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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를 분노케 한 김미화의 사과, 그가 '균형'을 되찾길 바란다

너의길을가라 2018. 2. 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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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는 일반 시청자(혹은 청취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송인이었다. 어렵기만 한 전문가들의 언어를 쉬운 말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그러기 위해 쉼없이 질문을 던졌고, 그래서 부유(浮遊)하는 전문 용어들이 소비자들에게 착 달라붙게 만들었다. 그는 대중의 언어를 구사하는 보기 드문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였다. 손석희 앵커는 김미화를 두고 "시사 프로그램을 따뜻하게 진행하는 능력이 있다"는 칭찬을 하기도 했다. 


'코미디언이 무슨 시사 프로그램이야?'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그는 '코미디언이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어때서?'라고 당당히 맞섰다. 그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코미디언으로서의 자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항상 대중들의 시선에서 생각하는 게 습관화돼 있고, 대중들의 삶에 밀착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김미화는 대중들과 멀어졌다. 강제 격리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치가 그의 일자리를 빼앗았다. 2011년 MBC 라디오 표준FM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돌연 하차했다. 8년간 진행을 맡았던 프로그램이었다. 하차의 명분은 없었다. 그저 윗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냈던 그가 다시 MBC로 돌아왔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지금 눈이라곤 구경도 못 해봤을 것 같은데" (김미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스키장이 있다. 아프리카라고 스키를 안 타는 건 아니다" (허승욱 해설위원)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금의환향을 기대했던 그에게 엄청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생중계가 화근이었다. MBC는 박경추 아나운서, 허승욱 스포츠 해설위원과 김미화를 중계진을 꾸렸다. 김미화 투입은 '일반 시청자의 시선'을 강조함으로써 타 방송사와의 차별화를 꿰한 것이리라. 기대대로 김미화는 특유의 입담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제는 '전문성의 결여'와 '준비의 부족'이었다. 어쩌면 오랜만의 복귀에 따른 '과한 의욕'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김미화는 "아프키라 선수들은 지금 눈이라곤 구경도 못해봤을 것 같"다는 편견이 담긴 발언으로 비판을 자초했다. 또, "평창 올림픽이 잘 안 되길 바랐던 분들도 계실 텐데 그분들은 평창 눈이 다 녹을 때까지 손 들고 서 계셔야 한다"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까지 해 논란은 증폭됐다.


불편함을 느꼈던 수많은 시청자들은 주저없이 채널을 돌렸고, 그 결과 MBC는 시청률 꼴찌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KBS는 23%, SBS는 13.9%, MBC는 7.7%, 닐슨 코리아 기준) 중계진의 전문성을 중요시 했던 KBS(이재후 아나운서, 개막식 부감독 장유정)와 SBS(배성재 · 박선영 아나운서, 주영민 스포츠부 기자)와 확실히 '차별된' 성적이다. 




'가랑비에 속옷 젖는다'더니 일베들의 악의적인 밤샘 조리돌림으로 일부 비난이 '여론'이 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이것조차 제 불찰 입니다. 저를아껴주시는 분들께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올림픽중계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겸허히 인정하며 앞으로 더 나아지기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쯤에서 일단락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김미화의 사과는 대중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일베들의 악의적인 밤샘 조리돌림으로 일부 비난이 '여론'이 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며, 자신을 향해 제기되고 있는 비판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다수의 시청자들을 일베로 만드는 뉘앙스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선량한 시청자들이 불쾌할 만한 발언이었다.


이를 두고 '정신 승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자 김미화는 재차 사과에 나섰다. "부적절한 사과문으로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저의 생각이 짧았다. 깊은 사과드린다. 선의의 쓴소리를 해 주셨던 많은 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이를 계기로 좀 더 반성하며 낮아지겠다." 처음부터 이렇게 겸허한 사과를 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대중들은 김미화의 실수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지 않았을까.


지난 10년동안 불필요하게 힘든 시기를 겪었던 만큼 김미화가 성공적으로 방송에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균형'을 하루빨리 되찾아야 할 것 같다. 과거의 그가 그랬듯, 다시 일반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방송을 하게 되길 바란다. 그건 MBC도 마찬가지다. 현상적으로는 김미화의 준비 부족이 화를 부른 셈이지만, 명분 없는 김미화 투입은 MBC의 결정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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