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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의 상대역이 지진희라서 정말 다행이다

너의길을가라 2018. 2. 1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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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지 않겠습니다."


김남주는 역시 김남주였듯이 지진희도 역시 지진희였다. 경찰서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던 고혜란이 형사 강기준(안내상)의 압박에 눈빛이 흔들리던 시점에 강태욱(지진희)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참고인 고혜란은 지금 이 순간부터 변호인의 동의 없이 그 어떤 임의수사에도 협조하지 않겠습니다." 케빈 리(고준) 살해 용의자가 된 아내 고혜란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그런가 하면 이혼 서류를 발견한 어머니(김보연)가 혜란을 추궁하며 '깨끗이 갈라서라'고 강권하자 "이 사람 잘못 아니에요. 내가 모자라서 내가 못나서 좁아서 그런 거예요."라며 감싸고, "이 사람하고 제 문제예요. 우리 둘이 알아서 해결합니다. 어머닌 그만 돌아가세요."라고 딱 잘라 말한다. 시어머니 앞에 무릎까지 꿇은 채 읍소하는 아내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었다. 


그 순간 혜란은 "그리고 나는 한번도 진 적이 없다."며 쾌재를 불렀다. 혜란의 행동은 계산된 것이었고, 승부수는 어김없이 통했다. 청와대 대변인이 되겠다는 욕망은 끊임없이 그를 추동(推動)했다. 혜란은 태욱에게 한 달의 검증기간만 잘 넘기면 되는데, 그러려면 태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혼은 안 된다고 못박는다. 태욱은 허탈감을 느끼며 "네 말이 맞았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거구나."라고 탄식한다.



"해봐 한번, 너 하고 싶은 거. 애초에 당신이 나한테 원한 건 그럴듯한 배경과 명함이었고. 내가 해주겠다고 했으니까 약속은 지켜야지."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태욱에게도 적용되는 명제였다. 태욱은 절친한 선배인 청와대 홍보 수석 내정자와 약속을 잡고 태국까지 날아가 혜란에게 도움을 준다. 10년 전 청혼하면서 "네 명함 해줄게. 네가 어떤 모습을 원하든 내가 그렇게 해준다고. 약속해"라고 했던 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쇼윈도 부부로 살아왔지만, 태욱은 여전히 혜란을 사랑하고 있었다. 혜란의 그 어떤 욕망까지도 추인(追認)할 정도로. 


JTBC <미스티> 1, 2회의 주인공은 단연 김남주였다. 강렬했고, 또 절실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 힘에 이끌렸고, 버티는 건 무의미했다. 한순간에 빨려들어갔으니 말이다. 그리고 3, 4회의 주인공은 지진희였다. 자연스레 무게 중심이 이동됐다. 지진희는 안정감 있는 연기를 통해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착실히 구축된 캐릭터의 존재감은 묵직했다. 그는 기다려야 할 때와 움직여야 할 때를 아는 배우다. 


지진희는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지녔다. 외유내강(겉으로는 부드럽고 순하나 속은 곧고 꿋꿋함)이면서 내유외강(속은 부드러우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굳셈)이라고 할까. 두 가지 유형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전혀 어색함이 없다. 젠틀한 이미지는 신뢰감을 주고(지진희는 8년째 같은 브랜드와 광고 계약을 맺고 있다.), 그윽한 눈빛은 달콤하고 로맨틱하다. 존재만으로도 고급진 느낌을 준다. 정말이지 독특한 매력이다. 


또, 흡인력 있는 중저음의 목소리, 정확한 발음과 발성은 지진희라는 배우의 가치를 높인다. 뿐만 아니라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는) 연기력도 출중하다. 아내의 외도를 확인한 순간, 환멸에 가득찬 표정에서부터 애증이 뒤섞인 표정까지 다양한 얼굴을 표현해는 걸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진희, 아니 강태욱의 슬픔과 고통에 몰입될 수밖에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너무 좋은 기회를 얻어 연기를 시작했고, 내 실력과 인기가 반비례라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죠. 그래서 연기자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무기, 지나가던 사람도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싱글즈』와의 인터뷰


<미스티>는 분명 고혜란의 욕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연히 김남주의 역할과 비중이 크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강태욱이라는 버팀목이 우직하게 서 있어야 고혜란도 빛난다. 모완일 PD는 "작가와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가 일치했다. 논리적인 이유보다 대본을 봤을 때의 느낌이 왔다"며 (김남주와) 지진희를 제외하고 다른 배우를 떠올리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는데,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지진희는 온갖 욕망으로 그득한 <미스티>에 '품위'를 불어넣고 있다. 탐욕의 진흙탕이 천박해 보이지 않는 건, 사랑과 책임감을 내세운 강태욱이라는 캐릭터의 힘 때문이 아닐까. 마치 JTBC <품위있는 그녀>에서 우아진(김희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아내의 변호인이 돼 존재감을 극대화할 지진희, '품위있는 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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