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2013년, 노동자의 눈물은 계속됐다 (2) 노동자들의 외로운 죽음

너의길을가라 2013. 11. 2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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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INLive> 에서 발췌 -


★ 2013년, 노동자의 눈물은 계속됐다


(1) 우리들 대부분이 노동자이다

(2) 노동자들의 외로운 죽음

(3) 비정규직과 알바, 그 비참함에 대하여


누군가에겐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게임'이었고, 누군가에겐 '성공'을 위한 '발판'이었다. 또, 누군가에겐 삶의 유일한 희망이자 마지막 가능성이었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는 그랬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고 일주일 사이 노동자와 시민활동가 등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희망을 잃고 가능성을 상실한 사람들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2012년 12월 21일, 한진중공업에서 정리해고 되었다가 복직한 후 다시 무기한 휴업상태에 내몰린 최강서 씨(34)는 "박근혜가 대통령되고 또 5년을…" 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회사측이 그가 소속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액 158억원에 대한 한탄하는 글귀도 함께 발견됐다. 다음 날 오전,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활동가 최경남 씨(40)가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오후에는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고자 이운남 씨(41)도 목숨을 끊었다. 크리스마스(25일)에는 한국외대 노조지부장 이호일 씨(47)가 목을 맸다. 절망감이 쌓이고 쌓인 결과였다. 노동계는 비상시국을 선언했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노동자 인권뿐 아니라 사람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하지만 그 외침은 닿지 못하고 차가운 겨울바람에 부서져내렸다.


2013년.. 해가 바뀌었지만 나아진 것은 없었다. 노동자들의 자살 소식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1월 9일, 쌍용자동차 평탱공장 조립 2라인에서 류모 씨(49)가 높이 2.7m 전기 리프트 장치에 목을 맸다. 동료 직원이 류모 씨를 발견하고 병원에 옮겼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고 17일 뇌사판정을 받았다. 류모 씨는 장기 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며 세상을 떠났다. 안타까운 소식은 28일에도 전해졌다. 현대기아자동차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윤모 씨(35)가 자택에서 목숨을 끊었다. 



- <노컷뉴스>에서 발췌 - 



현대차 촉탁 노동자 계약해지 3개월 만에 자살 <경향신문>, 4월 16일

한국지엠 부평공장서 노동자 목매 자살 <한겨레>, 4월 22일

'女직원 자살' 롯데백화점, '협박성' 함구령 <노컷뉴스>, 4월 27일


4월 14일, 현대자동차 단기계약직으로 일하다 계약해지된 공모 씨(29)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1일에는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여성복 매장에서 일하던 직원 김 씨가 백화점 7층 야외테라스에서 뛰어내렸다. 투신 자살의 이유가 백화점 측의 '실적 강요'에 시달린 탓이라는 유족 및 동료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백화점 측은 직원들에게 언론과 인터뷰하지 말라며 협박을 하기까지 했다. 22일에는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백모씨(35)가 목을 매 숨졌다. 


죽음으로 고발한 KT노동자, 침묵하는 비정한 언론들 <미디어오늘> 6월 20일

KT 직원 죽음의 행렬.. 한 달도 안돼 또 자살 <미디어오늘>, 7월 9일

"올해 KT 노동자 8명 자살.. 이대로는 안 된다" <오마이뉴스>, 10월 25일


한편, KT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이 이어졌다. KT노동인권센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13년 들어 KT 전현직 노동자 24명(재직 15명, 퇴직 9명)이 사망했고, 그 중에서 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6월 18일, KT 광양지사에서 근무하던 김모 씨는 "이런 현실 속에서 노조원이 주권을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겠는가. 15년간 사측으로부터 이뤄진 노동탄압이 이제 끝났으면 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 <경향신문>에서 발췌 - 



'욕설 녹취' 삼성전자서비스 천안 센터 노동자 자살 <경향신문>, 10월 31일

삼성전자서비스 자살 노동자 2명 더 있다 <한겨레>, 11월 1일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분신하진) 못해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 근무하던 성실함이 몸에 밴 '일벌레' 최종범 씨(34)는 생활고와 열악한 노동환경을 비관하고, 자신이 어려서 자란 천안시 직산읍 인근 '천연나무' 앞에서 목숨을 끊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위영일 지회장은 "삼성은 최근 폭로된 'S그룹 노사전략 문건' 내용대로 비수기에 조합원들의 일감을 줄이고 표적감사를 하는 등 탄압을 해왔고 그것이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다"며 최종범 씨의 죽음의 이유를 설명했다. 


1970년 11월 31일, 전태일의 분신 이후에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삶' 대신 '죽음'을 선택했다. 아니, '죽음'을 강요당했다, 대한민국에 의해서. 언론은 철저히 외면했고, 같은 노동자들도 '내 일이 아니'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2013년, 우리의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가? 자본에 힘 앞에 노동은 무기력해졌다. 노동자들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정규직이 같은 노동자인 비정규직을 짓누르고, 알바는 밑바닥의 밑바닥에 깔렸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노동 3권'을 만져보지 못했다. 그것은 '자본'과 '권력'에 의해 철저히 격리됐다. 






- <뉴시스>, <오마이뉴스>, <뉴스1>에서 각각 발췌 - 



김동춘 교수는 <한겨레>에 실은 글(「위장도급, 새 노예제의 풍경」)에서 "겉으로는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이고 노동자는 노동3권을 누릴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정상적인 노사관계는 존재하지 않고 그래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면 해고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새 신분사회의 노예들은 이 거대한 거짓의 질서에 저항도 도망도 할 수 없어 개인적 죽음의 길을 택한"다고 말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가고 있고, 삶은 더욱 척박해지고 있다. 또 다른 죽음들이 덜컥 쏟아지진 않을까 두렵다. 고딕체로 찍힌 'OOO 노동자 자살'이라는 뉴스가 아무런 감정도 없이 읽히고, 더 이상 누군가의 죽음에 반응조차 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가진 않을까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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