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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삭제한 악의적 기사, 한소희 이름을 걸었어야 했나

너의길을가라 2024. 9. 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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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가 덜 되거나 사실관계 파악이 부족한 기사는 섣부르기에 보류된다. 이 경우는 내용을 충분히 보강한 후 다시 보도하면 된다. 언론의 책임과 역할은 중한 법이라 아무쪼록 신중함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 자체로 '악(惡)'하다고 평가할 건 아니다. 반면, 다 알고 있으면서 짐짓 모른 척하며 일부 내용을 고의적으로 누락한 기사도 있다. 이 때의 목적은 논란 그 자체이다.

이를테면, 실제로는 관련이 없는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내세워 조회수를 높이려는 케이스 말이다. 이때 피해는 고스란히 그 대상에게 돌아간다.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와 함께 언급된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고, 자칫 기사를 오독한 이들의 오해가 쌓일 수 있기에 불안하다. 관련 없음을 증명하는 해명 과정은 또 얼마나 불면의 밤을 가져올 것인가. 이 모든 것이 그저 불리할 뿐이다.

서론을 길게 늘어놓은 까닭은 한 악의적 기사를 얘기하기 위함이다. 지난 2일, TV조선은 [단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檢, 영화배우 한소희 모친 구속...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서 TV조선은 불법 도박장 12곳을 개설한 50대 여성 신모 씨가 구속됐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지만, 그 타깃으로 '영화배우 한소희'를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한소희를 앞세운 기사의 숨겨진 목적은 명확하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함이다. 타격을 입을 한소희에 대한 염려는 없다. 가뜩이나 최근 열애설로 곤욕을 겪으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진 터라 좋은 사냥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기사의 사실관계에 틀린 부분은 없다. 그런데 왜 문제일까. 한소희의 팬이 아니라면, 설령 한소희의 팬이라 하더라도 저 기사가 왜 악의적인지 모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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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위 기사에 언급된 신 씨가 곗돈을 가지고 잠적했다는 제보가 알려지며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에도 화살은 한소희를 향했다. 대한민국은 헌법 제13조 3항에서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연좌제를 금하고 있지만, 유명 연예인들은 가족들의 '빚투' 논란에 공동 책임을 져온 게 사실이다.

당시 한소희는 입장문을 통해 "5살쯤 부모님이 이혼을 하게 되어 할머니께서 길러"줬고, 이후에도 "줄곧 할머니와 같이 살았"던 아픈 가족사를 대중에게 공개했다. 또, 한소희는 "20살 이후 어머니의 채무 소식을 알게" 됐으며, "저를 길러주신 할머니의 딸이자 천륜이기에 자식 된 도리로 데뷔 전부터 힘닿는 곳까지 어머니의 빚을 변제해 드렸"다고 밝혔다.

2년 후에도 한소희는 모친이 8500만 원을 갚지 않은 혐의로 고소 당한 사건으로 또 한 차례 논란에 휩쓸렸다. 반복되는 악순환에 한소희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소속사 9아토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어머니는 한소희가 미성년자일 때 임의로 통장을 개설, 해당 통장을 (한소희 몰래) 돈을 빌리는 데 사용"했기 때문에, "한소희는 관련 채무에 책임질 계획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씨의 불법 도박장 개설을 보도한 TV조선이 이런 맥락을 몰랐을 리 없다. 그렇다면 더 이상 한소희와 연결짓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TV조선은 굳이 한소희(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가 출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 네임'의 한 장면, 그것도 "조폭 딸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대사를 인용했다. 의도가 다분하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악의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TV조선은 기사 말미에 "한소희 씨는 4년 전 모친의 빚투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한 바 있습니다."라고 짤막하게 코멘트했다. 사실과 부합하긴 하나, 한소희와 모친의 관계, 그럼에도 한소희가 변제에 쏟았던 노력, 이제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선언 그 모든 맥락을 아예 숨겨버렸다. 거기에는 착오나 부족은 없다. 오로지 조회수를 향한 탐욕스러운 욕망만 가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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