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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니어스 2'가 보여준 추악한 세상을 거부합니다

너의길을가라 2014. 1. 1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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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이 없어서 게임에 참여를 할 수 없다. 누군가가 신분증을 숨겼다. 신분증을 잃어버린 사람은 푸념을 하기도 하고,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고, 신분증을 제발 돌려달라고 사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분증을 가져간 그 사람과 그의 연합은 끝까지 모른 척 하고 있다가 (물론 돌려주려고 시도는 했고, 미안한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게임이 끝나기 직전에야 돌려줬다.


'더 지니어스2' 제작진 "은지원, 이두희 신분증 가져간 건 문제없어" <스포츠서울>

더 지니어스2 제작진, 은지원 이상민 반칙아님..편법이 통하는 방송? <MBN>


이것이 바로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 2)'라는 프로그램에서 벌어진 '절도 사건'이자 '왕따 사건'이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뭐라고 변명을 했을까? "방송 중 은지원이 보였던 행동은 룰 위반이 아니다. 메인 매치인 ′독점게임′에서 이를 제재하는 별도의 룰이 없었기에 위반이라 볼 수 없다"


제작진의 해명이 참 놀랍기만 하다. '절도는 안 된다'는 별도의 룰이 없었기 때문에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작진에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폭력'을 사용해서 '신분증'을 뺏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는 이야기인가? 특정 행위를 제한하는 별도의 룰이 없다면 그 어떤 것도 통용될 수 있다는 말인가?


'더 지니어스 2' 제작진이 모든 행위에 대해 일일이 룰을 정해놓을 수는 없다. '절도를 해선 안 됩니다', '폭력을 사용해선 안 됩니다', '금고를 부수면 안 됩니다' 같은 '룰'을 정하지 않는 까닭은 간단하다. 그런 짓을 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짓은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수준의 사기와 배신이 통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에도 최소한의 예의는 있기 마련이다. 가령 지난 방송에서 노홍철이 유정현이 떨어뜨린 '개인 법안'을 확인한 후  돌려준 것은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번에도 조유영과 은지원이 이두희의 신분증을 숨겼을 때, 그것을 통해 게임 내에서 활용을 한 후 돌려줬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게임이 끝나기 직전까지 신분증을 숨겼다. 한 명의 출연자를 프로그램에서 철저히 배제시켰다. 이 정도라면 제작진이 중간에 개입을 했어야 했다. 




'신분증 절도 사건'이 이처럼 큰 파장을 몰고 온 것은 '더 지니어스 2'가 최근에 보여준 모습들이 지나치게 실망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연합'이라는 명목 하에 도를 넘어선 배신이 난무했다. 지켜야 할 선을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머리'를 써서 게임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친목으로 만든 연합을 통해 '머릿수'로 승부하는 추잡한 장이 되어 버렸다. 


'더 지니어스 1'이 게임 속에서 출연진의 '두뇌 싸움'이 주(主)를 이루고, 그 과정에서 '연합'이 부차적인 위치를 차지했다면 '더 지니어스2'는 '연합'이 압도적으로 영향력을 점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특정 출연진들이 편을 먹고 게임 자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는 게임이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 어차피 다수를 점하고 있는 '편'이 있는 한 게임은 승리한다. 


현재 '연합'이 비호감으로 비쳐지면서 많은 욕을 얻어 먹고 있지만, 필자는 연합을 탓할 생각은 없다. 혼자가 고군분투하는 것보다는 팀을 이루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한 것이 사실이다. 좋은 팀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능력인 셈이다. 사람은 편한 길을 선택하기 마련이고, 가능하면 기존의 인맥을 활용하게 마련이다. 기존의 인맥으로 끈끈하게 다져진 '연예인' 연합은 방송을 재미없게 만드는 요인일 뿐이지, 그렇다고 '절대악'은 아니다. 


'더 지니어스 2'의 진짜 문제는 '제작진'이다. 애당초 '캐스팅'을 하면서 제작진은 이런 상황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대거 캐스팅한 것은 '연합'을 해보라는 의도가 아니었겠는가? 출연진은 이미 차려진 밥상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반찬을 골라 먹는 중이다. 그것이 제작진의 기획 의도였고, 출연진은 자신들에게 주여진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연예인 연합'과 그 연합에 소속되어 있는 출연자들이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제작진의 책임이 크다. '더 지니어스 2'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자 제작진은 급히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밝혔다. 그것이 제작진 측이 유도한 인터뷰였는지, 여론의 관심에 따라 언론에서 접근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찌됐든 제작진은 언론을 통해 이른바 '언플'을 하면서, '출연진'을 챙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챙기기'가 일부 출연자에게만 쏠려 있다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지니어스2' '머릿수싸움' 그만..'머리싸움' 하죠 <스타뉴스>

'더 지니어스2', '열혈 시청자'도 등 돌렸다 <스포츠서울>

최악의 더지니어스2, 승리위해 이렇게 추악해져도 되나? <뉴스엔>


신분증을 숨긴 사건에 대해서도 '절도를 금하는 룰이 없었다'는 이유로 은지원을 쉴드치는 것은 균형을 잃은 처사로 보인다. 또, 탈락한 이두희가 인터뷰에서 "잘못이 있다면 제가 사람을 너무 믿은 잘못이고, 근데 사람을 믿은 건 잘못이 아니잖아요. 아... 나 울 것 같아 진짜"라고 말하자 제작진은 그에 대해 내레이션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배신과 신뢰는 상대적인 것입니다. 누군가에 대한 배신은 곧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이두희 씨는 은지원 씨를 과신했고, 그것은 은지원 씨와 조유영 씨의 관계를 간과하게 만들었습니다."


'더 지니어스 2'가 말하고자 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더 지니어스 2'는 현실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추악한 승리가 박수를 받는 세상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걸까? 사람을 믿는 사람은 뒤통수를 맞고, 속임수를 쓰거나 혹은 절도를 하거나 배신을 손쉽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물론 그것이 현실의 일부라는 것을 부인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일까? '더 지니어스 2'의 주 시청자 층은 분명 10대와 20대일 텐데,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세상은 이처럼 험한 거니까 그 누구도 절대 믿지 말라'라는 이야기를 건네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더 지니어스 2'라는 더러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울분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라는 뜻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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