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재벌 규제 논의는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치중해있다. 삼성, 현대에 이씨와 정씨 집안이 주식 3~4%로 과반수나 30~40%를 갖고 있는 것처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1주1표로 환원시키는 게 경제민주화의 주요 과제라고 많이 얘기하는데 그건 경제민주화라고 할 수 없다. 이는 1인1표가 아니라 1원1표를 제대로 하자는 것으로, 주주들 간 싸움에서 누가 이기는가는 큰 틀에서 민주화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삼성 등은 국민이 피땀 흘려 키운 건데 왜 주주자본주의라고 해서 권리를 넘겨주나. 주주의 권리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런 기업에 국민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 재벌의 주인이 바뀌어도 경제력 집중과 재벌 팽창이 일어난다. 어느 집안을 쫓아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재벌 지배구조에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라 그쪽으로 초점을 잡으면 (경제민주화의) 개념이 흐려진다. 단순히 지배구조 규제를 넘어서 어떻게 하면 사회 전체가 재벌을 통제할 수가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등의 저서로 유명한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가 통합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싱크탱크인 '담쟁이포럼'에서 강연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 교수의 강연 내용은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이 그동안 주장했던 재벽개혁 중심 경제민주화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입니다. 일단 다른 소리도 경청하는 태도는 참 보기 좋습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서 정책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사실 '재벌 개혁'이라는 화두가 서민들에게 와닿지 않고 붕뜨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당장 먹고 사는 것이 급한 서민들의 입장에선 '거대 화두'가 피상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 후보를 비롯한 민주통합당의 대선 주자들은 이런 부분들은 정책적으로 세밀하게 가다듬어서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내용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이 필요하겠죠. '재벌'에만 지나치게 묶여 있는 건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없습니다.
장하준 교수 지적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아냐” (파이낸셜뉴스)
장하준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는 아냐" (한국경제)
문제는 일부 언론이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아냐"라는 식으로 장하준 교수의 발언을 '아전인수'하고 있다는 겁니다. 장 교수의 위의 발언의 어디에 '재벌개혁 ≠ 경제민주화'라는 등식이 들어가 있나요? 오히려 장 교수는 보다 큰 차원의 재벌 개혁을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재벌 개혁은 경제민주화라는 큰 틀의 한 부분에 불과하고, 단순히 지배 구조의 문제를 넘어서서 더 큰 차원에서 재벌을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죠. 제발, 언론들은 장 교수의 발언을 호도하지 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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