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영화<오피스>가 담아낸 사무실의 진짜 풍경

너의길을가라 2015. 9. 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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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推理)'를 형식으로 취한 스서 '까?'다. 최고의 반전 영화라는 찬사를 받는 <식스센스>와 <유주얼 서스펙트>의 잔상(殘像)은 오래도록 감독과 관객 서로를 옥죄어 왔다. 예상을 하려는 관객과 예상을 뛰어넘으려는 감독 간의 '기싸움'은 그동안 스릴러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로지 '범인은 누구일까?'에만 몰두하다보면 영화는 힘을 잃고 추락한다. '범인의 정체'에만 집중하는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감독은 뒤통수를 칠 반전(反轉)만 궁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귀결된다. 관객들의 수준이 상당히 올라갔을 뿐더러 잦은 다.


은 '체'다. 위(만)해(理解), 다. 그런 측면에서 접근할 때 <오피스>가 제시한 '고민'과 '이해'는 매우 의미있다.




"소음이 너무 높아서 충격을 받았다. 견학 갔을 때 전화벨이 울리고 시끄러운 상황에서 집중해서 일을 하시고 통화도 하시는 모습들이 신기했다. 회사에서 야근하고 나오는 분들도 지켜봤다. 소름끼치도록 사람들이 표정이 없더라. 그렇게 퇴근하는 것 인상적이었다." (성)


"거친 스릴러라는 장르를 통해 ‘사회 드라마’를 표현하고 싶었"다던 홍원찬 감독은 <오피스>라는 제목에 걸맞게 회사(사무실)의 풍경들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여기에서 말하는 '풍경'이란 단순히 시각적인 부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가령, 승진에 대한 압박과 해고에 대한 불안, 회의에서 일상화된 폭언과 사무실에서 겪는 모욕적인 일상 등은 사무실의 '진짜' 풍경이다.


섬뜩한 '사시미 칼'을 사무실 서랍에 숨겨두고 '이걸 손에 쥐면 마음이 편해져'라고 말하는 김 과장(배성우)의 모습은 이 시대 회사원들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사시미 칼'은 폭력성과 공격성을 의미하는 동시에 불안감을 드러낸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기이면서, 누군가를 상처입혀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사무실의 생리를 드러낸다.




'왜 내가 과장님과 같은 부류예요?'라며 완강히 거부하던 인턴 이미례(고아성)가 어느새 '사시미 칼'을 '묵주'처럼 여기게 된 것은 슬프지만, 매우 현실적이다. 이미례는 정직원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해내지만, 선배로부터 '없어 보이니까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핀잔을 듣는다. 무시와 천대는 일상이다. 급기야 엄청난 스펙에 예쁘기까지한 새로운 인턴 신다미(손수현)가 채용돼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영화를 보면서 놀라게 되는 지점은 어느덧 '신다미'와 '이미례'를 비교하고 있게 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무게의 추(錘)가 신다미 쪽으로 기울었음을 알아챘을 때, 마치 사회의 기존 문법에 포섭된 혹은 더럽혀진 존재가 되었다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사무실 직원들에게 차례차례 복수의 칼을 휘두르는 광기의 존재가 된 이미례를 만든 것은 결국 '나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극 안에서 홍지선이 마주치게 되는 소름끼치는 환영이나 직장 생활의 압박, 히스테리 등도 제가 처음 접하게 된 캐릭터인 것 같아서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류현경)


"죽을려고 일하는 건지 살려고 일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홍지선 대리의 외침은 이 시대의 회사원들이 처한 현실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물론 그녀도 자신만의 '사시미 칼'로 누군가를 찌르는 존재가 되어있다. 이러한 비극적인 현실이야말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지점일 것이다. '무엇'이 사무실의 풍경을 이토록 처참하게 만들어놓았는가?


<스>다. 초반의 다소 느린 흐름만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긴장감을 잘 유지한 스릴러 영화다. 이 영화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제 48회 시체스 국제영화제까지 공식 초청된 건 우연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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