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알쓸' 시리즈 톺아보기 28

'알쓸신잡3', 피렌체에서도 김영하의 여행법은 남달랐다

이번에도 김영하는 남달랐다. 그리스에서도 고대 유적들을 뒤로 한 채 과감하게(?) 휴양지인 '에기나 섬'으로 떠나 풍요로운 여유를 즐겼던 그가 아닌가. 김영하의 진가는 이탈리아 피렌체(Firenze)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일반적으로 피렌체 하면 두오모 성당, 우피치 미술관 등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꼭 가봐야 할 장소쯤 될 것이다. 그런데 김영하는 뜬금없이 '영국인 묘지'를 찾았다. "전 여행 가면 그 도시의 묘지를 꼭 한번씩 가봐요.""왜요?""일단 조용해요. 고요합니다. 산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 김영하가 묘지를 찾은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유명한 관광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도시가 주는 온갖 소음에 지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휴식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이 시..

독보적인 이야기꾼 '김영하' 없는 '알쓸신잡3'를 상상할 수 없다

​ 그가 입을 열면 집중해서 듣게 된다. 열중하게 된다. 귀를 기울이고 싶은 다정다감한 목소리, 뇌를 기울이고 싶은 번뜩이는 이야기. 소설가 김영하(의 대화법)에 완전히 매료됐다. ‘캡틴’ 유시민이 여전히 건재하고, 새롭게 합류한 김진애(건축과 도시계획) 박사와 김상욱(양자역학과 물리학) 교수가 새로운 관점의 수다로 가세했지만, 아무래도 tvN 의 주인공은 ‘돌아온 김영하’가 아닌가 싶다. 이쯤되면 ‘김영하가 모르는 게 뭐야?’, ‘김영하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게 뭐지?’를 탐구하는 프로그램이라 해도 믿을 지경이다. (아참, 그는 이탈리아어로 건배’salute’가 무엇인지 몰랐다! 참고로 모두 몰랐지만.) ‘대답 자판기’마냥 모르는 게 없다. 질문을 하면 답이 술술 나온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는..

제주도를 특별하게 만든 <알쓸신잡 2>, 그들의 여행은 왜 남다를까?

제주도는 예능에서 워낙 많이 '소비'됐던 공간이다. JTBC 은 제주도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효리의 집을 민박으로 활용하며, 제주도를 제법 깐깐하게 훑었다. 제주도와 그곳에서의 삶을 매우 이상적으로 그려낸 프로그램이었다. 그뿐인가. tvN , JTBC , 채널A 등 제주도의 일부분을 잠깐씩 담아간 프로그램은 부지기수다. 곧 tvN 까지 제주도에 터를 잡고 가게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하니, 제주도는 일년 내내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와 제주도민)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노출 빈도가 높아지는 만큼 식상함도 커졌던 게 사실이다. 제작진은 어김없이 카메라 속에 제주도의 유려한 경관을 담고서 만족스러워 했고, 출연자들은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특산물을 맛보며 기계적인 감탄사를..

<알쓸신잡>의 '마디' 수다가 생각나는 <해피 데스데이>의 성장 스토리

"오늘은 네 남은 인생의 첫 날이다." 트리 겔브만(제시카 로스)은 화끈한 파티를 좋아하는 캠퍼스 최고의 퀸카다. '교과서'적인 윤리의 관점에서 보면 그의 삶은 비틀어져 있다. 오로지 즐기고 탐닉하는 삶을 추구한다. 여러 남자를 무분별하게 만나고, 심지어 유부남인 교수와 은밀한 관계를 맺는다. 룸메이트는 그런 트리에게 '경고'를 보내지만, 트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뿐인가. 가족의 중요성을 모르고, 친구의 소중함도 모른다. 자신이 잘난 맛에 제멋대로 살아가는 철부지 대학생이랄까. 어김없이 뜨거운 파티로 밤을 보냈던 트리는 '평범한' 남학생 카터 데이비스(이스라엘 브루사드)의 기숙사 방에서 눈을 뜬다. 이윽고 아빠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벨소리가 생일 축하 노래로 바껴 있다. 과음을 한 탓에 머리가 ..

새 멤버 돋보였던 <알쓸신잡2>가 알려준 배움을 향한 태도

아쉬움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빈자리는 최소화 됐고, 더 나아가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했다. 지난 27일 첫 방송된 tvN (이하 )가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6.61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준수한 시청률도 긍정적이었지만(의 마지막 회 시청률은 6.543%이었다.), 무엇보다 김영하 소설가, 정재승 박사와 배턴 터치를 하고 합류한 새로운 멤버들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다는 점이 낙관적이다. 시즌 1에서 기존 멤버들이 워낙 좋은 '합'을 만들어냈던 터라 (불가피한) 멤버 교체에 대해 우려가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새롭게 합류한 유현준 건축가(홍익대 건축대학 교수)와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 플랑크 사회인지신경과학 박사)는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염려를 기대로..

시즌2를 바라는 뒤늦은 리뷰, <알쓸신잡> 고마웠습니다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 그리고 유희열. 그들이 홍대의 한 카페에 다시 모였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출연진들을 다시 불러모아 '총정리'를 하는 시간이었다. 이젠 공식처럼 된 나영석표 애프터 서비스라고 할까. 그건 프로그램을 아껴준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출연진과 제작진을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하나의 의식과도 같은 일이다. 잘 마무리해야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그렇게 만난 잡학박사들과 유희열은 못다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마지막 토크가 시작됐다. 그들의 얼굴이 반갑다가도 더 이상(이 아닌 당분간이 되길..) 그들의 수다를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움과 서운함이 뒤섞여 괜시리 심란했다. tvN (이하 )이라는 기묘한 제목을 만들어 낸 양정우 PD는 개인적으..

유시민의 분노, <알쓸신잡>의 새로운 포인트가 되다

벌써부터 시즌2에 대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1회 5.395%로 시작한 시청률은 매회마다 꾸준히 올라 어느덧 6.704%까지 올라섰다. tvN 이야기다.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 이 4명의 잡학박사가 꺼내 놓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식들은 이상하게 귀에 쏙쏙 꽂히고, 그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수다는 매순간 유익하다. 나영석 PD는 '신묘한 힘'을 tvN 에 가져다 썼지만, 듣도 보도 못했던 컨셉의 이야말로 신묘한 프로그램이 아니던가. 여행과 음식, 거기에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수다가 어우려지는 은 나영석 표 예능의 정석을 드러내는 동시에 확장성을 보여준다. 그만큼 다양한 '즐길거리'가 담겨 있는 셈이다. "문학 작품은 우리 모두가 다 다르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는 김영하의 말..

우리는 왜 <알쓸신잡> 속 아재들의 수다에 빠져드는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tvN 의 본래 제목이다. 언뜻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로부터 일말의 영감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기묘한 지식의 향연'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니 둘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한편, 의 또 다른 이름은 '아재들의 수다'이다. 구성원들이 모두 '아재'라고 하는 정체성과 '수다'라는 방식을 통해 이뤄지는 관계의 형성 혹은 잡학(지식)의 공유가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 할 만 하다.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 유희열. 각자의 분야에서 '대가(大家)'를 이룬 사람들이 아닌가. 굳이 부연을 하지 않아도, '쓸데없는' 설명을 늘어놓지 않아도 그 이름만 들어도 그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을 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