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우는 걸까. 지난 28일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만 3세 금쪽이(여)를 키우고 있는 공대 출신 부모가 출연했다. 그들의 고민은 아이가 5개월 전부터 잠을 못 자고 있다는 것이었다. 금쪽이는 잠을 자다가도 깨서 화장실을 가야 했는데, 잠들기 전 소변을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길 정도였다. 이전에는 통잠을 자던 금쪽이는 왜 새벽마다 화장실에 가는 걸까.
관찰 영상에서 금쪽이는 방 안에 설치된 텐트에서 분리 수면 중이었다. 어김없이 3시간 후 잠에서 깼고, 엄마가 서둘러 안아주며 달래봤으나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겨우 다시 잠드는 가 했는데, 1시간마다 잠에서 깨 화장실에 가길 원했다. 비몽사몽 중에도 엄마는 금쪽이를 안거나 업어서 화장실로 데려갔다. 이런 생활이 5개월 가량 지속되니 부모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은영 박사는 처음에 깬 건 야경증(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며 잠을 자주 깨는 현상)인 듯하지만, 그 다음에 1시간마다 반복되는 건 야경증이라기엔 주기가 짧다며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요인을 파악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금쪽이가 만 3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엄마, 아빠와의 관계는 어떤지 살펴보는 게 우선이라 언급했다.
식사 시간, 엄마는 모든 재료를 저울에 재기 시작했다. 오차 없는 완벽한 식단을 제공하고자 하는 생각인 듯했다. 이 장면을 본 오은영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또, 인상적이었던 건 '배턴 터치 육아'였다. 부부는 시간을 정해서 얄짤없이 교대를 했다. 금쪽이에게 밥을 먹이다가도 알람이 울리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역할을 바꿨다.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육아 방식이었다.
그들은 자동차 회사 설계 책임 연구원 부부답게 금쪽이의 수면 패턴을 액셀 파일로 시간대별로 기록했다. 화장실 간 시간과 깬 횟수, 새벽 보초까지 세심하게 적어뒀다. 육아를 데이터화한 가족은 '금쪽같은 내새끼'에 처음 등장한 터라 신기하기까지 했다. 공평하고 체계적인 가사&육아 분담을 통해 효율적인 육아에 최선을 다하는 부부에게 긍정적인 부분과 아쉬운 점이 동시에 엿보였다.
"배턴 터치식 생활로 서로가 스치듯 지나가요. 세 사람이 함께할 시간이 매우 부족해요." (오은영)
오은영은 가족이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마음을 나눠야 하는 관계인데, 금쪽이네의 경우 겉으로 보기엔 효율적으로 보이나 식구가 함께하는 시간이 굉장히 적다고 지적했다. 또, 금쪽이를 칭찬하기보다 관찰하고 분석하기 바쁘다는 점도 들춰냈다. 그러면서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불안을 느낄 때 가시화된 지표를 만들어서 양육 효능감을 높이려는 심리적 매커니즘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쪽이와 놀아주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음향 장난감에서 소리가 나자 금쪽이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는데, 아빠는 그 감정에 공감해주기보다 원리를 설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 놀이터에서도 그네를 타는 금쪽이와 소통하지 않고, 엄마는 서류를 읽고 아빠는 뒤에서 한 번씩 밀어주는 식이었다. 절간과 다름 없는 분위기에 금쪽이도 금세 흥미를 잃어버렸다.
불편한 식사 시간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엄마의 개량 때문에 금쪽이는 먹고 싶은 음식을 양껏 먹지도 못했다. 먹는 물의 양조차 제한되어 있었다. 아빠는 금쪽이의 밥 먹는 속도가 느려지자 시계를 가져온다며 반협박을 했다. 금쪽이와 나누는 대화는 하나도 없었다. 결국 타이머가 등장했고, 금쪽이는 서러움에 울음을 터뜨리며 입에 음식을 꾸역꾸역 집어 넣었다.
"육아에 열심인 건 좋지만 주객이 전도된 거예요." (오은영)
오은영은 잘못하거나 틀린 건 없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무섭다는 감정을 충분히 다뤄주지 않은 아빠에 대해서는 '감정의 이지화(감정이나 태도를 고립시키고 문제를 이론적으로만 접근하려는 방어기제)'를 지적했다. 놀이터에서의 짧은 시간조차 금쪽이에게 집중하지 않은 엄마의 태도도 변화가 요구됐다. 금쪽이의 자연스러운 정서 발달을 위해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또, 가족 식사의 긍정적인 경험이 사라지고 타이머의 시간 준수만 남은 부분도 꼬집었다. 아이 입장에서 얼마나 숨이 막혔을까. 금쪽이는 이미 식탁 예절이 충분히 훌륭한데, 인터넷에서 배운 이론을 현실 육아에 적용하느라 오히려 길을 잃어버린 셈이다. 오은영은 내 아이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며, 육아는 결코 효율적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면 시간은 어떤 양상일까. 혼자 잠들기 싫어하는 금쪽이와 텐트 안에 강제로 눕히는 엄마의 모습이 포착됐다. 엄마는 "눈 감아",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 "계속 움직이면 아빠랑 자는 거야"라며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결국 금쪽이의 울음이 터지고 말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엄마는 아빠와 임무를 교대했다. 이렇듯 금쪽이는 매일마다 억지로 잠을 청해야 했다.
금쪽이는 왜 엄마 옆에 있고 싶어할까. 오은영은 "아이의 생존 본능"이라고 말했다. 또, 침대에서 엄마랑 같이 자고 싶은 건 당연한 것이라며 그 마음을 달래주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조기 분리 수면에 집중하느라 중요한 건 놓친 것이다. 금쪽이 입장에서는 수면 시간이 그다지 행복할 리 없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지시와 명령으로 일관했으니 얼마나 괴로웠을까.
금쪽이 입장에서는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하면 엄마가 자신을 안아준다고 생각했으리라. 텐트를 나갈 수 있는, 엄마의 접촉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왜 1시간마다 깼던 걸까. 엄마의 온기가 주는 유효 기간이 딱 그 정도였던 것이다. 오은영의 설명을 통해 금쪽이의 심정을 헤아린 부모는 눈물을 흘렸다. 이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부모를 이해해 볼 시간이다.
"내가 쉬 마렵다고 하면 엄마 아빠가 얼른 와줘. 엄마 아빠 미안해요. 쉬야해서 미안해요. 엄마 아빠 잠 깨게 해서 미안해요." (금쪽이)
임신 8개월 때 첫아이를 사산한 부모는 금쪽이를 임신했을 때도 행복보다는 불안에 시달렸던 모양이다. 첫아이를 갑작스럽게 잃은 아픔 때문에 금쪽이의 출산 과정도 온전히 기뻐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육아에 있어서도 외부 기준에 맞춰가는 방식을 통해 불안을 해소해왔던 것이다. 부모의 어려움을 이해한 오은영은 편안한 육아를 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달했다.
오은영은 '역지사지 솔루션'을 제시했다. 우선, 금쪽이 입장에서 금쪽이가 느꼈을 답답함을 체험했다. 그 과정은 굉장히 유의미해서 변화를 추동하기에 충분했다. 부모는 그동안 가족 모두를 옥죄었던 과도한 루틴을 깨고 보다 자유롭게 육아하는 길을 걷기로 했다. 놀이터에서 함께 놀이를 하며 감정에 공감했고, 식사 시간에도 강박에서 벗어나 그 순간에 몰두했다.
수면을 할 때도 텐트를 치우고 함께 잠들기로 했다. 부모의 온기를 원하는 금쪽이의 바람을 채워주기로 한 것이다. 여전히 3시간 후 잠에서 깼고, 1시간 후에도 반복됐으나 곁을 지키고 있는 부모의 온기를 느낀 금쪽이는 점차 통잠을 잘 수 있게 됐다. 다시 서두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어떤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울까.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이 충분히 나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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