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여행기

[버락킴의 일본 여행기 ②] 4. 롯폰기 힐즈 전망대에 오르진 못했지만..

너의길을가라 2016. 10. 1. 00:31
반응형


여행에 있어 '날씨'만큼 민감한 게 없다. 올 봄에 '홍콩'을 여행할 땐 '둘째 날'부터 소나기가 쏟아져 제법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홍콩의 5월은 평균 강수일수가 14.7일이라, 당연히 비가 한 번은 올 거라 여겼기 때문에 딱히 영향을 받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우천 시에는 여행 하기에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매번 우산을 접었다 펴는 것도 까다로운 일이고, 깜빡하고 잊기라도 하면 난감하기 그지 없다. 


[버락킴의 일본 여행기 ②] (목차의 제목은 글을 쓰면서 바뀔 수 있습니다)


0. 1년 만에, 다시 도쿄

1. 스카이라이너,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시내까지

2. 도쿄 여행, 스이카 카드 하나면 만사형통!

3. 도쿄 여행, 숙소(호텔)는 정하셨나요?

4. 롯폰기 힐즈 전망대에 오르진 못했지만..

5. 도쿄 도청에 무료 전망대가 있다고?

6. 조조지, 아사쿠사만 다녀오셨다고요?

7. 에도성, '가끔' 하는 행사를 만나다

8. 두 번째 도쿄 여행을 마무리하며


무엇보다 맑은 날 전망대에 올라 탁 트인 야경을 감상하는 기쁨을 빼앗기게 된다는 건 치명적이다. 여행 날짜가 임박했을 때, 수시로 포털 사이트에서 '도쿄 날씨'를 검색했다. 첫날만 '비'였던 날씨가, 어느덧 '비, 비, 비'로 바뀌어 있었다. 제16호 태풍 말라카스의 영향 때문이었다.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니 어찌하겠는가. 받아들일 수밖에.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간단한 정비를 마치고, 곧바로 '롯폰기 힐즈'로 향했다. 다행히도 아직까진 비가 내리지 않고 있었다. 



숙소인 더 프린스 파크 타워 도쿄 호텔(가미야초, H-05)에서 '롯폰기(H-04)'는 지하철로 한 역만 이동하면 된다. 이동하느라 피곤한 여행 첫날에는 이처럼 무리하지 않는 단순한 일정이 좋다. 롯폰기(六本木) 역에서 내려 1C번 출구로 이동하면 에스컬레이터가 나오는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롯폰기 힐즈' 건물의 위용은 그야말로 장관(壯觀)이다. 



롯폰기힐스(六本木ヒルズ, Roppongi Hills)


유명 번화가인 롯폰기에 위치해 있으며, 일본에서도 가장 큰 통합개발단지에 속한다. 2000년 '문화도심'을 주제로 건설이 시작되어 2003년 4월 개장하였다. 면적 10만 9000㎡의 대지에 주거단지, 회사, 주택, 상업시설, 문화시설, 호텔, 영화관, 방송국, 미술관, 야외 원형극장, 공원 등 다양한 기능의 건물과 공간이 들어서 있다. (두산백과)


지하철에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곧 '롯폰기 힐즈'가 눈에 들어온다. 실제로 가면 너무 커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다. 위의 건물은 롯폰기 힐즈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모리 타워(Mori Tower)'인데, 지상 54층으로 높이가 238m에 달한다. 저층부에는 쇼핑몰이 위치해 있고, 7층부터 48층까지는 각종 사무실이 임대해 들어와 있다. 49층부터 54층까지는 '모리 아트 센터'에 해당하는데, 모리 아트 미술관(森美術館)은 52~53층에 위치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일본은 '철저히' 좌측 통행이다. 신기한 건 좌측으로 통행한다는 게 아니라, 그것을 '철저히' 지킨다는 점이다. 사진에도 보이는 것처럼, 일본인들의 질서 의식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누구 하나 '어긋'나는 예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시간 내에 급작스럽게 형성됐다기보다 어렸을 때부터 철저한 교육이 이뤄지는 듯 했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은 배워야 할 장점이다. 




모리 타워의 외관 정도만 확인하고, 일단 저녁을 먹기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은 올드하지만, 매번 그 힘을 재확인하는 진리다. 웨스트 위크 등을 돌아다녔지만, 마땅한 식당을 찾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식성'이 단조로워 새로운 음식을 쉬이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노스 타워(North Tower) 쪽으로 이동했는데, 거기에 한식(韓食)을 판매하는 식당이 눈에 띄었다. 


'한미선(韓美膳)'이라는 이름의 식당이었는데, 이게 웬일? 사장님이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시는 게 아닌가? 덕분에 수월하게 주문을 할 수 있었다. 비빔밥과 불고기를 시켰는데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비빔밥이야 웬만하면 '평타'는 치는 음식이지만, 불고기는 맛깔스럽게 맛을 내기가 까다로운데 제법 맛있었다. 든든하게 한국 음식으로 배를 채운 후, 본격적으로 '롯폰기 힐즈'를 둘러보러 출발했다.



'롯폰기 힐즈'는 여러 건물들로 구성돼 있는 문화 복합 공간인데, '할리우드(HOLLYWOOD) 플라자'는 뷰티 샵 등이 위치해 있다. 들어갈 일이 없기 때문에 한번 휙 둘러보고 후퇴. 사진을 많이 찍어두지 못한 게 참 아쉽다. 모리 타워 안쪽에는 명품 샵들이 즐비해 있는데, 저 러블리한 공간은 구찌 매장이다. 누구라도 발길을 돌리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전망대(정확히는 티켓을 구매하는 곳)로 가는 길목에는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는 샵이 자리하고 있다.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진열돼 있었는데, 그 중에서 빨간머리 할머니(?)의 공예품이 눈에 띄었다.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라는 이름의 설치미술가의 작품이었는데, 일본에서 외무부장관 표창, 2003년 프랑스 예술 문화 훈장을 수상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참고로 그는 1929년생으로 만 87세의 고령이다. 그런데 저런 빨간머리를 할 수 있다니, 역시 예술가는 남다른가보다. 



바로 옆에는 '화랑'처럼 꾸며진 공간이 있었는데, 남다른 기풍의 그림이 전시돼 있었다. 처음에는 만만하게 보고 지나쳤는데, 문득 가격표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쿄의 중심, 그 가운데 가장 비싼 금싸라기 땅 위에 세워진 빌딩에 전시된 작품인데, 아무 그림이나 가져왔겠는가? 실제로 첫 번째 사진 속의 가장 큰 그림은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작품이었다!


P.S. 


정말 아쉽게도 모리타워 전망대에는 올라가지 못했다. 티켓팅을 하러 갔더니, 직원이 "지금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래도 올라가겠느냐?"고 묻더라. 잠시 고민. 입장료가 1,800엔(약 20,000원)인데, 야경도 볼 수 없는데 굳이 올라갈 이유가 없었다. 역시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모리 아트 미술관은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부모님과 함께 이동해야 하는 관계로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3번째 도쿄를 방문하게 된다면, 롯폰기 힐즈는 낮 시간부터 저녁까지 좀 길게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