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일화(逸話)를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물건을 훔쳐낸다는 의심을 받던 일꾼이 한 명 있었다. 매일 저녁, 일꾼이 공장을 나설 때면 그가 밀고 가는 손수레는 샅샅이 검사를 받았다. 경비원들은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손수레는 언제나 텅 비어 있었다. 결국 진상이 밝혀졌다. 일꾼이 훔친 것은 다름 아닌 손수레 그 자체였던 것이다……. - 슬라보예 지젝, 『폭력이란 무엇인가』中 - 슬라보예 지젝은 폭력에는 주관적 폭력과 객관적 폭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말하는 주관적(subject) 폭력이란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폭력'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떠올릴 법한 것들이 모두 포함된다. 범죄, 테러 행위, 사회 폭동, 국제 분쟁 같은 것들 말이다. 지젝은 우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