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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버스킹의 감동을 퇴식시킨 노홍철의 눈물

너의길을가라 2017. 7. 1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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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작은 항구 도시 골웨이로 장소를 옮긴 '비긴 어스(Begin Us)'가 드디어 데뷔 무대를 갖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날씨는 꾸물꾸물했고, 결국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더블린에서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내심 불안했던 제작진(쫄보PD)은 펍에서 먼저 공연을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날이 조금씩 개기 시작했고, '비긴 어스'는 예정돼 있던 펍에서의 공연을 뜨거운 반응 속에 마무리했다. 이제 남은 건, 그들이 유일하게 하지 못한, '버스킹'뿐이었다. 


윤도현은 자신의 노래 '나는 나비'를 열창했다. 특유의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열창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는 못했다. 그나마 모여 있던 몇몇도 노래가 끝나자 발길을 옮겼다. 다음 차례는 이소라였다. 배턴을 이어받은 그는 역시 자신의 노래인 '청혼'을 부르기 시작했다. 간헐적으로 박수가 나왔다. 공연의 마무리는 영화 <원스>의 OST인 'Falling slowly' 였다. 역시 시원찮은 반응이었다. 방금 전 펍에서 환호를 받았던 상황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멤버들은 당황하는 듯 보였다. 그 와중에 노홍철은 눈물을 흘렸다.



실제로 공연을 했던 '비긴 어스'는 당시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유희열은 이성적이었다. 장소 선정에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했던 책임 때문인지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바빴다. 반면, 윤도현은 "의외로 너무 좋았다"면서 "사람도 없었고 날씨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그런데 너무 좋은 거야. 그 분위가 자체가. 사람들이 우리 앞을 휙휙 지나가니까 같이 연주하는 소라 누나, 희열이, 그리고 홍철이가 더 끈끈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라며 최악의 상황을 즐기는 대범함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소라는 어땠을까. 그는 오롯이 노래에 집중하기 위해 외부적인 환경에 신경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마음이 흔들리고 음도 흔들리고 그럴까봐 악보를 보거나 땅을 보거나만 했지. 앞에 누가 있는지는 전혀. 어쨌건 내가 노래를 잘하면 사람들의 마음이 전부 같아질 거야." 소박하지만, 절실한 대답이었다. <청혼>을 부른 뒤 누군가 '나이스'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며, "저는 단 한 사람만이라도 그 순간에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이소라라고 하는 뮤지션의 진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남아 있었다. 도대체 노홍철은 그 순간 왜 울었던 것일까. 왜냐하면 그 장면이 좀 생뚱맞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노홍철의 눈물은 매우 개인적인 반응이다. 그가 '노래' 그 자체에 감동을 받았을 수도 있고, 또는 그 '상황' 자체에서 북받쳐오르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멤버들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동질감이 형성됐을 테고, 그들의 준비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에 감정이 더욱 증폭됐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가타부타 어떤 잣대를 들이밀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찜찜한 건 그가 계속해서 주변 사람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그의 행동들은 타인에게 감정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노홍철이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곧 밝혀졌다. 버스킹이 끝나고 가까운 식당에 들어간 '비긴 어스'는 공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노홍철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냥, 내, 내가 아는 형이 너무 초라해 보이고, 너무 혼자 있고, 그게 내가 너무 싫어. 너무 불쌍해. 우리나라에서 봤던 형, 누나가 아니고.." 



세 명의 뮤지션과 한 명의 예능인으로 구성된 JTBC <비긴 어게인>에서 노홍철의 역할은 무엇일까. 질문을 달리 해보자. 제작진이 굳이 노홍철을 투입한 까닭이 뭘까. 그건 아마도 '불안감'일 것이다. 더블린에 이어 골웨이에서도 비가 내리자 갑자기 펍을 섭외해 노래를 부르게 했던 것처럼, 뮤지션'만'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 말이다. 시끄럽고 수다스러운, 좀더 긍정적인 말로 표현하자면, 에너지 넘치는 노홍철을 통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고자 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비긴 어게인>은 제법 시끄러운 프로그램이 됐다. 그것이 차분히 들려오는 노래들과 대조를 이루며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지점이 아쉬움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뮤지션들로'만' 구성된 본격 음악 예능이었다면 어땠을까. 이미 예능적 감각을 충분히 갖춘 유희열도 포함돼 있었던 만큼 '노홍철'로 표상되는 '나 예능이야!'라는 강박은 불필요했던 게 아닐까. 대중들은 뮤지션들이 꽁냥꽁냥 혹은 티격태격하며 음악을 이야기하고, 다루고, 만지고, 부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준비가 돼 있었는데 말이다. 


물론 노홍철을 '충실한 관객(청자)'이라 정의하는 관점도 존재한다. (오마이뉴스, <비긴어게인>, 어쩌면 '관객' 노홍철이 주인공일 수도) 비(非) 음악인인 그의 역할은 당연히 '청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가 '훌륭한' 청자인지는 의문이다. 그의 과장된 감정과 주변을 의식하는 태도는 오히려 버스킹의 진짜 청자들을 감춘다. "왜 나랑은 다 다르게 느꼈지? 난 진짜 멋있었는데. 도현이 노래하는 것도 멋있었고. 우리가 이렇게 같이 하는 게 되게 좋았어."라는 이소라와 달리 '초라함'과 '불쌍함'을 떠올린 노홍철을 주인공이라 부르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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