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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영과 황보라, <김 비서가 왜 그럴까>에 맛깔스러움을 더하다

너의길을가라 2018. 6. 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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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고 썼다. 소름끼치는 분석이다. 이 통찰을 드라마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잘 되는 드라마는 대개 엇비슷하다. 연출, 극본, 연기의 3박자가 안정적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달라붙는다. 바로 조연 배우들의 탁월한 감초 연기 말이다. 신스틸러의 활약은 잘 나가는 드라마의 빼놓을 수 없는 힘이다.


MBC <허준>에서 미워할 수 없었던 임현식의 존재감을 떠올려 보라. 그의 맛깔스러운 연기는 드라마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했다. tvN <도깨비>의 얄미웠던 이모 염혜란은 또 어떠한가. '콩쥐 엄마'를 연상케 하는 악독한 연기는 드라마의 감칠맛을 더했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조연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는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기도 한다. 비록 그 역할이 작더라도 말이다. 



요즘 가장 잘 되는 드라마를 꼽으라면 역시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주 연속 화제성 지수 1위(굿데이터 코퍼레이션)를 차지했고, 3회에서 최고 시청률 6.95%(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지상파 1위 KBS2 <슈츠>를 위협했다. 지난 5회는 6.855%로 여전히 강세를 보였는데, <슈츠>가 떠난 빈자리를 차지할 가장 유력한 후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성공의 일등공신은 아무래도 주연 배우 박서준과 박민영일 것이다. 박서준은 재력, 얼굴, 능력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한 남자 이영준 역을 맡았는데, 자기애로 똘돌 뭉쳐 재수 없을 법한 나르시시스트 부회장 역할을 매력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싱크로율 100%라 극찬받고 있는 박민영은 또 어떤가. 완벽한 수완을 자랑하는 '김비서' 김미소 역을 너무도 사랑스럽게 연기하고 있다.


아무리 '로코 장인'끼리의 만남이라 할지라도 1시간 내내 꿀 떨어지는 장면만을 내보낼 수는 없다. 이쯤에서 필요한 게 바로 임현식이나 염혜란 같은 배우의 역할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그 중요한 임무를 맡은 건 바로 박유식 역의 강기영과 봉세라 역의 황보라다. 두 배우는 감초 연기가 무엇인지, 신스틸러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오너야~"

"자넨 멈추는 게 좋을 거야. 인도지사로 발령 나기 싫으면"


연극 무대로 데뷔했던 강기영은 탄탄한 연기력을 갖췄다. 또, 유쾌하고 즐겁다.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 수 셰프 허민수로 출연하며 분위기 메이커로 톡톡히 활약했던 그의 역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강기영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이영준의 절친이자 유명그룹의 사장 박유식 역을 맡았다. 이영준이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대상이다. 박유식이 자신의 이름처럼 유식을 뽐내는 분야는 바로 '연애 상담'이다. 


연애가 서툰 이영준을 마음껏 놀리면서도 적절한 조언을 건네는 박유식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특히 이영준을 요리조리 공략하며 자극한 후, 이영준이 정색을 하면 태세를 갑자기 전환하는 연기는 전매특허라 할 만 하다. 강기영과 박서준의 연기 호흡은 박서준과 박민영의 그것만큼이나 훌륭한데,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감칠맛을 높이는 결정적 요소다.



"저도 부회장님 비서 하고 싶어요. 내가 김비서보다 못한 게 뭐야!"


강기영도 그렇지만, 황보라 역시 개성이 강한 배우다. 그의 연기는 전형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황보라의 내공을 무시해선 곤란하다. 2003년 SBS 1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하고,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을 전공한 황보라는 말 그대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배우다. 그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 간파할 만큼 영리했고, 그 재능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노력과 성실함을 갖고 있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황보라는 부속실의 팜므파탈 '봉 과장' 봉세라 역을 맡았다. 자칫 진상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들조차 그가 연기하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된다. 노래방에서 만취해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김 비서의 후임이 된 또 다른 김 비서 김지아와의 신경전도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오버 연기마저도 밉지 않게 표현할 줄 아는 황보라의 내공이 놀랍기만 하다.



강기영과 황보라. 풍부한 표정과 다채로운 연기력을 지닌 두 배우는 분량에 관계없이, 혹은 분량을 뛰어넘는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이제는 박유식과 봉세라가 등장하기만 하면 '웃음'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고, 어느덧 두 캐릭터가 없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시청하는 또 다른 이유가 돼 버렸다고 할까.


이번 작품에서의 활약을 계기로 두 배우의 얼굴을 더욱 자주 볼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또, 강기영과 황보라가 자신의 역량을 더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배역을 맡게 되길 기대한다.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배우들이니 말이다. 또, 그리 되는 편이 시청자들에게도 엄청난 이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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