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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을 묻는 웰메이드 <마더>, 이토록 먹먹한 드라마라니..

너의길을가라 2018. 1. 2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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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적이 나타났다. tvN 수목 드라마 <마더>(연출 : 김철규, 윤현기 / 극본 : 정서경) 1, 2회를 몰아보고 나서 든 생각이었다. 원작이 ‘도쿄 드라마 어워드’ 4관왕을 석권했을 정도로 탄탄하다는 소식도 접했고, 세상과 가족으로부터 상처입은 ‘가짜 모녀’가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슴 시린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제법 했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를 보고나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후폭풍이 몰려 왔다. 아,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왜 아이는 엄마가 없이 살 수 없어요?"

"살 수 있어. 살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 거야."

"엄마가 나를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이젠 너가 버리는 거야, 엄마를."


대학에서 조류를 연구하던 수진(이보영)은 연구실이 폐쇄되자 인근의 초등학교에 부임하게 된다. 그곳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아이 혜나(허율)를 만나게 된다. 서로의 상처를 알아차렸던 걸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혜나는 엄마 자영(고성희)로부터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었고, 자영의 동거남 설악(손석구)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차갑고 냉정했던 수진은 혜나가 계속해서 마음이 쓰인다. 그러나 깊이 관여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아이슬란드의 조류학 센터로 떠날 계획이었다. 


그런데 외면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혜나에게서 어린 시절의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그러던 어느날 밤 쓰레기 봉투에 담긴 채 버려진 혜나를 발견하고,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결심한다. "내가 널 데리고 갈 거야." 혜나도 수진을 따르기로 한다. 실질적으로 두 사람은 학대로부터의 도피를 한 셈이지만, 실정법상으로 수진의 행위는 '유괴'에 해당하는 범죄였다. 실종 신고가 되자 경찰은 혜나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행복을 찾아나선 두 사람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분명 시청자의 입장에서 쉽지 않은 드라마다. 내용이 어렵고 복잡해서가 아니다. 내용이 담고 있는 '무게' 때문이다. 아동 학대의 처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부분, 그럼에도 '친권'의 강력한 힘 때문에 사회 또는 공권력의 개입이 쉽지 않다는 대목은 한없는 무력감을 안겨줬다. 마치 둔기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둔탁한 충격이 온몸을 뒤흔들었다. 가슴 속에 가득 찬 먹먹함을 어찌하기 힘들었다. <마더>는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드라마였다. 어떤 이들에겐 외면할 수 없지만, 외면하고 싶은 드라마였는지도 모르겠다. 


수진과 혜나,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과연 그들은 세상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들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안타까움과 함께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이 깊은 몰입도는 연출, 시나리오, 연기의 3박자가 잘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KBS2 <공항가는 길>(2016), tvN <시카고 타자기>(2017)의 김철규 감독은 섬세한 연출을 통해 다양한 감정들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또, 영화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를 집필했던 정서경 작가의 필력은 리메이크의 향취를 지워버렸다.



SBS <신의 선물 - 14일>(2014), SBS <귓속말>(2017) 등에서 검증됐던 이보영의 연기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그는 아역 배우를 리드하면서 차분히 드라마를 이끌어 나갔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을 조곤조곤 설득했다. 극중에서 이보영의 연기는 강 위의 얼음 같았다. 싸늘한 냉기가 돌았다. 얼핏 보기엔 두꺼워 보였지만, 사실은 언제 와르르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이었다.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는 게 느껴져 아슬아슬했다. 아주 정교하고 예민한 연기였다. 


더욱 놀라웠던 건 허율의 연기였다.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 됐다고는 하나, 제대로 된 연기 경험이 없었던 만큼 불안 요소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허율은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다양한 얼굴이 있었고, 순간적으로 그 표정들을 끄집어냈다. 테크닉이 아니라 오로지 감각으로 연기를 해내고 있었다. 원작의 아역 배우 아시다 마나가 '연기 천재'라는 극찬을 받았다고 하나, 허율의 연기도 그에 못지 않았다. 이보영도 "정말 의연하게 잘 하고 있다. 대견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부터 너를 윤복이라고 불러도 갑자기 니가 백프로 윤복이가 되는건 아니잖아. 조금씩 조금씩 윤복이가 되겠지? 아마 나도 갑자기 윤복이 엄마가 될 수 없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해. 그러다 어느 날 너도 윤복이가 되고, 나도 윤복이 엄마가 되고. 그렇지 않을까?"


<마더>는 제목에서도 분명히 말하고 있듯이 분명 '모성'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마 속에는 세 가지 형태의 모녀 관계가 등장한다. 가장 포커스가 맞춰지는 건 역시 수진과 혜나다. 기본적으로 <마더>는 수진이 혜나를 만나면서 '가짜 모녀'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한 아이의 엄마로 성장(변화)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실제로도 그렇겠지만, 드라마가 그리는 모성은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또, 그리 간단한 문제도 아니다.  


혜나의 친모인 자영은 일견 모성이 박약한 인물로 보이지만, 그 역시 홀로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자신의 삶을 잃어야 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아이를 방치하고 말았지만, 무작정 비난하기보다는 자영이 처한 상황(출산의 책임이 여성에게 전가되는 현실)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시선이 중요해 보인다. 또, 수진을 찾으려고 애쓰는 영신(이혜영)의 모성도 흥미롭다. 아직까지 본격화되진 않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파급력 있는 이야기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마더>는 초반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1회 2.952%로 시작한 시청률은 2회에선 3.494%로 상승했다. 앞으로 이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웰메이드 드라마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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