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베테랑>은 되고<치외법권>은 안 되는 이유?

너의길을가라 2015. 9. 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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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나쁜 놈들이 너무나 많다. 경찰이 수사를 할 수 없는 시대, 범인을 알아도 잡을 수 없는 시대, 그러기에 우리가 있다'라고 왕 팀장은 말한다. 폭력엔 폭력으로 사기엔 사기로 공권력이 건들일 수 없는 언터처블한 그 분들에게 우린 아무런 절차 없이 아무런 방해 없이 가서 제대로 응징해 준다. 아니 그거보다 좀더 세게 응징해준다."


화 <권>전(Code of Hammurabi)구, '눈, '방(標榜)다. '치외법권(治外法權)'에 존재하는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 법(상식)이 통하지 않는 또라이들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두 명의 또라이,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프로파일러 정진과 성충동조절장애가 있는 강력계 형사 유민이 출동하게 된다.


당. 텔. 찰. <권>(勸善懲惡)을 다. 1,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쾌거(快擧)를 거둔 <랑>을 '벌'면, <권>은 '사이비 교단의 교주'다. 종교적인 문제들이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접근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것이다.



만 '근'다. <랑>이 안하무인(眼下無人)'3세' 조태오를 소름끼치도록 생동감 있게 표현해냈다면, <치외법권>의 평화선각재단의 대표 성기 역을 맡은 장광은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평면적인 연기에 그쳤다. 물론 그 차이를 연기자의 몫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역시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악역'을 비교하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결국 <베테랑>과 <치외법권>은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비슷한' 영화다. '악당'을 응징하는 '경찰' 영화라는 면에서 두 영화는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 두 영화의 공통적인 정서가 '코미디'라는 점도 같다. 또, 추구하는 카타르시스의 정체도 '통쾌함'으로 동일하다. 물론<베테랑>이 황정민의 원톱이라면, <치외법권>의 경우에는 임창정과 최다니엘 두톱이라는 차이는 있다.



는 1,200다. 성공뿐다. 반면, 한 영화는 깔끔하게 망했다. 이 차이는 무엇에서부터 기인한 것일까? <베테랑>의 그것과는 달리, <치외법권>은 지나치게 전형적이다. 도입부에서부터 고정관념을 탈피하지 못하고, 지루함을 유지한다.


게 '자, 다'는 첫 장면에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미 엄청나게 '섹시'한 악당(유아인)을 보고 난 후가 아닌가? 성기가 무술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조태호의 격투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악랄함도 조태호가 성기에 비해 몇 수 위다. 조태호가 얼굴 근육을 실룩거리며 '어이가 없네'라고 말하는 장면을 소름끼치는 떠올려보라.



면, 다. 면, 다. <랑>다. 도 <권>없다. 


2015년 판 <투캅스>를 염두했던 것이 분명한 임창정과 최다니엘도 시너지를 만들기보단 서로의 벽에 갇혀 버렸다. LG트윈스 야구 점퍼를 입고 나타나 "자, 여기서 LG 트윈스 팬이거나 새벽에 류현진 경기를 꼭 봐야되겠다. 한 쪽으로 열외! 없어? 자, 시작!"이라는 오프닝을 던지는 임창정은 약간의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같은 패턴이 반복되기만 한다는 인상을 준다.


또, 여자만 보면 사죽을 못 쓰는 최다니엘은 초반 이후에는 자신의 캐릭터를 살리지 못하고 어정쩡한 역할에 그친다. 애초에 캐릭터 설정을 '여자'와 관련지었다면, 이 부분을 좀더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또라이'라고 했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똘끼'는 그저 무작정 때려부수는 것뿐이다. <베테랑>의 액션에 쾌감이 녹아 있었다면, <치외법권>의 액션은 피로감만 쌓이게 만든다. 


B<권>, 만, 다. 그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은 고민의 '깊이'가 아닐까? 어떤 캐릭터를 창조하는가, 그 캐릭터들을 어떻게 부딪칠 것인가, 그 고민은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다.



"열심히 일하고 집에 들어가서 뉴스를 보면 영화보다 더 끔찍한 사건 사고가 많다. 범법 행위를 한 인물들이 뉴스에 나오는데, 사실 1달이나 2달이 지나면 벌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모르게 넘어가기도 한다. '치외법권'에서는 그런 악당들이 심판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한 마디로 권선징악인데, 꼬지 않는다" (임창정)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창정은 <치외법권>다. 는 '권'는 '당'다. 만, 다. 은 씁쓸하게도 해 '함'다.



<치외법권>은 그 틈새를 노린 영화이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다. 그렇다고 그 고민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의가 사라진 사회, 부조리가 판치는 사회, 악당들이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다니는 사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고민들은 영화 속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계속되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치외법권> 최고의 명장면인 유치장 신의 대사를 소개할까 한다. 임창정의 울분을 토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정의도 없고, 힘도 없고, 아니 뭐 어떻게 된 게 진짜 나쁜 새끼들은 잡을 수가 없어. 왜, 그 자식들 돈 받아 쳐먹은 대한민국의 높으신 양반들이, 국민들 피 빨아 먹고 있는 그 개자식들이 보호해주고 지켜주고 계시니까! 그래서 난 그냥 나쁜 놈들 잡으면 일단 패. 팀장님, 일단 패요. 왜? 지금 벌주지 않으면 자고 나와. 벌 받지 않고 그냥 나와.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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