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박찬욱의 <스토커>, 극과극의 평가.. 그 경계에 서다

너의길을가라 2013. 2. 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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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생일날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를 잃은 소녀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매튜 구드)가 찾아온다. 남편의 죽음으로 신경이 곤두서있던 인디아의 엄마 이블린(니콜 키드먼)은 젊고 다정한 그에게 호감을 느끼며 반갑게 맞아주고 인디아는 자신에게 친절한 삼촌 찰리를 경계하지만 점점 더 그에게 이끌린다. 찰리의 등장으로 스토커가(家)에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인디아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하는데…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스토커>


개봉 첫 날, 관객들의 반응은 역시 극과 극을 달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박찬욱 감독 영화의 주요한(!) 특징이기도 하죠. 사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영화관에 가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개인적 취향과 잘 맞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은 굳이 영화관까지 가서 보는 일은 없었죠. 하지만 이번 영화는 그의 할리우드 데뷔작인 만큼 궁금한 마음이 앞서 영화관을 찾았죠. 


최근에는 스토리가 위주인 영화들을 주로 봤기 때문에, <스토커>는 조금 낯설었습니다. 최근 영화계의 흐름은 숨가쁘고 긴박한 흐름, 빠르고 간결한 컷과 편집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역시 박찬욱 감독은 '예술가'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더군요. 구도, 카메라 워킹, 사운드가 적절히 사용될 때, 영화가 얼마나 풍성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고요. 여백, 침묵, 감정 묘사, 감정 변화, 여러가지 상징들이 아주 세련되게 표현이 되었습니다. 


주인공인 인디아 역의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자신의 역할을 100% 이상 훌륭히 연기했습니다. 약간 각진 얼굴에서 다양한 표정과 감정들이 묻어나더군요. 아무래도 가장 화제가 됐던 니콜 키드먼도 그 특유의 신경질적인 연기를 무난히 해냈습니다. 


물론 스토리 면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실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큰 주제는 '소녀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가 스스로 밝혔듯이 <스토커>는 전작인 임수정, 정지훈 주연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입니다. 주인공으로 한국 배우를 캐스팅한다면, 당연히 임수정을 선택했을 거라고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죠. 


위의 영화 소개에서도 나와있는 것처럼 스토리 면에서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단지, 그 스토리를 표현하는 박찬욱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일 뿐이죠. 그런 점에서 박 감독은 일정한 한계에 부딪친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감히) 살짝 해봅니다.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라스트 스탠드>가 사실상 (흥행 면에서)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박찬욱 감독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개인적인 판단으론 좀 어렵지 않아 싶은데요. 역시 '흥행'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분명 영화관에서 나온 관객은 두 부류로 나뉠 겁니다. "역시 박찬욱이다!" 와 "아, 젠장.. 돈 아까워."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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