그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최란 작가의 이야기는 쫄깃함을 보여줬다. 송승헌, 고아라 두 주연배우도 자신들의 몫을 충실히 하고 있다. 또, '씬스틸러' 김원해를 비롯한 조연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기대'가 '확신'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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