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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채의 재발견? <안시성>, <손 the guest>의 아픈 손가락이다

너의길을가라 2018. 9. 2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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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채. 낯설었던 그 이름이 어느새 많이 익숙하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과 얼굴을 연결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꾸준히 대중 앞에 자신을 드러냈다는 의미다. 김혜수나 손예진이 아닌 이상 선택하기보다 선택받는 경우가 많은 게 배우라는 직업이 아닌가. 지속적인 기회를 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은채라는 배우가 지닌 가능성의 크기를 엿볼 수 있다. 



정은채는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안시성>에서 신녀 시미를 연기했고, 벌써 355만 845명이 그를 만나고 돌아갔다. 화끈한 전투 장면에 많은 관객들이 만족하고 있다. 또,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을 표방하고 있는 OCN <손 the guest>에서는 강력계 형사 강길영으로 활약 중이다. 시청자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손 the guest>는 최고 시청률 3.207%(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라는 유의미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작품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그렇다면 정은채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고구려의 신은 우릴 버렸다"고 외치며 항복을 강권하는 고구려의 신녀 시미, 악령의 존재를 맏지 않는 현실적이면서 거친 열혈 형사 강길영. 캐릭터 자체는 충분히 흥미롭다. 그런데 그 역할로 분(扮)한 정은채에 대한 만족도는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분(憤)함을 드러내는 사람들까지 있다.


물론 이해의 여지, 쉴드의 명분은 충분히 있다. 전쟁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의 입지가 적(음을 넘어 사실상 없)은 것이 사실이고, 그 안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연기한다는 건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안시성>은 조인성을 비롯한 남성 배우들이 주축이고, 여성 캐릭터(시미뿐만 아니라 설현이 맡은 백하 역도 마찬가지였다)는 부차적인 롤을 부여받는 데 그쳤다. 



또, 남성 형사가 주축이 되기 마련인 형사물(<손 the guest>는 악령을 다루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형사물이다.)에서 여성의 역할은 미미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손 the guest>에서는 악령을 알아보는 영매 윤화평(김동욱)과 악령을 쫓는 구마사제 최윤(김재욱)과 함께 삼각편대를 이루는 형사 역에 강길영이라는 여성을 배치해 흥미로운 구도를 만들었다. 게다가 강길영은 기존의 여성 형사들과는 결이 다른 거칠고 터프한 캐릭터다.


그러나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 위의 캐릭터 안에서 정은채만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갸우뚱' 할 수밖에 없다. <안시성>의 신녀 시미의 경우에는 캐릭터 설정에도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하나 정은채의 연기 역시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신의 뜻을 점지하는 신녀로서 신비로운 느낌을 줘야 했지만, 표정이라든지 발성이 어색해 극에 전혀 조화되지 못하는 느낌이다. 


<손 the guest>에서도 열연을 펼치고 있는 김동욱과 김재욱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존재인양 부유(浮遊)하고 있는 듯하다. 거칠고 강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 인상을 쓰고 소리를 지르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닐진대, 정은채의 연기 패턴은 틀에 박힌 듯 사뭇 단조롭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여성 형사 캐릭터가 갇혀 있던 틀에서 벗어난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많이 아쉽다. 분명 정은채는 가능성을 지닌 배우다.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 <자유의 언덕>(2014)에서 이미 자신의 역량을 관객들에게 보여줬고, 제22회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을 비롯해 여러 신인상을 수상하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또, <더 테이블>(2017)에서도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확실히 강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약점이 도드라지는 게 아닌가 싶다. 


이 부분은 정은채가 앞으로 배우로서 성장해 나가는 데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어쩌면 지금은 다양한 캐릭터를 맡으며 이미지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정은채에게 성장통과 같은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익숙해진 이름만큼이나 대중들의 평가는 엄격해질 것이다. 그가 지금 이 순간을 잘 이겨내고 더 큰 배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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