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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음의 뻔한 연기, <훈남정음>은 식상했다

너의길을가라 2018. 5. 2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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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배우에게 바라는 건 무엇일까. '치열함'이 아닐까. '아, 저 배우는 끊임없이 자기 발전에 힘쓰고 있구나.', '변화를 두려워하지도 않고, 뜨거운 고민과 치열한 도전에 뛰어들고 있구나.'라는 느낌 말이다. 대면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중들이 잘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 대중만큼 훈련된 심사위원이 또 있을까. 단숨에 감각적으로 알아채는 법이다. 


매번 똑같은 배우에게 대중은 실망감을 느낀다. 변함없는 표정, 달라지지 않는 대사 톤, 뻔하디 뻔한 연기 습관. 이쯤되면 일관성은 칭찬이 아니다. 같은 얼굴과 같은 스타일, 심지어 같은 캐릭터로 일관한다면 대중들은 지루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드라마 제목만 바뀌었을 뿐, 무엇 하나 달라진 게 없다면 그건 배우로서의 치열함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황정음 이야기다. 



황정음식 연기의 뿌리는 MBC <지붕 뚫고 하이킥>(2009)이다. 발랄하고 엉뚱한 캐릭터, 망가지되 정감가는 캐릭터 말이다. 황정음은 그 작품을 통해 망가져도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망가져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SBS <자이언트>(2010), <돈의 화신>(2013), <끝없는 사랑>(2014)에서 정극 연기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황정음이 가장 돋보이는 순간은 코믹 연기를 할 때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황정음의 진가는 MBC <킬미, 힐미>(2015), MBC <그녀는 예뻤다>(2015)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킬미 힐미>는 최고 시청률 11.5%로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녀는 예뻤다>는 최고 시청률 18%를 기록했다. 문제는 피로감이다. '연기가 비슷비슷하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그는 변화를 꿰하기보다 안정을 선택했다. 


MBC <운빨 로맨스>(2016)은 10.3%로 스타트를 끊었지만, 6.4%까지 쪼그라들며 종영했다. 높은 성공율을 자랑했던 황정음 효과, 이른바 '황정음 신화'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것일까,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제대로 붙어보려던 것일까. 황정음의 차기작은 또 다시 코믹 연기였다. 고집일까, 아집일까. '코믹 로맨스'를 자처하는 SBS <훈남정음>은 작정하고 웃기려 든다. 그 중심에는 역시 황정음이 있다. 



한때 사랑을 꿈꿨던 연애포기자 유정음 역을 맡은 황정음은 망가지고 또 망가진다. 이별을 고지한 연인을 붙잡기 위해 수영복에 코트를 걸치고 공항에 찾아가선 소리를 지르며 뛰어가 매달린다. 물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수상 육탄전을 벌이기도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특유의 표정을 연달아 보여준다. 사랑을 거부하는 비연애주의자 강훈남(남궁민)과 코믹스러운 인공호흡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모습들이 신선하다기보다 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좀더 냉정하게 말하면, 제목을 확인하지 않으면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가 <킬미, 힐미>인지 <그녀는 예뻤다>인지 <운빨 로맨스>인지 잘 모를 지경이다. 나태한 건 황정음일까, SBS <훈남정음> 일까. 포문은 황정음으로 열었지만, 드라마 역시 칭찬을 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야기의 힘이 보이지 않고, 오로지 배우들의 개인기에 의존하려는 인상이 강하다.



연애포기자 유정음과 비연애주의자 강훈남이 우연적 만남을 통해 얽히고설키게 되고, 끝내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익숙한 흐름으로 진행될 <훈남정음>은 이미 패를 다 보여준 상황이다. 첫 회만으로 이미 드라마를 다 본 것같은 기분이라 큰 기대가 생기지 않는다. 결국 황정음과 남궁민, 두 배우의 역량(과 캐릭터의 매력)에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는 처지랄까.


2011년 MBC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남매로 함께 출연한 후 7년 만에 재회한 황정음과 남궁민. 각자 자신의 길을 걸으며 커리어를 쌓아올린 두 배우의 만남으로 더욱 기대를 모았던 <훈민정음>이기에 아쉬움이 더욱 진하게 남는다. 두 배우는 작품과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1회 5.3%, 2회 5.2%)은 그리 뜨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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