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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의 넘치는 자신감, PPL로 역대급 드라마 <도깨비>를 망칠 텐가

너의길을가라 2016. 12. 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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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무(無)로 돌아가지 않으면 은탁이가 죽어."

"그러니까 죽고 싶어서 나보고 신부가 돼서 그 검을 빼 달란 얘기였다고요?"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가 자신들의 운명을 알아챘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죽어야만 하는 도깨비와 존재의 이유가 사랑하는 이를 죽여 무(無)로 되돌리는 것인 도깨비 신부. 이토록 비극적인 관계가 또 있을까. 가까스로 사랑을 깨달은 그들의 운명이 참으로 처연하다. 물론 '정답'은 하나다. 도깨비 신부가 도깨비의 가슴팍에 꽂힌 검을 뽑는 것. 운명을 따르는 것. 하지만 그 답은 모두에게 슬프다. 그래서 '사랑'은 또 다른 해답을 원한다. 슬퍼도 좋으니 하루라도 더 함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운명을 거스르라고 말이다. 아니, 바꿔 버리라고. 


'완벽한 상대'를 만나면 '질투'라든지 '시기심' 같은 얄팍한 감정을 넘어 '부러움'마저도 우스워진다.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이다. tvN <도깨비>를 보고 있노라면 그렇다. 한 편의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서 몇 박자가 갖춰져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도깨비>는 그 설명에 따라오는 모든 박자를 다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연이 아니다. 탄탄하게 뿌리내린 '이야기'는 캐릭터가 뛰어놀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된다. 거기에 김은숙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캐릭터들의 향연은 두손두발을 다 들게 만든다. 


공유는 김은숙표 대사들을 그 누구보다 탁월하게 구사하고, 김고은과 찬란한 케미를 완성한다. 김은숙 작가가 무려 5년을 기다렸던 이유를 시청자들도 납득했을 것이다. 또, '서브 플롯'을 담당하는 이동욱과 유인나 역시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이처럼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는 <도깨비>의 또 다른 '힘'이다. 대본, 연출 뭐 하나 빠질 게 없다. 거기에 찬열&펀치, Lasse Lindh, 크러쉬 에디킴, 샘킴 등이 합류한 OST는 드라마의 감수성을 배가시킨다.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하는 <도깨비>에 '역대급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이 '몰입'을 자꾸만 방해하는 요소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완벽함을 갉아먹는 그 요소의 이름은 간접 광고, 바로 'PPL(Product PLacement)'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그 'PPL'의 진짜 이름은 '넘쳐버린 자신감'이 아닐까. SBS <파리의 연인>, SBS <시크릿 가든>, SBS <신사의 품격>, SBS <상속자들>, KBS2 <태양의 후예>에 이어 <도깨비>까지 김은숙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실패가 없었다. 그의 대사는 어김없이 유행어가 됐고, 그의 캐릭터는 매번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도깨비>로 거둔 또 한번의 성공은 그의 자신감을 과도할 만치 높여버린 건 아닐까. 그가 대본 속에서 구사하는 '간접 광고'들은 '직접 광고'라고 불러야 할 만큼 노골적이다. 게다가 '양'도 지나치게 많다. 도깨비를 모시는 유신우(김성겸)을 공유가 모델로 있는 가구업체의 회장으로 설정하고, '명함'을 의도적으로 노출하거나 공유가 살고 있는 집의 가구를 그 업체의 것으로 깔아놓은 건 속아주는 셈 치자. 직업이 별다른 의미가 없는 유인나를 치킨 가게 사장으로 설정한 것도 웃어넘기기로 하자. 



하지만 드라마의 전개와는 무관한 장면들에서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건강 음료, 카페, 치킨, 인스턴트 커피, 화장품 등의 PPL는 과하다. 김고은이 공유에게 "집에만 계시는 거 괜찮아요? 고려시대 때 나랏일 한 게 다잖아요"고 묻자 "나도 직업 있었거든"이라 발끈하며 건강 음료 판매 사원, 화장품 가게 판매 사원, 가구 판매 사원 등 자신의 직업을 나열하는 장면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였다. 이동욱이 치킨을 사와 공유에게 들이미는 장면은 짜증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이쯤되면 드라마 속에 PPL이 등장하는 것인지, PPL 속에 드라마가 껴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사실상 <도깨비>는 공유와 김고은의 슬픈 운명이 그려지는 '드라마' 반과 온갖 PPL로 가득찬 '시트콤' 반으로 구성돼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미 시청자들은 PPL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 게다가 <도깨비>는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의 특성상 높은 제작비가 필요했을 게다. 따라서 간접 광고 자체를 문제 삼진 않는다. 다만, 자연스럽게 녹아들게끔, 그래서 불편함이 들지 않게끔만 만들어 달란 것이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도깨비>의 경우에는 이미 60초 광고를 넣고 있는데다, PPL마저 과도하게 삽입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언제나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다. 헛웃음을 유발하는 PPL 퍼레이드를 이제 그만 끝내고, 시청자들이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의 슬픈 운명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뭘 해도 돼!'라는 김은숙 작가의 '넘치는' 자신감이 부디 이 역대급 드라마를 망치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다. 부디 다음 회 방송에선 '적절한' PPL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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